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봉사활동의 즐거움이 내 인생의 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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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랑·봉사활동의 즐거움이 내 인생의 활력소”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12.26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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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옥자(72·속리산면·보은군노인대학 23기 회장)씨
최근 노인층의 급속한 증가 속에서 단연 ‘노후생활 준비’와 ‘노년의 삶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가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이에 보은군노인대학(학장 김광태)에서는 두 명제를 놓고 ‘웰다잉 교육’ 등과 연계해 요양병원 견학과 관내 요양시설을 두루 탐방하는 등 노인대학생들에게 현장 견학을 실시했다. “1년간 가장 열심히 즐겁게 봉사로써 노인대학생들을 이끌어 온 배옥자 회장은 타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지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김광태 학장이다. 남편과 함께 30여 년 간 정이품송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자연사랑은 물론 독거노인 밑반찬배달하기 등 봉사활동과 조그만 점포를 운영하며 속리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따끈한 한잔의 차로 지역을 알려온 속리산지킴이로 활동해 온 그다. 이제 속리산거주 35년을 맞으며 자원봉사자로, 속리산지킴이로 2013년도 한해를 열심히 뛰어온 배옥자(72·속리산면 구병리길41)씨를 만나봤다.〈편집자 주〉

영어·한자 열심히 외우지만 잊는 괴로움은 고충
부산가덕도 출신인 그는 신체는 작지만 야물고 단단한 성정을 지닌 사람으로 23기 노인대학생 50명을 성실히 이끌어온 노인대학 회장으로, 자원봉사자로, 정이품송관리인으로 그 누구보다 인생을 활기차고 즐겁게 살아온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요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빼놓고는 모든 것이 즐거워요. 관광객들을 위해 생활영어가 필요해서 영어단어를 외우고 나면 뒤돌아서는 순간 잊어버리고 말아요. 배운다는 것은 무척 즐겁지만 이젠 공부도 내 뜻대로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껴요. 일상생활에서 써먹으려고 생활한자를 외우고 나면 그것도 까마귀처럼 금방 잊어버리곤 하니까요,(웃음)”

35년 관리하며 정이품송에 얽힌 일화 ‘수두룩’
“이젠 정이품송이 가족 같아요, 인연을 맺은 것은 남편이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나도 관리인이 돼었어요. 35년간 이 일을 해온 남편이 이제 80줄을 넘어섰으니 꽤 오랜 세월이지요. 손은 풀 등을 매느라 마치 나무 등걸처럼 거칠고 비틀어지고 보기 싫게 변했지만 마음만은 행복하죠. 그동안 정이품송 관리하느라 볼썽사나운 짓 하는 일부 관광객과 수없이 싸우기도 했어요. 들어가지 말라 해도 들어가서 사진 찍고, 훼손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그러나 정이품송에 지극 정성으로 치성한 사람이 소원 성취한 이야기들도 많았어요. 어느 날 강풍에 떨어진 정이품송가지를 주어다 땔감으로 쓴 사람이 아팠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만큼 정이품송에 얽힌 일화는 너무 많아…지금도 상판리 주민들은 다 아는 이야긴데 까마귀가 정이품송위에 앉아 울어대면 여지없이 이삼일 후에는 초상이 났어요. 그것을 알게 된 지 어언 20년이네요.”

