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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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멋져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3.11.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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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가 끝난 빈들에는 스산한 바람만 지날 뿐 쓸쓸함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맑은 하늘 아래 남아 있는 단풍의 빛은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있었는데 비바람이 한차례 지나가면서 그 끝자락마저 떠나게 되고 겨울이 그 뒤를 따라와 남아 있던 노란 은행잎은 찬 서리를 견디지 못하고 바람에 흩날려 길가에 누어 버리고 말았다. 이렇듯 세월이 가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버린 계절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가을을 보내는 마음이 어느 때 보다도 아쉬운 것은 아마도 나목들과 함께 추운 겨울을 견뎌야 할 일이 걱정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 어느 날을 시월의 멋진 날로 삼아 여행을 하면서 차창을 스치며 비껴가던 따스한 햇살과 고운 단풍의 기억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으니 내가 늙어가는 모습도 이렇듯 아름다움을 남기면서 이 겨울도 함께하리라는 마음의 다짐도 해 보게 된다. 곱게 물든 단풍은 봄날의 꽃보다 아름답고 곱게 늙어가는 모습은 청춘의 젊음보다 아름답다고 한 어느 방송 진행자의 말처럼 늙어가는 것을 서러워하고 청춘을 돌려달라고 아무리 소리친들 소용없는 일이기에 세월을 탓하기 보다는 가을의 단풍처럼 곱게 늙어가는 모습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말이다.
며칠 전의 일이다 보은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몇 가지 물품을 구입 하려고 어느 건재상에 들렸는데 세분의 노인들이 들어와서는 서로 눈짓으로 무어라 하고 있으므로 건재상 사장님이 어떤 일로 오셨느냐고 묻자 그 중 한 분이 머뭇거리며 하는 말이 노인들이 어디 관광 여행을 하려는데 여비 를 찬조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주인이 일언지하 거절을 하자 머쓱하여 돌아가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공연히 마음이 언짢아지고 난감 해 하자 그 사장님도 민망 하였는지 내게 하는 말이 왜 어르신들이 어른으로 대접을 받도록 행동하지 못하고 자꾸 젊은 사람들 밑으로 들어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어른이면 어른답게 당당히 위에 계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맡겨놓은 돈 찾아 가려는 듯 말씀 하시니 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라고 한다. 찬조금을 주지 않은 변명인지 아니면 노인들의 처신을 나무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노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노인대학에서 당당하게 살으시라고 당부하고 온지가 불과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리고 노인들이 어른답지 못하고 왜 자꾸 젊은이들 밑으로 들어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라고 한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여행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그리고 그 분들의 처지나 입장은 잘 모르지만 만일 노인들의 부탁이니 조금은 들어주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에서 체면 불구하고 나선 것이라면 또 설령 그렇게 모금하여 경비를 마련 한다 하더라도 이는 분명 노인들이 각성해야 할 문제이다.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되자” 라는 것이 대한 노인회에서 추구하는 노인의 상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어떤 경우이든지 절대로 비겁하거나 비굴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늙게 되면 사회에서 소외 되고 주변에서 밀려나기 마련이라고는 하여도 그래도 노인은 스스로가 물러날지언정 자격지심으로 밀려나지는 말아야 한다. 노인이 자존심마저 잃는다면 무엇으로 살겠는가?
당신 멋져, 이 말을 들으면 누구나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의 이 말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려는 말이 아니라 서로를 격려 해주는 말이며 어느 모임의 자리에서는 서로가 외치고 화답하는 축배의 구호이기도 하다. 즉 당당하고, 신나고, 멋있고, 져주며 살자, 라는 뜻에서 그 머릿자를 딴 말이다.
노인 들이시여 “당신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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