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영혼으로 '염화미소'를 조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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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으로 '염화미소'를 조각한다”
  • 박진수 기자
  • 승인 2014.11.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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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이사람- 백상불교조각원 하명석(57) 원장
※ 염화미소 (拈華微笑): 석가모니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연꽃을 들어 보이자 팔만대중 중에 가섭(迦葉)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 지은 것.

보은 속리산, 속리산의 대표적인 명소인 법주사에는 여러 부처님이 모셔져 있다. 속리산에는 법주사보다 더 많은 부처님을 모시고 있는 곳이 있다. 속리산면 사내리에 위치한 백상조각원이 그곳이다. 하나의 평범한 나무토막이 불상으로 탄생되기까지에는 단순한 조각의 아름다움을 넘어 조각인의 혼을 불어넣는 목공의 끝없는 내공, 열정이 담겨야 한다. 40년전 속리산과 인연을 맺고 불상조각에만 혼신을 다해온 충청북도무형문화재 제21호 목불조각장 하명석 백상 불교조각원 원장을 만나 지나온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작품세계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 백상 불교조각원 하명석 원장.
지난 2010년 ‘목불 조각장’ 하명석씨를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제21호로 지정 고시 했다. 하명석씨의 충북도 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목불 조각장”은 나무로 불상을 전문적으로 조각하는 장인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었다. “목불 조각장” 장인으로 인정된 하명석씨는 40년전 전통불교조각에 입문하여 그 기능을 이어오고 있으며 불상 제작과 더불어 개금, 채색에 이르기까지 목조각 전 분야에 대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어 보은의 자랑이며 속리산을 더욱 명산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목불은 삼국시대 불교가 전해지면서 사찰건축과 불상 등 불교의식과 관련된 조각들이 제작되면서 시작해 목조각은 목재를 소재로 나무가 가진 양감과 질감을 표현하는 조각으로 재료로는 결이 아름답고 견실한 오동나무, 소나무, 전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회화나무 등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평범한 나무 한 토막도 세심한 손놀림에 자비롭고 인자한 불성으로 모셔집니다. 손에 들여진 조각도 하나면 무(無)에서 유(有)가 탄생하고 번뇌도 자비로 바꾸어 놓는 작업입니다. 현재 제가 조각한 목불이나 목탱화등이 모셔진 곳은 합천 해인사를 비롯 안양 한마음 선원, 지리산의 칠불암 등 전국 유명한 사찰에 모셔져 있습니다.
지난 1988년 2천6백여명이 응시한 문화재관리국의 전통문화재조각시험에서 2명의 합격자 중 한 명으로 뽑혀 문화재기능보유 1138호로 지정되면서 명성을 쌓기는 했지만 그 이전부터 제 목불상 작품에 대해 여러 스님들이 인정해 준 바 있습니다.
학창시절 우연히 방학숙제로 만든 <소가 쟁기를 끄는 모습> 목조각이 경남도내에서 최고상을 받았고 그렇게 목조각에 대한 관심은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 만들었던 조각품 중 말을 지금도 보관하고 있는데 다시 보아도 “살아서 뛰어가는 것 같다” 고 하는 심사위원들의 칭찬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가지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면서는 고모님이 계시던 범어사에 자주 들려 그때 스님이 만들던 목불전을 보고 만들게 된 것이 목각으로 만든 불상이었습니다. 이때 만든 목불은 일본 수출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이렇게 아르바이트로 학교를 마치면 목조각에 몰두하게 되면서 전통문화인 목불 조각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군 생활을 마치게 되어 잠시 머무러던 지리산 칠불암 사찰에 화재가 나면서 목불과 칠불탱화를 복원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6년 동안이나 절집 생활을 하면서 목조각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습니다. 당시 칠불암을 나온 선방에서 속리산을 찾게 된 것이 지금껏 속리산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속리산에서 생활하면서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되었고 백상조각원을 개원하고 하남시 작업장을 오가며 지금까지 살면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보통의 목조각이 아닌 불상을 전문적으로 조각하고 있는 하 원장은 엷은 미소를 머금은 부처의 얼굴모습과 근엄한 모습등 다양한 표정과 정교한 작업으로 하나의 불상이 완성된다. 보통 사람의 손재주로는 감히 흉내조차 어려운 불상조각이라는 점에서 하지 못할 그 무엇을 느끼게 된다.

“1984년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문안사에서 불상조각을 의뢰받으면서 제 이름을 걸고 만든 불상 조각 첫 작품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조각된 나무 불상 본체에 삼베를 붙이고 옻칠을 한 후 금도금을 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 우리가 사찰에서 보는 불상은 수인(손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즉 비로자나불 등 아미타불, 지장보상, 관세음보살 등 30여종이 넘을 정도로 평범한 나무 한 토막에 불과했던 것이 세심한 손놀림에 자비롭고 인자한 불상으로 모셔지게 됩니다. 제가 제작한 불상은 눈, 코, 입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그 중 눈이 가장 정성을 들입니다. 부처님의 얼굴에서 풍기는 미소를 크게 줄 수도 있고, 엷게 할 수도 있고 아예 미소를 없게 할 수도 있습니다.
불상이 주는 분위기는 외부로 표현할 수 없는 내면의 작업을 통해 그 모습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제가 제작하는 불상은 미소가 없는 근엄한 분위기의 불상이며 미소가 있으면 가벼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에 미소보다는 근엄한 불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사찰을 다니면서 불상을 보면 누가 제작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제작자마다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1988년 2600여명이 응시했던 전통문화재조각시험에서 합격, 문화재기능보유 1138호로 지정되면서 속리산 그의 작업장에는 목불조각을 배우겠다는 제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속리산과 경기도 하남시에도 있는 그의 작업장에도 제자들이 몰려들었지만 그림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이 되지 않으면 제자가 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배우던 제자가 해인사 사하촌에서 불상조각을 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제자도 배출하였습니다. 제가 집도했던 조각도만 600자루가 넘고 처음 썼던 칼 2, 30자루는 아직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조각도는 대장간에서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에 맞게 직접 불에 쇠를 달궈 조각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습니다.”

하명석 원장에게는 ‘하불감’ 이라는 별칭이 있다. ‘불감’은 부처님은 조각한 작은 불상을 휴대하기 좋게 제작하는 것을 지칭한다. 이름보다도 부처님을 지칭하는 하불감이라고 불릴 정도다. 한마디로 휴대용 법당인 불감(佛龕)의 제작으로도 독보적으로 유명하다.

▲ 보은대추축제기간중 보은지역 무형문화재 전시장에서 대추나무로 용모양의 목어 조각에 몰두하고 있는 하명석 원장.
“불교 조각은 뛰어난 조각기술도 중요하지만 불교의 교리에 대한 조예가 깊어야 합니다. 목불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제작하는데 얼굴조각에만 2~3개월이 걸립니다. 오랜 작업을 거쳐 탄생한 그의 목불 작품들은 약 1만 2천점이나 되며 국내외에서 불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불교 목공예의 멋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고려초 금동삼존불감(국보 제73호)처럼 원통형의 나무를 세로로 분할하여 각 면에 불상을 조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작한 불감은 탱화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3면과 5면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제작법으로 예술적 가치도 높고 독창적인 불감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하명석 원장을 만나는 동안 한마디로 자신의 처지를 굴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는 장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가장 근엄한 불상을 조각하지만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사람을 대하면서 그의 눈동자는 ‘외유내강(外柔內剛)’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명산중에 명산, 이곳에는 천년고찰 법주사와 법주사와 속리산을 더욱 빛나게 하는 부처님의 미소를 만드는 하명석 원장이 있었다.
/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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