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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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
  • 김정범 내북면노인회장
  • 승인 2014.07.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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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은 매우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바쁘게 살기 때문에 시대도 바쁜 것인지 아니면 시대가 우리를 바쁘게 살도록 하는 것인지 분간 할 수가 없어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왜 바빠야 하는지 생각 할 여유도 없는 것 같다. 젊었을 때처럼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들 교육을 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바쁘게 일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리고 아내의 불평처럼 돈이 생기는 일도 아니고 오히려 잡다한 푼돈을 써가며 나다니는 일들인데 공연히 바쁘다고 하면 늙어가며 무엇이 그리 바쁘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그리고 남들은 어찌 생각 할 런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쓸데없는 짓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보면 그래도 일 없이 어정대는 것 보다는 좀 바쁘게 사는 것이 낳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는다.
산다는 것이 각 사람의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서 모두가 다르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나도 그랬듯이 가족의 부양을 위해 열심히 일 해야 하는 것이 어느 무엇보다도 우선의 이유가 되겠기에 그래서 바쁜 생활 속에서도 삶의 가치가 극대화 되고 거기에서 행복도 느끼며 살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내가 바쁘게 된 것은 이러한 중차대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내가 일을 만들거나 찾아다니기도 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와 6. 4지방 선거로 인해서 미루어 졌던 행사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어느 날의 하루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6월 26일 목요일 아침이다. 버릇처럼 달력 메모 란을 살펴본다. 10시에 노인대학, 11시에 6.25 참전 용사 초청 위안 잔치, 13시부터 16시 까지 노인 지도자 순회 교육 그리고 13시30분 부터 문학 아카데미 강좌 등 시간이 겹치면서 하루 일정이 빈틈이 없다. 물론 노인 지도자 순회 교육 말고는 내가 꼭 참석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청장과 함께 전화로 꼭 참석 해 달라는 주최 측의 부탁을 받았으니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겹치는 시간을 어찌 할까 궁리 중인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에 받았더니 보은 신문사에서 다음 주 원고를 낼 차례이니 늦지 않게 보내 달라는 얘기다. 신문사 원고야 얼마간의 여유가 있으니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 당장 일정을 어떻게 할까 그것이 문제였기에 우선은 노인대학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는 참전 용사 위안 잔치에 가게 되었다. 6. 25 참전 용사들은 모두가 팔순을 훨씬 넘긴 분들이기에 연배로 따지자면 한참 위의 형님뻘이지만 같은 전쟁 세대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목숨 걸고 나라를 위기에서 지켜낸 그 분들의 무공을 치하 드려야 마땅하겠기에 참석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점심식사를 함께하자는 주체 측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다음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행사 도중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미리 양해는 구해놓고 있던 터이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은 채 차에 오르게 되었다. 노인회에서 준비한 점심 식사를 대충 마치고는 노인 지도자 교육장소인 문화원엘 가니 개회식을 막 시작하려는 참이어서 뒷자리에 앉아 있는데 휴대전화 진동 신호가 오기에 받아 보니 문학 아카데미 강좌 교실에서 빨리 와 달라는 이야기이다. 문학 아카데미 강좌 교실은 보은 문인 협회 주관으로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수강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오늘이 그 두 번째 시간이다. 노인 지도자 교육도 지금부터 시작 인데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궁금하기도 하여 강좌 교실로 이용하고 있는 도서관엘 가니 문인협회 사무국장님이 난처해하며 하는 말이 오늘 강의하기로 약속된 모 교수께서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아직 오지 않고 있고 연락도 되지 않으니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나보고 대신 강의를 맡아 달라는 애기다. 너무 갑작스런 이야기에 난처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여서 준비도 없이 어떻게 강의를 하겠느냐고 하였더니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기에 나도 어쩌지 못하고 구원투수 노릇을 할 수밖에 없어서 그런대로 한 시간 강의를 마치고는 다시 노인 지도자 교육장으로 돌아오니 마지막 시간이 진행 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되었지만 또 내일은 어떤 일로 바빠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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