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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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조순이 실버기자
  • 승인 2014.04.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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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인간의 마음에 만물생사에 하늘이 내린 축복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를 위로해주는 사랑의 손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봄비가 내리면 겨우내 돌같이 꽁꽁 얼었던 대지가 풀리고 땅속에 겨울잠을 자고 있던 곤충들도 대지를 해치고 움츠리고 있던 몸을 일깨워 기지개를 활짝 켜며 일어나 앞날의 희망을 위하여 세상으로 박차고 나온다.
앞개울에 얼었던 시냇물도 도랑물도 졸졸졸 가사도 곡조도 없는 노래를 지정곡으로 제목도 없는 노래를 밤낮으로 부르고 중태기와 가재는 춤을 추며 장단을 맞추고 버들가지의 버들강아지들 시냇물 콧노래에 흥겨워 버들피리를 불러준다.
봄비가 내리면 겨우내 비가 오면 비에 젖고 눈이 오면 눈꽃을 피워 모진 눈바람에 지켜있던 검은가지에 산천초목들은 새희망 새잎과 꽃을 피운다. 화사한 봄볕을 따라 우리 인간들의 마음도 풀리고 새로운 소생과 희망으로 가슴이 부푼다. 푸른 마음과 몸으로 특히 봄여행을 많이 가게 된다. 은빛물결과 푸른 물결도 한결 더 푸르러 보이고 철썩이는 파도소리도 봄노내를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봄비라고 해서 즐겁고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때에 따라 차량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봄비가 내리던 그날 슬픔을 당하는 자도 있다. 봄비를 맞으면 하나의 우산속에서 사랑의 작별을 하는 자도 있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마음이 쓰린 자들은 봄비와 더불어 슬픔과 고뇌에 젖어 함께 눈물을 흘리고 나면 나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사람과 봄비 속을 화사하게 피어있는 도로 주변에 꽃내음을 실컷 마시며 걷는다면 그 시간이나마 새로운 소망이 살아날 것이다.
여름비는 우악스럽게 여름장마와 소낙비가 세차게 올 때가 많다. 그런데 봄비는 사뿐 사쁜 다가오는 새색시의 발걸음처럼 조용히 아침 창문을 열고 마당에 조용히 다가온다. 하늘에서 내리는 봄비는 담 넘어 감나무의 검은가지를 적셔준다. 그 감나무를 나는 날마다 마주 바라본다. 감나무는 한해의 희망을 언약하여 나무를 유혹하듯 가지를 흡족히 적셔준다. 너무 가벼워서 마른 나뭇가지에 쉬어가듯 머물며 밭의 과일나무 가지마다 빗방울이 맺힌 것이 마치 꽃이 핀 것 같이 앙증맞고 신비스럽다.
봄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왜이리 우울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나도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을만큼 심란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봄꽃은 화사하게 도로주변에 만발하였는데 내 마음은 아직 차고 녹아지지 않는다.
나에게도 봄은 있는가. 아득히 멀리 떠나있는 나의 꿈과 포부와 희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은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슬프고 고달픈가를 느끼게 된다. 자꾸만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변해가는 육체와 정신까지도 서글퍼진다. 몸은 점점 무거워져 활동이 힘들지만 마음은 가져워 지는 것 같다.
인생은 구름처럼 봄처럼 살다가 구름이 머무는 것처럼 바람같이 가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 봄비 생명의 비가 내리면 봄을 알리는 첫 새싹 마늘과 파가 제일 먼저 고개를 들고 올라와 봄을 알리고 희망의 약속을 한다. 우리의 인생도 봄비처럼 부모슬하에 생명의 비가 내리면 생명이 생기고, 줄기가 생기고, 잎도 생기고 그리고 꽃망울이 되어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우리내 인생도 봄비속에서 살아나는 초목과도 같다.
봄비는 희망의 메시지다. 불안에 떨던 외로운 삶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밝은 내일을 바라보게 한다. 오랫동안 투병하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내가 더 아파했던 날들을 여자의 몸으로 묵묵히 감당해야 했다. 삶은 고통스럽지만 절망을 딛고 새처럼 날아야 한다고 스스로 참고 살아왔는가를 다시 생각해본다. 내 주위에 나를 지켜보고 팔과 다리가 돼주는 자녀들과 남평이 있기에 내가 꿋꿋하게 서 있는 것이다.
봄비는 하늘이 내리는 축복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나를 위로해 주던 사랑의 손길인 봄비처럼 부드럽고 포근한 눈빛과 다정한 목소리를 결코 잊을 수 없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숨쉬며 살아있음을 행복하게 느끼며 사는 것이 인생이다. 내가 힘들고 슬프고 괴로울 때 다정하게 달래주던 어머니의 그 목소리는 정녕 봄비처럼 느껴진다.
우리내 인생도 한 때는 비가 내리고 먹구름이 낄 때도 있지만 참고 견디며 살아가면 언젠가는 밝은 햇살이 우리를 밝혀줄 것이다.
하늘의 축복과 믿음을 안고 사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희망을 잃지 말고, 즐겁게 살면 검은 구름이 걷힐 날이 올 것이라고 믿고 각자의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야 할 것이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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