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푸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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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푸르름처럼....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5.04.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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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과 호수에 단비가 내리고 연이어 꽃비가 흩날리던 4월이 지나가고, 안도의 숨을 돌리며 다시 마음이 신록처럼 튼실해지는 5월이 달려왔다. 아기의 비릿한 살결처럼 느티나무 잎새도 마냥 부드러워지고, 떡갈나무 잎새마다 바람이 널부런하게 터를 잡고 훈기 돌게 하는 요즘이다. 탱탱하게 물이 오르는 새순들의 두런거리는 소리에 깨어나서 동창을 활짝 열어 제치기에 참 좋은 요즘이다. 연둣빛 눈부심을 바라보기만 하여도 마음의 비타민이 퐁퐁퐁 솟아날 것만 같은 5월의 아침! 희망의 상징인 진록의 싱그러움이 근심, 슬픔, 고통, 실패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우리 앞에 다시 찾아왔다. 울타리마다 뻗어가는 찔레꽃 넝쿨 위로 햇살은 눈부시게 쏟아지고, 새벽에 일어나 찬물로 세수한 소년가장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몽글거린다. 5월은 이렇게 생명이 도약하는 자연의 소리로 시작하여 사람들에게 싱그러운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자연 비타민의 계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생기로운 아침부터 TV는 어젯밤에 일어난 참담한 수사관련 사건범죄와 자연재해, 어둠의 소식을 전하면서 온 국민들을 날마다 긴장시킨다. 동방예의지국과 백의의 민족이라 불려지며, 예절과 배려와 겸손을 미덕으로 삼았으며, 인성지강(人性之綱)을 으뜸으로 여겨왔던 이 민족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더 심각한 난제는 이런 사건범죄의 현장을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적나라하게 노출시켜서 참으로 인성교육에 어려움이 많다는 점이다. 윤리관과 도덕성의 점멸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솥밥 작은 공동체가 지키고 나아갈 몇 가지 중요한 수칙을 아마도 망각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주 간단하고도 쉬운 공동체의 원리와 수칙을 점점 잊어가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첫째, 사랑보다 믿음을 심어주자. 사람들은 입을 모아 온 나라에 사랑타령이 도를 넘는다고 하면서, 반면에 믿음의 근간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고들 말한다. 기이하고도 섬뜩한 사건정보나 지도자들의 갈등과 불신의 뉴스들을 바라보며 모두가 마음의 문을 쉽게 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인 가정 가족부터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어떠한 갈등 속에서도 불신으로 파생되는 커다란 파멸을 막음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믿음의 기반을 튼튼히 마련해 줘야 할 시점이다.
둘째, 이해와 배려의 사다리를 세워주자. 서로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되뇌이며 이해와 배려의 사다리를 무한정 내려놓고, 포용과 겸손의 두레박을 준비하고, 가족과 이웃과 세상을 담을 수 있는 영혼의 로드맵을 그리게 해야 할 것이다. 다음 주자인 저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이해와 배려의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
셋째, 기본예절 교육의 시급함이다. 극단적인 이기심의 발동을 자제하고, 자신의 손해를 감내할 수 있는 이타적 태도를 길러주는 기본예절 교육을 국민정신 덕목으로 삼음이 마땅하며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가정의 달 오월이 다시 돌아왔다. 우리는 이런저런 행보들로 분주한 한 달을 다시 맞이하고 보낼 것이다. 이 가정의 달에 아무리 다양한 행사와 값비싼 선물들이 오간다 해도 사람간에 companion 비타민이 부재한다면 그 물질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어린이날 선물대신 가족끼리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며 사랑과 믿음을 보여주고, 어버이날 선물대신 부모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드리며, 옛날 철없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고령의 스승을 다시 뵈야 할 것이다. 이젠 인생의 황혼기에 도착한 그 분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웃음과 위로가 있는 마음의 선물이기 때문이다. 마음속에 쌓아 두었던 생의 은하수들을 아낌없이 소통하며, 믿음과 배려와 예절의 자리로 나아가게 하는 companion비타민을 아낌없이 나눠 먹어야 할 때이다. 감당 하지 못할 날개짓으로 그네를 타고 달려오는 저 오월의 푸르름이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흠뻑 스며들기를 기원해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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