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어린이날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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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린이날을 보내며....
  • 김종례 시인
  • 승인 2014.05.2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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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눈물을 바라보며 또는 눈물의 바다를 통감하며 모두의 가슴이 얼룩졌던 가정의 달 오월이 어느덧 하순으로 접어들었다. 진록빛 치맛자락 사이로 모란 한송이 기지개 켜며 나른히 피어나고, 실핏줄까지 탱탱히 물오르며 우리를 품는 숲이 올해도 어김없이 만삭의 몸으로 다가왔다. 희망의 빛깔을 축복처럼 뒤집어 쓴 초록의 반란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사에 오염되지 않은 아이들을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듯하다. 가정의 달 보배로운 날들이 잰걸음으로 훌쩍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린이주간에 조회대에 올라가서 아이들을 향하여 물었다. <여러분,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은 왜 정해졌을까요?> 중학년쯤에서 손이 번쩍 들리며, <네. 선물 받으라구요> < 즐겁게 보내라구요>. <훌륭한 사람 되라구요> 고학년쯤에서 한아이가 의젓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하기사 이런 가정의 달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양 올해도 인터넷 사이트마다 상품판매 경쟁이 치열했던 한달이 아니었던가. 어찌하다 이런 뜻 깊은 날들이 선물하는 날로 인식이 되었는지 참 모를 일이기도 하지만, 컴퓨터만 열면 무진무궁한 선물 꾸러미 사이트에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모님의 가슴에 손수 달아주던 카네이션 대신 꽃바구니를 배달하고, 전화문안 카톡문안등 새로운 효도문화가 등장하기도 하는 참으로 편리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첨단 글로벌 시대를 이끌어갈 만능주의 인간을 기르기 위해 부족함이 없는 도술의 시대는 이렇게 천안통(天眼通)과 천이통(天耳通)이 다 열려 있어서, 어디서나 가만히 앉아서 지구상의 어느 곳이라도 들여다보고, 소식을 듣고,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비행기, 고속열차, 개인 헬리콥터, 인공위성 등으로 하루 안에 언제든지 어디라도 가 볼 수 있는 축지법(縮址法)도 필요 없는 초고속 교통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천지개벽하는 도통의 시대를 산다고 해서 우리 아이들마저 도술만능의 인간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만능의 인간이 되려면 만가지의 체험과 만번의 행보와 만번의 시행착오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이와 부모는 행복한 인생을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세상은 참 그래야 한다. 토끼처럼 산등성이를 올라가다가 잔꾀를 부리는 아이도 있어야 하고, 오리처럼 물 속에서 갖은 재주를 부리며 천상을 누릴 줄 아는 아이도 있어야 하고, 비비배배 종달이처럼 언제나 흥겹게 노래하고 재잘거리는 코메디같은 아이도 있어야 하며, 때로는 교사를 쓰러뜨리는 천진난만한 개구장이 아이와 쓰러진 교사를 손잡아 일으켜주는 속 깊은 아이가 공존해야 한다. 이렇게 어느 한가지 분야에서 특출한 달란트와 특기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을 전 과목을 모두 잘하고 전인적 도술 인간으로 사육하는 것은 어른들의 착각내지 욕심이라 할 수 있다. 산에서 뛰어 다녀야 행복한 산토끼보고 오리도 되라하고, 물속에서만 천상을 누릴수 있는 오리를 산으로 내좆으며 산토끼도 되라고 하며, 욕심을 부린다면 영원히 불행한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옆집 아이와 비교하기보다는 어제보다 잘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내일은 더 잘 할 것이라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한 어린이는 이 세상의 그 누구와도 비교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되기 때문이다. 농삿꾼들이 농업용수를 찾기 위해 땅 속 여기저기 시추를 해 보는 것처럼, 어릴적부터 여러 가지 체험을 통하여 자기만의 은혜의 달란트와 저만의 능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유도하고, 개개인의 재능을 발굴하여 육성해 줄 수 있는 체험학습의 둘레길과 인성교육의 텃밭으로 아이들을 안내하여야 할 것이다. 신록의 창가에서 청아한 울음소리 한 모금 내뿜는 파랑새가 기다려지는 아름다운 계절! 올해도 어린이날을 다시 보내며, 우리 모두의 진정한 행복이 도래할 수 있도록 파랑새 같은 어린이상을 정립하고 교육의 본질인 홍익하는 사람을 육성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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