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리 바쁠까? 무엇이 바빠서 서두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남은 일을 얼른 마무리 하려면 요즘 내가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농사철이 되었으니 준비하려면 모두가 바빠져야 하는 것처럼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닐 텐데, 이 봄을 미쳐 반갑게 맞아주지 못했던 내게 대한 섭섭함 때문으로 반발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온난화로 인해서 봄가을이 짧아진다고 하는 말을 이 봄의 여신도 어디서 들은 까닭에 그래서 서두르지 않으면 이 4월이 가기 전에 할 일을 다 하지 못 할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러나 4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니 그래서 지금 내게 중요한 것은 오늘의 화창한 봄날에 아직은 순백한 목련의 해맑은 미소가 아직은 내 마음속에 남아 있고 내가 좀 늦게 반겼다고는 하나 이 4월의 봄은 여전히 나와 함께 있어 옛날과 같이 낭만을 꿈 꿀 수 있는 처지는 못 된다 힐지라도 여유를 생각하며 나만의 평안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정원을 조그맣게나마 빨리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일고 있는 것이다.
새로 지은 이 집터는 요즘 선호하는 전원 주택지 같이 높은 곳에 있어서 남향으로 되어 있거나 전망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지만 원래 이백오십여 년이 넘게 대대로 물려온 땅으로 아버지는 물론 나의 구 남매 형제들이 모두 이곳에서 태어났기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어서 내게는 값을 따질 수 있는 땅이 아닌데 남쪽으로 언덕배기가 있어서 이 터에 사시던 큰 형님 생전에나 작고하신 후 조카가 구옥을 철거하여 밭으로 경작 할 때에는 잡초로 덥혀 있어서 쓸모가 없었는데 내가 양도 받아 집을 짓기 위해 터를 닦을 때 언덕배기 아래에 석축을 쌓고는 굴삭기로 깎아내리고 정지를 하였더니 제법 괜찮은 정원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생기게 되었다. 집터 형편 상 북향집으로 지어야 본 떼가 나겠지만 그리고 아내와 의견도 조금은 상충되기도 했지만 출입구 만 북쪽으로 내여 남향으로 지었고 또 정원도 그 앞에 있어 다른 사람 누가 보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만의 공간 일 수도 있겠지만 목련도 한두 그루 심고 개나리도 석축 따라 심어서 내년에는 봄을 일찍 맞아 주어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옥천의 이원 묘목 시장엘 다녀왔다. 축제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축제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농원마다 쌓여있는 묘목들이 새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값은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아서 이곳저곳 다녀보다가 그래도 다른 농원보다는 싸다 싶은 곳에서 흥정을 하게 되었고 우선은 화단 주변의 경계와 울타리를 만들어 줄 쥐똥나무를 비롯해서 사과, 대추, 살구 등 유실수와 꽃나무 몇 그루 씩 사가지고 와서 심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은 서운 했어도 어쩔 수 없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수호신처럼 지켜 주던 주목과 회양나무 연산홍도 옮겨 심어서 이제는 정원의 모습을 조금은 엿 볼 수가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자리를 채울 곳이 많이 남아 있어서 상록수 몇 그루를 주문 해 놓았다. 이것들을 심고나면 아마도 내년 봄에는 새들도 찾아와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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