나루터 묻는 길손 말채찍이 급하고[1] : 落照 / 기은?어사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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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터 묻는 길손 말채찍이 급하고[1] : 落照 / 기은?어사 박문수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 승인 2015.05.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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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43】
어사가 떠난 지는 불과 260여 년 전이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자취는 넓고 크다. 가는 곳 마다 의를 중요시 했고, 약자들 편에 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사만 나타나면 산천초목도 무서워 벌벌 떨었다는 일화는 물론 설화까지 남겼다. 어사의 등과시에 대한 일화는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자연을 보면서 그렇게 절절하게 묘사를 했는지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지는 저녁놀을 보면서 상상하여 읊었던 율시 전구 한 수를 번안해 본다.落照(낙조)[1] / 기은?어사 박문수지는 해 푸른 산 걸려 붉은 빛 토하더니찬 하늘 까마귀는 흰 구름 속 사라진다말채찍 길손의 손 급하고 스님 지팡이 바쁘네.落照吐紅掛碧山 寒鴉尺盡白雲間낙조토홍괘벽산 한아척진백운간問津行客鞭應急 尋寺歸僧杖不閒문진행객편응급 심사귀승장불한나루터 묻는 길손 말채찍이 급하고(落照)로 번역해본 율(律)의 전구인 칠언율시다. 작자는 기은(耆隱) 박문수(朴文秀:1691~1756)로 [어사 박문수]로 알려진다. 기은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백성을 위한 바른 정치가로도 유명하다. 그가 과거를 보는 과장에서 썼던 답안문장으로 일명 등과시(登科詩)로 알려진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지는 해가 푸른 산에 걸려 붉은 빛을 토하고, 찬 하늘에 까마귀는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 나루터를 묻는 길손은 말채찍이 급하고, 절로 돌아가는 스님도 지팡이가 바쁘구나]라는 시상이다.이 시제는 [서산을 넘는 저녁놀]로 번역된다. 글쓴이가 과거를 보러 가다 날이 저물었다. 주막에 머물러 잠을 자는데 꿈에 한 젊은이가 나타나 원수를 갚아 달라고 하면서 이번 과제와 1~6구까지 답안을 일러 주었다. 과연 그가 과장에 나갔더니 젊은이가 일러 준 대로 기억되어 답안을 쓰고 7~8구는 생각하여 완성하여 병과(3등)로 합격했다. 시인은 지는 해가 붉은 빛을 토해내고 까마귀가 흰 구름 사이로 사라진다고 시심을 일으킨다. 나루터를 묻는 길손의 채찍과 절을 찾는 스님의 발길이 급하다고 했다. 화자는 어느 것 하나 넘어 가는 낙조의 그림을 그리는데 부족함이 없는 시심을 상상해냈다. 후구로 이어지는 시인의 상상력은 [놓아먹인 풀밭에 소 그림자가 길고, 망부대 위엔 아내의 쪽 그림자가 나지막하구나, 개울 남쪽길 고목은 푸른 연기가 서려 있고, 더벅머리 초동이 피리를 불며 돌아오고 있구나]라고 했다. 초동이 피리를 불면서 돌아오는 그림도 그린다.【한자와 어구】落照: 지는 해. 吐紅: 붉은 빛을 토하다. 掛碧山: 푸른 산이 걸려있다. 寒鴉: 찬 하늘 까마귀. 尺盡: (자질하며)사라진다. 白雲間: 흰 구름 사이. 問津: 나루터를 묻다. 行客: 길손. 鞭應急: 말채찍이 급하다. 尋寺歸: 절을 찾아 돌아오다. 僧杖: 스님의 지팡이. 不閒: 한가롭지 않다, 곧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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