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새벽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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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새벽녘이다
  • 김종례(시인)
  • 승인 2015.01.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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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아들 방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하였다.‘바보들은 항상 결심만 한다’책의 제목이다. 항상 결심만 하였지 작심삼일을 못 넘기는 나의 습성을 꼬집어주며 일침을 주는 듯하였다. 이런 나에게 보여주려고 아들이 사다 놓은 걸까? 아니면 자신의 습성을 바꿔보려는 의도에서일까? 어찌하건 책을 사게 된 동기는 바람직한 생각일거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새해가 온지도 엊그제 같은데 깊이도 모를 시간의 강물은 출렁거리며 무심히 흐르고 있다. 무언가를 다짐을 했건만 연초부터 삐그덕대는 마찰음 소리를 절감하며 우리네 삶이 참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재삼 느끼던 한달이다. 우리 애들이 어릴 적, 해마다 구정이 돌아오면 세배를 하는 아이들에게 ‘신정 때 마음먹은 건 잘 되어 가느냐?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하고 물어보는 게 연례행사였다. 그리곤 ‘작심만 하였지 실천을 못하는 너희들을 위해서 조상님들이 구정을 선물로 주신 거란다.’라고 덕담을 하던 일이 오늘 생각난다. 그러나 한해로 따져보면 구정도 아직 새벽녂이다. 아침을 기다리는 새벽녂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분주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아마도 풍요로운 삶, 건강한 삶, 아름다운 삶일 게다.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과제가 아닐까 싶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멋진 삶을 살고자 하는 의식이 점점 증대하지만, 이 세가지의 구체적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조건 외모 가꾸기에 치중하고 있는 젊은 층을 바라보노라면 애석하기 그지 없다.아름다운 삶의 뜻과 방향감이 와전되면서 엉뚱하게도 성형 제1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진정 멋진 삶을 원한다면 자기 자신의 섬세한 내면에 귀 기울이고, 부족하여 반성할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자기관리에 지혜로운 사람이 돼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웰빙족이 될 수 있도록 나를 바꿈으로써 세상에 대한 견해도 바꾸어나가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지구를 해롭게 하거나 자신과의 뜻이 맞지 않는다고 고귀한 생명을 해치거나 가족이나 이웃을 미워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다. 사랑의 꽃을 피우며 우리 모두 다 함께 잠깐 멋지게 살다 가기 위하여 온 것이다. 노랫말 가사에도 있다. <미움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고 받노라면 백만송이 장미꽃이 연중 피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의 영혼은 누구나 장미꽃처럼 눈부시고 아름답다. 저마다의 가슴에는 사랑이 충만히 고여 있다. 우리 주변에는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심지불도 살려보려고 애쓰는 장밋빛 영혼들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들이 힘들다고 하는 이 시대를 회복해 보려고, 가족과 이웃과 사회와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다. 그러나 그 사랑을 승화시키지 못하고 받는 사랑만 갈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제나 갈증을 느낀다. 언제부터인지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 방법을 잊은 채 물질만능에 사로잡혀 기쁨, 쾌락, 행복을 만끽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의 풍요로움만으로는 우리의 영혼을 진정 어루만질 수가 없다. 서로의 마음에 들꽃 한송이도 피워 낼 수가 없다. 서로의 가슴을 들여다보며 미소로 손을 잡아줄 때, 서로의 가슴속에 피어나는 꽃송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진정 아쉬운 이 시대가 아닐까 싶다. 날마다 '힘을 내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용서합니다‘‘감사합니다'를 외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듣는 사람보다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행복감을 몇 갑절 더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사랑해요>보다는 <믿습니다>라는 말 한마디가 정말 절실히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싶다. 요즘은 사랑타령이 너무 많아서 어지간히 사랑한다고 외쳐 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여론이 많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마음의 힘이 될 수 있는 말들은 많은데, 우린 이 소중한 보석같은 말을 늘 잊고 살지는 않는지... 한해의 새벽녂인 이쯤에서 다시 한번 다짐을 할 때이다. 이제 곧 구정이 다가온다. 아직은 새벽중에 새벽녂이다. 우리는 유성처럼 강물처럼 저만치서 흘러 간 지난 한 달을 되돌아보며 다시금 새로운 마음을 다잡을 때이다. 새해에 비워두었던 마음의 여백에 자신만이 그린 밑그림을 움 틔우고 살찌우고 다듬어서 희망의 나래를 달아주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결심만 하는 바보’에서 ‘실천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싶은 요즘이다. 다가오는 금년 구정에도 장성한 아이들의 세배를 받으며 난 다시 물을 것이다.‘신정 때 마음 먹은 바는 밑그림이 잘 그려지고 있느냐?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말이다’라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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