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씨앗은 어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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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씨앗은 어울림이다
  • 이영란 수정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4.11.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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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자연의 고유 권한이다. 속리산 사내리 상가에 줄 서 있는 은행잎은 노란 낙엽비를 내리며 내년을 예약하고 우리의 곁을 떠났다. 그러나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 빨간 단풍잎이 아기 손 모양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유혹하고 있으며, 떡갈나무의 주황색 단풍은 여름동안 도토리를 살찌우느라 애쓴 마음을 느끼게 해 주며 편안함을 선사한다. 냇가의 억새는 따뜻한 둥지를 제공하며 날아가는 철새들에게 손짓을 하고, 학교 화단의 화살나무는 뾰족한 빨간 색으로 봄나물을 대신 해 계절의 변화를 이야기 해 준다. 단풍잎과 잘 어울리는 속리산 소나무는 녹색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학교도 일 년을 마무리 하는 학습발표회, 전시회, 보고회, 체육회 등 각종 행사에 학생들과 학부모님, 지역주민 그리고 전 교직원의 애씀에 흐믓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우리 보은은 작은 학교가 많아 교육과정을 연계 운영하며, 특히 학습 발표회를 이웃 학교와 함께 실시하는 특색교육 활동이 있다. 이 활동은 이웃 학교와의 정보 교환, 학생들의 무대 경험, 낯선 사람들과의 공연 등을 통하여 자신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타인과의 어울림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아름답고 가슴 벅찬 교육활동은 자연과 인간의 어울림이며 행복의 씨앗이다.
오케스트라는 지휘자의 손 끝 움직임에 따라 여성적인 바이올린 소리와 남성적인 첼로 소리 그리고 우주 공간을 울리는 드럼과 북소리의 어울림은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조화를 이루고 양보의 미덕도 함께 발휘하는 어울림이다. 또한 난타의 북소리는 어떤가? 북면과 북채의 각도와 강약, 연주자의 마음이 어울려 우리들의 어깨가 들썩이도록 신명을 제공하고 심장을 울리지 않는가? 또한 탈춤놀이에서 볼 수 있는 한삼의 색동과 휘날리는 끝자락의 여운이 우리들의 마음을 차분히 해 주는 여운의 어울림은 얼마나 한국적인가?
내 삶의 절반을 차지한 교직 생활에서 어울림은 나의 인생을 운행한 선장으로서의 어울림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내 마음을 더욱 행복하게 살찌게 해 준 교육은 화합과 어울림의 극치이다. 그리고 가르치는 즐거움,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며 함께 생활했던 학생의 삶은 학생 개개인이 선장이 되어 세상이라는 거친 파도에서 어떤 어려움이 다가와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길러주는 어울림 교육이다. 즉 교육은 개인과 사회가 어우러져 나아갈 힘을 길러 행복함을 느끼는 따뜻한 품성의 틔움으로 어울림과 행복을 표출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취직이라는 키를 부모님께 주는 어리석음은 교육과 나의 삶을 어울리지 못하도록 하는 소심에서 나온 결과이다. 신념과 긍지를 심어 줄 책임과 의무를 우리 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어울림의 힘을 발휘하여 빛을 발해야 한다.
가정에서의 어울림은 어울림 중에 가장 기본이며 모든 행복을 잉태하며 품어내는 가장 중요한 어울림이다. 나보다는 당신을 먼저 생각하며 나눔과 배려로 융합된 부부의 모습은 자녀와 친척간의 어울림이 저절로 이루어지게 한다. 살다보면 소소한 의견 충돌이 수 없이 생기는 것이 인간이지만 상반된 의견을 말과 행동과 마음으로 어우른다면 행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10대는 10대답게 어울리고, 20대는 20대답게 어울리고, 30대는 30대답게 어울려 사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라 한다. 이런 어울림 속에서 우리들은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고사리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건강하게 자란 소년 소녀들의 해맑은 웃음과 씩씩한 행동에서, 수많은 팬들 앞에서 자기 팀을 위한 최고와 최선의 노력을 하는 운동팀에서 우리들은 어울림의 긍정적인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힘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작은 행복 씨앗 속에서 더 큰 행복을 기대하며 내일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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