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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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장에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 보은신문
  • 승인 2015.01.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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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우체국장 서성대
▲ 보은우체국장 서성대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사람들은 연말연시가 되면 존경하는 분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고마움을 담아 연하장을 보내곤 했다. 때론 한자 한자 정성스레 직접 글자를 쓴 고풍스러운 연하장을 창가에 쭉 펼쳐두고 그 속에 담긴 덕담을 되새겨보며 한해를 구상하기도 했다.
연하장은 동서를 불문하고 묵은 해를 잘 보내고 새해를 축원하는 오랜 미풍양속이다.
우리나라의 연하장은 새해를 맞아 임금이나 웃어른에게 문안하던 명함(名銜)세배와 문안단자(問安單子·웃사람에게 문안을 드릴 때 올리는 문서)가 모태였다.
공식명칭을 얻은 최초의 연하장은 1900년 우정국이 발행한 것으로 가로 17cm, 세로11cm 크기의 이 연하장은 우정국 청사와 우정국 관리들을 배경으로 하고 신년 축하 메시지를 담았다.
그 이후 민간 카드제조업체들이 생겨나면서 각양각색의 인쇄된 연하장들이 쏟아져 나와 연말이 되면 우체국마다 밀려드는 연하장을 처리하느라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처럼 새해를 축하하는 뜻으로 연말연시에 친지와 지인에게 보내는 간단한 서장인 연하장 문화가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급변하고 있다. 초고속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휴대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SNS 등을 통해 일률적이고 단편적인 연말인사가 넘쳐나는 시대가 됐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팸문자의 홍수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특히 인터넷과 모바일 연하장이 인기를 끌면서 “○○님,신년 연하장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스미싱 사기까지 등장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빨라야 하는 통신 속도의 경쟁속에 기다림의 여유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기다림의 단비였던 편지는 없어지고 사업홍보를 위한 DM우편물이나 고지서만 가득한 우편수취함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 또한 메말라가며 각박한 사회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실이다 보니 집배원을 대하는 고객들의 표정이 그 옛날 반갑고 정답게 인사하는 가족같은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에는 집배원이 동네에 나타나면 학생들이 우르르 달려가서 “안녕하세요” 인사하고 혹시 자기 집 편지가 있는지 물어보고 반갑게 정을 나누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추억하는 직원들이 있다.
옛날 선조들은 유배지에서도 매일 매일 헛되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마음, 처자식에 대한 걱정과 애틋한 사랑. 자식에게 꼭 일러주어야 할 것들을 꼼꼼히 적어
서신으로 전했다. 또한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할 때에도 “혼서지”라 하여 귀한 딸을 아들의 배필로 허락하여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뜻으로 보내는 편지를 비단보자기에 정성스럽게 싸서 혼수함에 넣어 보냈다.
이제 우리들도 옛날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하얀 종이에 존경 했던 분, 삶에 도움을 주신 분, 사랑하는 부모 형제 그리고 친구에게 평소에는 서먹서먹하여 말로써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편지를 통하여 정답게 소통하여 보기를 소망해 보자.
전화,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딱딱하고 고정된 활자에서 벗어나 비록 예쁘고 멋잇는 필체가 아니어도 정성으로 그려진 “나의 글”로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 본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한 감동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새해에 은사님,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나의 글”로써 편지나 연하장을 통해 쓰게 된다면 분명 삶은 더욱 너그러워지고 여유로워지면서 모든 인연이 소중하게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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