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키우는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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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키우는 시절
  • 종곡초등학교 교감 이영란
  • 승인 2013.12.0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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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와 인내를 갖고 생활하신 인생 선배님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생각하는 방식과 생활의 촛점을 어디에 비중을 많이 두는 가에 따라 과거를 먹고 사는 사람, 현재를 먹고 사는 사람, 미래를 먹고 사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좀 더 이야기 하면 과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은 지나간 일만 되새기며 발전이 없고, 현재를 먹고 사는 사람은 당장 발밑만 보고 살기에 발전이 없고, 미래를 먹고 사는 사람은 꿈만 쫓는 사람이라고 말들을 하지만 이렇게 단정 짓기에는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고, 현재가 있기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과거, 현재 미래가 균형 잡힌 삶이 가장 좋은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꿈 많은 여고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필자는 보은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였다. 모든 것이 낯설고 시골티를 벗어나지 못하여 항상 수줍어 말 못하던 시골 소녀는 도시 생활을 적응하기에 너무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 해 보면 여고 시절이란 얼마나 행복하고, 생기있고, 꿈이 있는 인생의 황금기였던가?
하이얀 뾰족 칼라에 작업복 같은 바지 교복은 3년 동안 공부의 틀과 내 삶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수다시절의 절정기였다. 그 시절이 벌써 반세기가 지나 가을에 동창이라는 울타리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
먼 산을 바라보며 백합꽃의 시를 지어 읊어 주시고 ‘낙엽을 태우며’라는 수필로 우리 인생의 마지막에 향기를 품을 수 있는 생활이 진정한 삶이라고 강조하시던 국어 선생님, 수학시간에 머리 아픈 미분 적분을 가르치며 사회에서는 별 쓸모없는 수학이지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키우는 데는 수학이 최고라고 열을 올리시던 수학 선생님, 앞으로 너희들이 50대가 되면 집집마다 자가용이 있고 전화를 걸으면서 살 수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로 우리를 유혹했던 사회 선생님(지금은 현실이 되었지만) 여름철 교문 밖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의 냄새가 단잠을 깨울 때 이 세상의 모든 자연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생물을 전공해야 한다고 우리들을 유인(?) 했던 생물선생님, 앞으로는 영어를 잘 해야 글로벌 시대를 살아 갈 수 있다고 팝송을 들려주며 빨간 얼굴로 유명한 가수와 같은 이름이었던 영어 선생님, 생활관에서 큰절을 가르치며 공부를 잘 하는 여학생보다 마음이 예쁘고, 어른한테 공손한 여성이 되어야 가정이 화목하고 나라가 편안하다는 가정 선생님 등 모든 선생님이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던 40년전 여고생들!
누가 먼저라고 이야기 하지 않아도, 누가 지휘를 할 거냐고 묻지 않아도 흥에 겨워 함께 불러 본 교가는 사춘기 여고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갖고 앞날을 설계하라는 의미 있는 가사들로 타임머신을 타고 연꽃과 부레옥잠의 보라 꽃이 우리를 유혹하던 청명원의 호수로 날아가 소녀였던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얼룩새의 몸은 하나이지만 몸의 색깔은 수없이 많듯 사람 역시 몸은 하나이지만 마음의 얼룩은 얼룩새의 빛깔보다 더 많으니라’ 는 부처님의 말씀 같이 사회 곳곳에서 긍정적이고 활기찬 희망의 얼룩새들이 행복의 웃음을 마음껏 펼쳤던 동창들의 웃음소리가 귓전에 아련하다.
그래, 우리들은 행복의 웃음을 머금고 내일의 인재가 자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기만을 위한 행복이 아니라 이웃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사람을 만들어 급한 것 보다 소중한 것에 시간을 할애하여 더불어 사는 삶을 만드는 행복한 사람을 키우는 멋진 시절을 만들어 주어야한다.
자. 오늘도 작은 까페의 공간에서 할머니가 된 뾰족 칼라 여고생이었던 친구들의 알콩달콩 손자 손녀들 자랑하는 바보 할머니가 된 이야기로 또 한번 크게 웃고 떠들어 볼 시간이다.
아! 우리들의 행복을 키웠던 여고시절이 그립다. 가끔은 과거를 먹고 사는 인생도 괜찮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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