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말께 각 마을 경로당 회장님들과 함께 동해안 쪽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일찍 찾아온 추위로 철 늦은 여행은 되었어도 날씨만은 쾌청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 올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나를 행복하게 하여준 것은 낙산사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풍경도 좋았지만 그보다는 사찰 입구에 있는 “당신이 있어 행복 합니다”라는 제목의 시에서 / 먼 길을 떠나 새로운 인연에 감사하고 / 함께하는 인연에 감사합니다. /로 시작 되는 “시문처럼 새로운 만남의 인연에서 즐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주문진 어시장에 들르게 되었다. 나도 생선을 조금 사가지고 갈 요량으로 몇 분과 함께 시장을 두루 구경하면서 한 가계에서 고등어를 몇 마리 사려고 주인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옆에서 어느 분이 우리를 데리고 온 회장님이시니 한 마리 더 드리라고 하자 마음 착해 보이는 여 주인은 그러면 남는 것이 없다며 난처해하기에 남는 것이 없으면 나는 충청도 보은의 정을 남겨 드리고 갈 터이니 강원도 인심이이라도 덤으로 담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더니 그렇게 말씀 하시면 제가 거절 할 수 없잖아요, 하면서 더 크고 좋은 것으로 바꾸어서 봉지에 담아 준다. 싸게 사려는 의도로 한 말은 아니지만 주인의 호의가 반대급부로 되돌아옴으로 함께 있던 일행들도 서로 사겠다고 하여 고객들과 주인 모두의 즐거운 거래가 이루어졌으니 이런 것들이 일상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란 생각도 해 보게 되었다.
강원도 인심이 담긴 생선 봉지를 들고 주차장에 오니 90년대 인기 그룹의 멤버였다는 어느 가수 하나가 기타치고 노래 부르며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 하고 있었는데 일행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모르게 그 녀가 부르는 발라드 멜로디를 따라 부르게 되었다. 선행을 빙자한 잘못 된 모금 행위도 가끔은 있어서 사적인 모금 활동은 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지금 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 이토록 열심히 노래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평안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주고 있다면 이 사람은 정말 순수한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라는 믿음에서 조금을 성금 함에 넣었다. 고개 숙이며 눈짓으로 감사의 뜻을 전하는 그녀와 고개 숙여 답례하는 나 사이에 한마디 말은 없었을 지라도 서로가 감사하는 이 새로운 작은 만남도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 또 하나의 시간이 되었다.
또 한 해가 나를 떠나려 하고 있지만 금년 한 해 동안도 돌이켜보면 이렇듯 감사한 일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가족을 비롯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나를 사랑해 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내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고 있고 또 지금도 변함없이 나도 이 자리에 서 있으니 무엇보다 감사 하고 이렇게 감사 할 수 있도록 지켜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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