35년 동안 정이품송가지 부러진 것 두 번 목격
둘 다 재혼으로 만난 박헌(82·황해도출신)· 배옥자(72·부산출신)씨 부부는 속리산연송자연환경 보전관리인이었던 남편과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35년의 세월이 훌쩍 넘어섰다.
“정이품송에 바친 남편의 노력이 무척 커요, 이곳이 관리보전지역이 되기 전에는 관리가 엉망이었는데 박정희 전대통령시절 보전지역으로 되어 그때부터 정이품송을 관리해 왔어요. 그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정이품송의 큰 가지가 부러진 것이 지금껏 두 번밖에 없어요. 한번은 박정희 전대통령 시해 당하던 그해였어요.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이 가지가 부러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시각이 오후 4시경이었어요. 또 한 번은 김영삼 전대통령 취임이틀 후 가지가 부러졌어요. 그 후 청와대 내에 걸려있던 정이품송 액자를 모두 내렸다고 전해 들었어요. 정이품송은 세상사 궂은일에서 경사에 이르기까지 일어났던 역사를 지켜봐온 산 증인이지요. 매년 환경보전관리인으로 지정 생활하다보니 이제는 일상사가 되어 오전에 출근하면 우선 마음이 편해져요, 남편에게 하기 어려운 말도 이곳에 오면 다 풀려요. 2년 전부터 문화재청에서 맡아 정이품주변 잔디 등을 깎고 있어요. 여전히 관리는 우리가 맡고 있어요. 남편은 바르게살기운동속리산위원장을 5년 정도 한 적 있어요. 돈 많이 든다고 다 내놓으라 했지요. 생각하면 정말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지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던 노인대학시절 너무 행복
“노인대학 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참 감사하지요.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많은 상식들을 알게 되었어요, 학장님이 정치, 경제, 사회 등 관련된 것들은 모조리 스크랩하고 사설 등을 복사해 읽어주고 이해시켜 주셔서 무척 고마웠지요. 그리고 일단은 나를 위해 화장하고 옷 갈아입고 노인대학에 가는 것이 외롭지 않고 일상의 즐거움이더군요. 어쩔 때는 가슴이 막 설레기도 하고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것도 좋고, 강사들 이야기도 귀에 쏘옥 들어오고… 무척 좋았어요. 노인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무언가 허전해요. 내년에는 청주에 있는 노인대학에 다닐 계획인데 실천이 잘 될는지 모르겠어요.”

20년 해온 독거노인 밑반찬 전달·목욕봉사 행복바이러스
“또 하나 내 인생을 보람되고 행복하게 해준 것으로는 20년간 해온 독거노인 밑반찬 전달하기 봉사이죠. 현재 최숙희 회장을 필두로 밑반찬을 만들어서 매주 목요일 10여 가구에 전달하고 있어요. 가장 행복할 때는 목욕봉사하고 나서 점심대접 후 ”참 깨끗하고 잘 먹었다“라는 인사말 해줄 때 그처럼 행복하고 보람 있을 때가 없지요. 그러나 이처럼 봉사활동을 하려니 집을 자꾸 비우잖아요, 남편이 너무 자주 집을 비우는 것을 이해 못 할 때 마음이 너무 힘들어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수십 년 된 자모회장모임도 즐거움 한 몫 합니다. 아이들 키울 때 시작했으니 꽤 오래된 모임이지요. 만나서 서로 위해주고 살뜰히 챙겨주니 지금껏 깨지지 않고 외국여행을 통해 안 가본 곳 별로 없을 정도죠.”

막내아들 패션전공 이태리유학 보낸 것 인생 보람
“지금 생각해도 인생에 보람을 느끼는 것에는 이 일을 해오면서 막내아들을 이태리 유학시켰어요. 남편이 함께 일을 할 때라 가능했어요, 한때 남편이 중국, 일본 등을 통해 배워온 이침을 통해 사상체질 관련, 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환자로 인연 닿았던 분들 중에는 강원래, 홍녹기, 이경제 등 지금은 유명 인이 된 사람들이 상당수 있어요. 현재 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막내를 4년간 이태리 유학시키는 동안 힘도 많이 들었어요. 당시 등록금이 2천여만원정도였으니까요. 건물하나 짓는 정도가 들어갔지만 힘 있을 때 자식위해 일한다는 것이 모든 부모의 보람이 아닌가요.”
생애 마지막 염원도 신체기증을 통해 아픔 없이 행복함을 맛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우리 이웃 배옥자 할머니를 통해 역시 행복의 근원은 사랑 나눔 실천과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의 모습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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