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의 힘과 소신은 예산심사에서 나타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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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의 힘과 소신은 예산심사에서 나타나는데....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5.03.2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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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의회가 최근 제주도로 연수를 다녀오면서 일부 지역지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연수가 아니라 호화판 봄나들이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보은군의 올해 지방분권교부세가 70억 원이나 준 상태에서 알뜰 살림을 유도해야 할 군의회이기에 제주도 연수를 바라본 시선이 더더욱 곱지 않았다.
언론에 따르면 보은군의회 의원 8명은 지난 9일,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떠났다. 연수의 목적은 군정 질문 요령과 핵심 기법을 익히는 등 의정활동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 연수에 들어간 전체 비용은 975만원. 1인당 75만원 들어갔다.
의원들은 첫날 지방자치 전문가를 초빙해 3시간 동안 강연을 들었다.
나머지 이틀은 하루 2시간짜리 강연을 한 차례씩 듣는 게 학습 내용의 전부인 연수를 시행했다. 특히 지역경제를 부양하겠다고 보은군과 주민이 타 지역에서 개최되는 각종 연수와 세미나조차 우리지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정작 모범을 보여야 할 군 의회가 이를 외면하고 바다 건너 연수를 추진했다.
게다가 저렴한 가격의 숙박시설을 놔두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호텔을 사용했다. 항공권을 구매하면서 저비용 항공기 사용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군 의회는 국내의 한 항공사가 지난 1월 제주도 왕복 항공권을 4만 원선에서 예약 판매했지만, 1인당 왕복 평균 15만 원짜리 항공권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의회가 이번 연수를 추진하면서 미리 저가항공권을 구매했다면 1인당 10여만 원의 경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었다.
신문들은 "게스트 하우스 등 저렴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숙박시설도 있고, 저비용 항공기도 있는 데 굳이 고가의 항공기와 고급호텔을 사용해야 하는 거냐"며 "보은처럼 연수하기 좋은 곳을 놔두고 제주도로 연수를 떠난 의원들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민의 소리를 인용했다. 모든 지자체가 다 시행하는데 우리만 유독 그러냐고 볼멘소리 할 수도 있다. 의원들이 공부해서 의정활동에 반영하겠다는데 트집 잡을 군민이 있을까. 나가는 것은 좋다. 다만 해외든 국내든 공인이기 때문에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 쓸 군 예산이기 때문에 투명하게 오픈한 후 당당하고 떳떳하게 다녀왔으면 하는 바다. 먼저 대의기관인 의회가 모범을 보여야 타 단체도 따라온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보은군은 언제부턴가 해외 나갈 때 군수를 제외하고는 은근슬쩍 다녀오는 게 일상화가 돼 하는 말이다.
보은군의회는 군정질문을 한 달 앞두고 주민여론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주 의정자문위원회를 열었다. 의회는 이날 대한노인회 보은군지회가 충북도 시책추진보전금 5억 원을 확보해 노인회관 신축을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하고는 자문위원들에게 신축부지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주문했다. 노인회관 부지선정을 두고 의회가 고민 중이니 위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자문위 대다수는 노인회관 신축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러자 의장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의회의 고민이 있다”며 의회행보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말을 뒤 짚으면 소신과 표 사이 예산심사를 적당히 하고 있다는 얘기일 수 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예산심사는 의원들이 할 가장 큰 역할이고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로 엄정하고 공정하게 심사해야 한다. 자신들과 관련된 것은 관대하고 힘없는 단체의 예산은 칼춤 춘다는 오인을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고, 특히 어물쩍 예산을 심사하면 의원들이 존재할 이유에 의문부호가 생긴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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