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희망의 나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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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희망의 나래를
  • 김 종례 (시인)
  • 승인 2014.12.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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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길게 누운 청솔가지 위에 12월 석양이 걸려서는 고도를 점점 낮게 드리우는 요즘이다. 석양은 쉼도 없이 달리는 내 차륜의 바퀴를 투정부리듯이 흥얼흥얼 따라오다가, 빈 들판에서 너울너울 무도회도 벌리는가 하면, 저 멀리 숲속에 돌연히 숨어서 숨바꼭질도 하자고 한다. 새들조차 망년회를 여는지 둥지 안에서 겸손하게 웅크리는 마지막 달이 물러가고 있다. 모두가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며 마무리해야 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순간이 다가왔다. 쳔년을 흘러도 가락을 지니는 시냇물처럼, 그 위에서 떠다니며 노니는 작은 부평초처럼 허겁지겁 시간의 노예가 되어 쫓기다가, 모두가 한 해의 발뒤꿈치를 아스라하게 붙잡고 반성문을 써 보는 요즘이다. 불꽃같은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채 기약 없이 흔들거리는 커다란 존재에만 목숨 걸지 않았는지, 작은 것에 대한 무관심과 소홀함으로 어딘가에 숨어있는 보물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어쩌다 새겨지는 작은 흔적에도 커다란 기쁨을 누리는 감사의 마음이 있었는지... 해넘이와 해돋이가 교차하는 비움과 채움의 기로에서 지난 한 해를 반문해 본다. 싸늘한 겨울 창공에서 우리들의 소망은 얼마나 더 흔들려야 새 아침이 오는지 모르지만, 지난 해 이때쯤 서랍 속 작은 씨앗 하나를 조물락거리며 소망의 봄을 기다렸고, 잎이 나고 꽃이 피어나 생육의 기쁨을 만끽하며 여름을 달렸으며, 자연우주의 섭리와 소멸의 이치를 생각하며 갈무리에 정신없었던 가을도 보내고, 이제는 핏기가신 빈 들판을 바라보며 허허로운 마음으로 묵상의 시간을 가져본다. 한 움큼 검불때기 마른 것들이 다시 올 봄날을 기다리며 소망의 불씨를 모으는 중이다. 속절없이 바스락거리는 끈질긴 엑스트라의 목숨은 우리네 인생 뿐,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회한으로 가득한 우리의 휑한 마음을 그 누가 부정하랴~~ 특히 올 한해는 수많은 희생자들이 생겨나는 자연재해와 인재난이 유난히 많았던 한해였다. 우리 뇌리에 큼직하게 각인되어 영원한 아픔으로 남은 사건들이 많았던 한해였다. 진도 앞바다 세월호 침몰과 눈물의 바다, 북한의 핵실험 기습강행과 악성사이버테러, 보스톤 폭발물테러 및 연쇄적 총기난사건, 군 성폭행에 잇따른 병사들의 자살소동, 이집트 군부 일년만에 축출, 현 국회의원이 내란음모죄로 체포 및 통진당 해체, 동남아 연쇄적 태풍강타 및 지진재난, 공무원 연금 개악설로 인한 40여개의 정책대안과 불협화음 등등... 물론 새해가 찾아와도 좋은 징조들만 오리란 예측은 없다. 아니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나 인재사고들이 더욱 잦아질 확률이 오히려 많다. 왜냐하면 모든 인류가 속도만 내면서 달리려 하지, 근본적인 잘못된 요소를 파악 시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잘못 박은 주춧돌 위에 기둥과 지붕만 화려하게 세우려는 억지졸책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가오는 내일을 막을 수 있는 사람 역시 아무도 없다. 그러기에 어떠한 상황이 닥쳐와도 우리는 희망을 껴안아야 한다. 희망은 인간에게 태양과 같은 것이고 기적을 안겨주는 유일한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가 마음을 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할 때이다. 살아있는 모든 피조물을 위하여 서서히 다가오는 근하신년 벽두새벽! 우리 모두는 우주 안에서 깨어 있음으로 신성한 새 빛이 우리가 나아갈 길에 충만하도록 기원해야 할 것이다. 에덴동산 보석처럼 마지막 낙관으로 떨어지는 갑오년 해넘이를 미련없이 후루룩 떠나보내자. 하얀 식탁보처럼 정갈한 이름으로 밝아오는 을미년 일출을 소망의 눈빛으로 바라보자. 우리 모두는 지구의 안녕과 우리네 삶의 진솔한 방향을 절실히 물으며, 또 다시 희망의 나래를 펼쳐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밤새 눈이 왔다. 어머니의 무명 옷자락처럼 밤새 눈부시게 내렸다. 12월 석양 아래서 발등에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도 무심하지 않고 까르륵대는 아이들이 눈모자를 쓰고 수국처럼 웃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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