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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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여신
  • 이흥섭 실버기자
  • 승인 2014.04.1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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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는 쉬지 않고 달려 벌써 4월도 중순으로 접어든다.
잡을 없는 세월 정원에 하얀 목련이 정조를 지키는 여인처럼 흰 소복 차림에 깨끗한 모델로 자랑하듯이 피어 화신에 여인을 연상하고 보는 사람들에 눈길을 끌더니 하룻밤 찬 서리에 까맣게 타버린 목련 어린 안두향이 12살 어린나이에 이왕에 숙청 7개월 들고 이왕이 떠난 후 여신의 정조를 지켰다.
이왕이 별세했단 통보를 받고 22세 어린나이에 수중 열사 된 여신처럼 겨우 하얗게 피어난 꽃잎이 하룻밤에 타버린 모습을 볼 때 너무도 안타까웠다. 열사에 화신여인이 연상되었다. 머지않아 청치마로 단장하겠지 솔향기 그윽하고 연산홍의 몽우리가 터지는 언덕배기 계절 꽃으로 가슴을 채우며 밟아온 나의 안식처 무뚝뚝한 부부애로 맺은 정은 일제강점기에 17~18세 어린나이에 만난정이인간의 세월 속에 87~88세에 황혼이다.
화가 나면 천둥 번개 같고 마음 풀리면 화란춘성 같이 서로가 뜻을 모아 살아온 세월 속에 일편단심 민들레로 오토바이로 보문산 청남대 화양동 경북으로 해서 문장대 중년 나이에 휩쓸고 다니던 시절 이제 추억에 조각들이 마음에 일기책으로 남아 숨 쉰다. 이제는 가까운 속리산이 동학터널로 가면 5분거리 점심을 먹고 해거름에 속리산에도 벚꽃이 피었나 가보자기에 너무 늦었다 하니 아직도 충분하다며 가자하여 동학터널을 거쳐 속리산에 가서 보니 벚꽃은 몽우리지고 깜깜하였다.
칼국수 할매집에나 가보자고 갔더니 할매와 할배는 보이지 않고 젊은 부부와 딸만 있었다. 부모님은 왜 안보이느냐니 할매는 병원에 가고 할배는 세상을 떴다했다. 참 인생이란 무상함이 절실하다. 밖에 의자에 앉아서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쳐다보던 할배가 세상을 떠났다. 쓸쓸한 속리산 전경을 둘러보고 저녁을 칼국수로 때우기로 하고 할매 칼국수를 찿아왔는데 나는 경로당에서 간식을 먹어서 못 먹고 두 식구는 칼국수로 저녁을 때웠으나 집에 남은 검둥이는 내가 안 먹은 칼국수를 봉지에 넣어서 가지고 집으로 오는 도중 동학터널이 아닌 말티재로 방향을 틀기에 동학터널로 가면 잠깐이면 가는데 왜 위험한 말티고개로 가느냐 해도 소용이 없다.
가만히 앉아 구비나 세어보라며 말티고개로 달린다. 88세 나이로 자기가 늙은이란 것을 잃어버리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내려가는 데는 더 위험하니 천천히 돌으라하니 걱정할거 없이 가만히 앉아있으라며 말티고개를 세었어 하기에 위험을 이기려고 한 고개 두 고개 쉬다보니 대궐터까지 내려와서 안도에 숨을 쉬었다.
숲속에 동상이 누구에 동상이여 하기에 세조대왕 동상이겠지 하고 장안으로 통하는 길 대궐텨 터널에 벚꽃이 만발하여 봄 행락에 마음을 사로잡게 한다. 속리는 깜깜한데 저 터널은 어디로 가는데야 하니 장안으로 빠지는데라 하며 바람 쐬러 나오는 것은 저런 것을 마음에 담으러 나오는거야 하기에 그럼 당신도 저 꽃을 마음에 담고 가서 보기만 하지 말고 시 한 수 써보라 하니 나는 구경다니는 것을 좋아해도 그런 위인은 못돼서 우리는 웃으며 오창동리 가운데로 해서 누청리로해서 집으로 돌아와 칼국수산 것으로 검둥이 저녁을 주고 텔레비전에 뉴스를 보았다.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나들이를 즐기는 남편에 심성을 해본다. 자식들이 중국여행 4박 5일 계림으로 갔던, 생각 제주도 세 번째 보내주어 갔던 생각, 다음에는 금강산을 보내준다기에 나이 많은 사람들은 위험하다 했다. 그래도 이북구경이라도 하면 되지요 하던 중 금강산길이 막혔다. 건강이라는 두 글자로 살다가 아픈 것을 모르고 딱 죽기를 기원하고 아이들이 엄마 아버지 살아계실 때 보라고 죽어 들어갈 때를 해놓았는데 남편은 날마다 한 번씩 가보기에 뭣하러 날마다 가보냐고 물었더니 남향으로 모든 것이 참 좋아서라고 했다. 우리의 건강이 소문이 나서 취재까지 왔다. 87세인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못하고 놀기만 하지만 부군되는 88세 그는 아직도 못한 젊은이보다 더 쎄다고 한다. 돈 많은 것 보다 건강이 제일이라고 말했다. 오늘일과도 무사히 동행했다.
/이흥섭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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