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우일신우(日新又日新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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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신우일신우(日新又日新又)
  • 시인 김종례
  • 승인 2014.04.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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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동으로 인하여 달라진 상황이 많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조석으로 달리는 출퇴근길의 운치를 꼽을 수 있겠다. 연중행사로 다가오는 꽃샘추위의 야속한 심술놀음도 잠깐사이 지나가고, 밤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도 보내면서 산넘어 남촌의 꽃소식이 전파를 타고 제비처럼 날아드는 요즘이다. 밤새 핀 백목련이 가슴에 돌팔매질을 해대는 요즘이다. 출근길에는 히터를 틀어가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창문을 활짝 열고 남풍을 안고 다니는 퇴근길이다. 금관리 옥수정 부근에서 급기야 산수유 꽃망울이 터진지도 한주가 넘는다. 봄의 전령사답게 노오란 손수건을 흔들어주며, 아름다운 은근한 꽃빛을 온 몸 속으로 받아들여 정화하라고, 무심하게 뒹구는 낙엽더미를 헤치며 어두운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새싹들에게 끈기를 배우라고, 자연의 섭리를 새삼 가르친다. 새까만 아스팔트만 바라보며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나에게 보청천 실버들도 하늘거리며 손짓을 해댄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애절하게 몸서리치며 무어라 하소연을 하듯이.... 마지막일거라고 생각했던 부정적인 요소들을 시원하게 날려주는 그 연한 연둣빛! 옥화대 산모롱이 구비구비 돌아서니 아니나 다를까? 바윗틈마다 빼곡이 숨었다가 신열을 삭이며 혼불로 피어나는 진달래의 연분홍빛이 나를 멈추게 한다. 그리고 며칠 후면 새 홑잎들이 앙증맞게 입을 내밀며 아침햇살에 하나하나 깨어나 미풍에 흔들릴 것이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두꺼운 암막커튼을 옆으로 밀어붙이고, 창문에 달라붙어 있던 뽀뽀기를 하나하나 걷어내는 재미도 참 신선하다. 한 장씩 떼어낼 때마다 겨우내 가리웠던 창밖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온 집안 구석구석에도 훈기가 스며드는 요즘이다. 하늘과 땅과 산천초목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육신의 눈으로는 뵈지 않던 신비한 자연의 기운이 우주의 기운과 연결되어 날마다 새롭게 깨어나는 요즘이다. 우주만물을 깨워놓고 겨우내 움츠리며 곤고했던 내 안에 어두움도 깨워주고 있다. 나도 한낱 우주의 원소이기 때문이리라! 어제는 학교 잔디밭 빈 공간을 찾아서 듬성듬성 꽃 잔디도 심었다. 며칠내로 학교 울타리에 개나리가 뒤덮이면, 아이들은 새로운 꿈에 부풀어 노오란 병아리처럼 연신연신 재잘거릴 것이다. 느긋하기만 하던 자연이 올해는 저리도 서두르는 바람에, 사람들도 덩달아 허겁지겁 느닷없이 분주한 요즘이다. 반복되는 일상의 덫에 걸려서는 저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봄볕을 채 누리지도 못하며...
시인 <조이스 킬머>는‘아름다운 자연은 오직 하나님만 만들 수 있는 권리이고 능력이지만, 작은 나무 하나도 바라보며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건 인간의 특권이지만,일상의 마술에 걸려서 우주의 신비와 감동을 노래조차 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다.
지난주일 예배후에 목사님의 광고말씀이 다시 귓전을 때린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사순절 특별 새벽기도에 참석하시어 몸과 영혼이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절의 은혜를 맛보아 아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우주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봄날에 소망의 새벽을 알리는 부활절이 들어 있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 봄날에 아이들이 설날처럼 새 학년을 시작하는 건 또 얼마나 의미있는 일인가! 아이들은 연둣빛 잎새들을 바라보며 살랑살랑 노래하고, 노오란 개나리 꽃잎처럼 팔랑팔랑 노래부르며, 제 꿈이 꼭 이루어질 것을 굳게굳게 믿으며 이 봄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모두의 가슴마다 약동하는 봄은 소망의 새로운 메시지를 날마다 안겨주고 있다. 이렇게 나날이 싱그러워지는 화창한 봄의 기운을 정성껏 포장하여, 보은신문 독자들에게 보내드리고 싶은 화기치상(和氣致祥)의 계절!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부활의 메시지가 스며들어, 화목한 기운이 보은 지역 구석구석 뻗어나서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소통과 화합의 역사가 일어나는 따사로운 4월이 되기를 소망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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