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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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 이재홍 전 재무과장
  • 승인 2013.11.2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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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눈이 내린다. 아마도 금년에 오는 첫 눈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 김장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서울 사는 동생이 내려와
형수를 도와 김장을 하겠단다. 전날 마늘까고 마늘찧고 무채 썰고, 배추 절이고 김장준비에 부산하다. 새벽이 되어 배추가 숨이 죽었는가 보러 들락거리는 아내의 발걸음이 종종거린다. 숨이 덜죽었다고 다시 뒤집는다고 동생과 함께 바깥에서 열심이다. 배추를 뒤집고 들어와서는 “ 눈이 내리는데 김장을 마당에서 해야 할까? 베란다에서 속을 뒤집을까?” 궁시렁대는 아내를 본다. 눈이 온다는 소리에 가만히 바깥을 보니 정말로 눈이 내린다. 아마도 다섯시는 되지 않았을까- - - -
여섯시쯤 되었을까해서 아내가 바깥에서 소리한다. 자기도 빨리 나와서 배추를 씻자고! 아내, 동생. 그리고 나 세식구가 배추를 씻다보니 이웃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한분 두분 오셔서 함께 배추를 씻어 주신다. 내가 사는 우리 골목은 정겨움이 넘치고 돈독한 우정이 함께하는 그런 곳이다. 우리 골목은 우리 고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한다. 내가 우리집에서 이웃들과 함께한 시간이 30여년이 된 것 같다. 그동안 희로애락을 함께한 이웃들이 자랑스럽고 고맙기 그지 없다.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이웃과 오순도순 살아가는 그 정겨움이 그려질 것이다. 이사를 간 이웃도 언제나 함께하고 싶어 매월 찾아오는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를 생각해 보시라.
이웃 아주머니들이 모여 마당 가운데 둘러앉아 우리 김장을 열심히 담가주신다.
첫눈이 오는날 김장하는 순호네 김장이 제일 맛이 있을거란다. 들어 기분좋은 말이다. 앞집 아주머니께서 오늘이 생신이란다. 축하한다고 모든분들이 덕담을 건낸다. 이야기하다보니 동생 생일도 내일이란다. 모두들 미리 축하한다고 덕담을 한다.
첫눈을 맞으면서 덕담을 나누는 정경을 상상해 보시라! 아마도 당신의 얼굴에도 언제인지 모르는 사이에 미소가 어려있다는 것을 아시게 될 것이다.
조치원에서 영업을 하는 친구가 고향집에서 김장을 해서 가져가겠다고 배추를 사달란다. 그래서 내가 아는 동생한테 부탁해서 배추를 사주기로 했다.
배추를 사러온다는 날이 바로 오늘이다. 사전에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집에서는 김장을 하는데도 나는 친구와 함께 배추를 사러 배추밭으로 향했다. 눈이 계속해서 내린다. 밭에 있는 배추가 보이지않을 정도다. 눈을 털어가며 배추를 딴다. 사고자하는 배추는 두접이란다. 배추 두접을 세는데 30여포기가 더 차에 실린 것 같아 그만 싣자고 했다. 배추농사를 지은 동생의 입장에서 였던 것 같다. 그만하면 친구에게도 충분하지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였다. 동생은 사전에 배추값으로 포기당 5백원만 받겠다고 했지만 친구에게 5만원을 더쓰라 부추겨 동생에게 건내주었다. 지난해와 비교해서 허탈해하는 동생의 마음을 위로하는 마음과 친구는 배추를 싸게 사지않았겠나 하는 마음에서다. 물론 내 이마음을 친구는 이해할것이라 믿는 마음도 함께 가지면서다. 집에오니 김장을 마치고 모두들 가셨다. 따뜻한 정을 담은 김장을 마당 가득히 남기고서- - -
고생하신 이웃 아주머님들께 감사한다.
김장준비에 바빴던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통에 담긴 것은 어머님 김장. 저 통에 담긴 것은 큰 딸, 저 것은 둘째딸, 저것은 처남네 김장, 몫몫이 사랑을 담아 놓여있다.
물론 이 사랑을 전하는 것은 내 몫이다.
김장을 냉장고에 저장하고 겨우내 먹으면서 고마운 이웃들의 정과 사랑을 느낄 것이다.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내린다. 인간사 오욕으로 그득한 이 세상을 하얗게 내면에 묻어 깨끗한 세상을 만들어 보려는 조물주의 뜻인지도 모른다. 한번쯤은 세상을 깨끗하게하고 싶은 조물주의 뜻대로 우리는 순백한 마음으로 이웃과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고푼 마음이 이는 것은 욕심일까?
김장을 담그며 서로간에 덕담을 건네는 그 정겨운 모습으로 살고싶은 것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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