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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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를 맞으며……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5.04.02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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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꽃피는 4월이 돌아오면, 성도들도 덩달아 소망의 부활절을 기다리며 교회 문턱을 열심히 들락거리게 된다. 성경에 의하면 부활절이란 아무 죄도 없는 예수님께서 죄인의 누명을 쓰시고 십자가에서 그 참혹한 죽음을 피하지 않고 감당하시어 하나님의 뜻에 죽기까지 순종하심으로, 유일하게 다시 살아나신 기적을 기념하는 절기이다. 그런 부활절의 참 의미를 깨닫지도 못한 채, 독특히 심취할 만한 은혜도 체험하지 못한 채, 언제나 미궁같은 부활절을 묵묵히 맞이하는 사월이다. 고난의 절기인 사순절을 훌러덩 편하게 보내곤 하면서, 교회문턱을 분주히 드나들기만 하면 만사형통하리라는 착각 속에 사로잡혀, 나는 공짜 은혜를 갈급하는 참 이상한 신앙생활을 하였는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역과 부활의 의미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채, 성경 하나 달랑 들고 시계추처럼 들락날락 분주하기만 하였던, 하나님 보시기에 안타까운 부평초 자녀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편안하고 안락한 안주 속에서는 진정한 부활의 의미와 기쁨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작금의 일이다. 시원한 생령수를 머리에 뒤집어쓰듯 진정한 부활의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찌들은 삶의 관습들이 조금은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심령이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절을 기대해 본 것도 근간의 일이다. 자아의 탈피차원인 아상을 버리지 못하면 진정한 휴식이 없노라고 하신 부처님 말씀이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인류를 사랑했던 예수님의 실천적 희생주의나, 모두가 극심한 고통의 멍에 속으로 자신을 아낌없이 던져버리는 고난의 길을 선택하였다는 점이 같다. 그러기에 고통 속에서 피어나 영원히 소멸되지 않는 한 송이 꽃으로 온 인류의 가슴에 자리를 잡은, 성인들의 드라마틱한 인생 연출에 우리는 푹 빠져 버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번 지나면 다시 못 올 오늘의 이 순간에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 여정에 몰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연출의 각도가 바뀌면 미래의 운명도 바뀔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옛 관습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일상의 굴레 속으로 잠식되는지도 모른다. 참 부활절의 의미는 모두가 내면의 양심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져야 할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저마다의 양심을 점검하고, 너와 나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가족까리의 양심, 노사간이나 갑을간의 양심, 이웃끼리의 사소한 양심, 동료나 친구간의 양심, 정치인의 대국민적 양심 등 내면의 가치를 찾아 모두가 고민할 때, 새로운 소망과 회복이 도래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양심을 거울처럼 비추며 살려고 노력하는 것 역시 신앙생활을 하는 작은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시고 스스로 십자가에 달리시는 양심의 길을 선택하셨으며, 부처님도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왕자의 운명에서 스스로 벗어나 해탈의 길을 선택, 인류에 대한 자비라는 양심의 길을 선택하신 것이 아닐까!
봄비가 내린다. 온 누리에 축복의 생령수처럼 내리는 봄비가 대지에 촉촉이 스며들고, 우리의 마음에도 유순히 젖어든다. 봄비로 시작하는 4월의 첫날, 단비를 맞으며 생기가 돌고 있는 산천초목을 바라보며, 혼탁해진 심령들도 단비 맞으며 묵은 때를 벗겨내는 절기가 되었으면 참 좋겠다. 몇 시간의 성형수술이나 보톡스 주사 한방으로 다시 태어나는 이슬같은 육신의 회춘이 아니라, 내면의 아우성이 잠잠해지는 참 부활의 기쁨을 느껴보는 4월이 되기를 간구해 본다. 고목에도 꽃이 피어나기를, 삭정이에도 잎이 돋아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해마다 제단위에 활짝 핀 백합 몇 송이 바치는 팔순의 노부부 마음이 또한 그러하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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