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인 소나무 족두리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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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인 소나무 족두리 썼다
  • 송진선
  • 승인 200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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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도 산림환경연구소 정이품송 화분 교배
정이품송(천연기념물 103호)의 조강지처인 정부인 소나무(서원리의 소나무 천연 기념물 352호)가 600년만에 감격의 족두리를 썼다. 지난해 강원도 삼척시에 있는 준경릉 소나무와 외도를 했는데도 투기를 부리지 않고 기다려온 우리 여인네들의 모습 그자체였다. 지난 8일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소장 신영섭)는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화분을 정부인 소나무 암꽃에 묻혀주는 교배의식를 가졌다.


화분 교배에 앞서 산림환경연구소는 지난 4일 정부인 소나무 암꽃에 다른 송화가루가 묻지 않도록 처녀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교배대 200개를 설치하는 한편 이날 아침 정이품송의 건강한 수꽃에서 화분을 채취했다. 외속리면 기관단체장, 서원리 주민들이 자리를 같이 한 이날 화분 교배식에서는 외속리면 풍물단의 축하시연이 600년 만에 치러지는 합방례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서원리(이장 권중건) 주민들과 산림환경연구소는 화분교배가 잘 돼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온전한 혈통을 가진 건강하게 태어나길 기원하는 제를 지냈다. 정기형 군의원은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교배로 2세가 잉태되는 경사를 맞아 모든 생물을 관장하고 영육하는 토지신이 소나무가 목이 마르면 비를 주고 배가 고프면 풍요로움을 줘 무성하게 잘자라 만세까지 이어지도록 해달라’는 기원 축문을 낭독했다.

그동안 산림청 산림환경연구소는 수세가 악화돼 고사 위기에 처한 정이품송의 혈통보존을 위해 정이품송의 솔방울에서 얻은 씨앗으로 자목을 생산하고 지난해에는 강원도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 준경릉(濬慶陵) 내의 소나무와 인공교배 사업을 폈으나 조강지처인 정부인 소나무와 교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날 교배한 화분이 암꽃의 수정관에 붙어있다가 씨방까지 가는 기간은 1년 정도 걸린다. 더욱이 정이품송이 노쇄해 이같은 인공수정을 통해서도 일반 소나무 보다 수정 성공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해 앞으로 산림환경 연구소 측은 3번 정도 더 화분을 주입해줄 계획이다.

이 수정과정을 거쳐 내년 가을쯤이면 종자를 수확, 2004년부터 묘목 생산이 가능하게 돼 이번 수정으로 2000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산림환경 연구소 측은 기대하고 있다. 또 정이품송의 수형을 닮은 자목을 생산해 속리산은 물론 주요 사적지나 문화 유적지 등에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의 자목을 식재하고 미동산 수목원내에도 식재해 후계목으로 보존할 계획이다. 윤희빈 시험연구팀장은 “이번 화분교배를 통해 얻은 자목은 양 부모의 혈통을 100% 보존하고 있는 소나무로 앞으로 정이품송과 정부인 소나무, 이들 사이에서 얻은 자목에 대한 DNA 분석을 통해 선조에 대한 형질을 살펴 가계도를 작성, 학문적으로도 혈통을 완벽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800살로 추정되며 높이 16m, 가슴둘레가 4.5m인 정이품송의 화분을 받은 서원리 소나무는 정이품송과 직선거리로 약 5㎞ 떨어져 있으며 수령 600여년, 높이 15m, 수관 폭은 동서가 23.8m, 남북이 23.1m로 치마를 두른 듯 가지가 펼쳐져 있고 정이품송이 곧추 자란데 비해 가지가 두갈래(3.3m, 2.9m)로 갈라졌기 때문에 ‘암소나무’로 불리고 정이품송과 내외지간이라 해서 정부인 소나무'로도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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