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읍 용암리 김금예 할머니
3년전 남의 집 일을 하러 갔다가 도로변에 식재된 꽃이 하도 예뻐서 꽃씨를 받았다. 그렇게 해서 모은 꽃 씨가 수가지 종류. 2월 경 고추 싹을 튀우는 것처럼 그동안 모은 씨의 싹을 틔웠다. 그리고 포트에 고추 묘 모종하는 것 처럼 꽃묘를 모종했다. 꽃샘 추위에 얼어죽을까봐 보온에도 철저를 기했다. 밖에 내다 심어도 뿌리를 잘내리고 살 것은 좋은 날씨를 골라 마을 들어오는 입구에는 꽃밭을 만들고 진입로에는 꽃길을 조성하고 하천변에도 마을안에 공한지라는 공한지는 모두 꽃으로 장식했다.만발한 꽃을 늘 보며 생활하는 마을 주민들이나 가끔 용암리 앞을 지나는 외지인들은 그곳을 가면 마음이 흐뭇하다. 흡족하다. 여유롭다. 보은읍 용암리에 거주하는 72세된 김금예 할머니가 꽃을 가꾼 이야기다. 3년전에 자식하나 남겨주지 않고 야속하게 먼저 세상을 뜬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김금예 할머니는 꽃을 가꾸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녀의 분신이 된 꽃길을 가꾼 이유에 대해 묻자 "보기가 좋잖아요. 그냥 풀만 무성하게 자라는 것보다 얼마나 좋아요"하고 웃기만 한다.
자그마한 키, 치아가 빠져 웃으면 하회탈같이 친숙한 눈매, 햇빛에 그을린 구릿 빛 피부의 볼품없는(?)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지만 고운 꽃향내를 우리에게 주었다. 꽃을 심을 곳마다 일일이 풀을 뽐고 주변을 정리한 다음 비오는 날을 골라 우비를 입고 2km정도가 되는 길에 꽃묘종을 하느라 몸살을 앓기도 했다. 시멘트위에도 흙을 파서 올려 꽃을 심었을 정도다.
뿌리를 땅에 내리지 못해 잘시드는 꽃을 위해 김금예 할머니가 하는 일은 늘 물주는 일, 풀이 난 곳마다 김매기를 해주는 것이다. 김 할머니에게 고마움의 선물로 노인회에서는 전화기를 설치해줬고 청년회에서도 할머니께 고마움을 표시할 계획이라는 것. "병들지 않고 죽지않으면 해야죠"라고 말하는 꽃순이 처럼 어여븐 김금예 할머니. 정말로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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