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보청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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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청천처럼~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4.06.2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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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읽고 싶은 책들의 양상들도 현저히 달라짐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TV에서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영상이 소개되었다. 저런 광활한 곳을 가보는 사람보다 못 가보고 죽는 사람이 얼마나 더 많을까 생각하다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도 가만히 앉아서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외형적인 강자의 편일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학창시절에 적어놓은‘내가 읽고 싶은 책’목록에는 유학의 오케스트라중 하나인‘중용’이 첫머리에 씌어 있었고, 그 다음이‘아직도 가야할 길’이 있었다. 중용은 공자의 손자인 자사의 저술로 유교사상을 통합 완성하는 데 기여를 한 책이지만, 나는 원본을 읽을 만한 여유와 도량도 없는 것일까. 아니면 격변하는 현세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은 덕목이거나, 균형과 조화를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마음의 고향이 새삼 그리워졌을까. 엉뚱하게도 젊은 인문학자가 재미있고 쉽게 쓴‘행복한 중용’에 빠져들고 말았다. 오로지 명예나 권력을 위해서라면 해서는 안 될 일들이 예사롭게 자행되는 이 시대에, 따끔한 채찍으로 다가오는 구절들이 참 많다. 여기서 개략적인 뜻만 비춘다면 `中`이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고, `庸`이란 평상(平常)을 뜻한다. 삶의 과정에서 정도나 원칙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최적 가치를 찾는 게 중용이라 하였다. 서로가 극한상황으로 대립하는 것들이 연결점을 찾고 그것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중용이라고 씌어 있다. 중용의 어의는 `가운데인 상태`이지만 그 가운데란 공식적이고 변함이 없는 중간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다. 예를 들어 두 아이가 다투고 있다고 치자. 두 아이 중 어느 한 아이를 두둔하거나 한 쪽으로 기울어서는 안 될 것이며,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거나 시비의 원인을 따지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더 이상 싸움이 되지 않도록 두 아이가 더욱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조화롭게 엮어주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중용의 도(道)라고 가르친다. 교사를 경악내지는 절망시키는 놈과 다시 손잡아 일으켜 주는 놈이 공존하는 우리 교실의 풍경, 조화와 균형의 이치에 가까이 가려고 보이지 않게 노력하는 수많은 교사들로 인하여 오늘도 아름답다. 청아하고 신선한 화음으로 머리를 맑게 하는 시냇물 소리도 들쑥날쑥한 돌멩이가 공존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예쁘고 똑같은 돌멩이만 강변에 널려 있다면 결코 맑고 조화로운 소리를 창조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머니처럼 날마다 전전긍긍하며 슬픔에 빠지기보다는,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이 대치함으로써 벼가 자라고 화초가 꽃피고 산천초목이 싱그러워지는 것에 더욱 기뻐해야 할 것이다. 성경에서도 나와 이상이 통하고 나를 사랑하는 자만 사랑한다면 그게 무슨 뜻이 있으랴 ~ 고 가르친다. 미운자와 생각이 다른자를 포용하여 모든 이들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조화로움이며 중용의 이치가 아닐까 싶다.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새로운 수장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관계의 회복이 절실한 6월이다. 극한 상황 양면성에서 어느 한쪽을 개조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너와 나의 조화로움을 찾는 데 혼신을 다하여 할 것이다. 오랫동안 노사간, 빈부간, 지역간의 갈등으로 흔들렸던 국가공동체 미래의 혼란스러움이 결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고 새로운 기대를 걸어보는 요즘이다. 왜냐하면 누가 이끌어 가느냐보다 어떻게 조화롭게 엮어 가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지평선을 만나기 때문이다. 갈등과 모순마저도 끌어안으라고 시사점을 던져주는 중용의 미학은 작게는 修身에서 크게는 治國에 이르기까지 균형과 조화를 아름답게 적용할 때 탄생할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물길을 저항없이 받아들이고 정화시켜서 맑은 화음을 내며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저 보청천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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