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열정, 사물의 이치 섭렵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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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지 않는 열정, 사물의 이치 섭렵한 시인"
  • 보은신문
  • 승인 1999.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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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보건소 이양순씨 등단
꿈길을 가듯 떠돌다 뿌리를 내리고 조그맣고 순한 풀꽃 한송이라도 꽃피우기 위해 시를 쓰는 사람. 계간 『시·시조와 비평』여름호에 「수족관 앞에서」외 3편이 당선돼 문단에 등단과 함께 시인이 된 보은군보건소에서 임상병리사로 근무하는 이양순씨(42).

휑한 눈 비단잉어/ 물길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수족관 바닥에 누어 있다/ 일어나 그만/ 일어나 오르거나/ 목 뒤채이며/ 흘러가는 먼 강물 소리에/ 귀기울인다.
실핏줄 타고 흘러가는/ 꿈 같은 강물을 베고/ 누은 비단잉어가/ 물방울 가득 토해내는/ 수족관 앞에서/ 나는 서성이며 전한다/ 가, 어서 가고말아라/ 자태 고울수록 시른 끈 놓고/ 혼빛 사리마저 가져가라
깨어지는 물방울/ 같은 저 안개꽃

위의 「수존관 앞에서」라는 작품은 이씨가 시를 쓰고자 하는 욕망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대표적인 당선 작품이다. 이번 이씨의 시를 평가한 심사위원들은 "고른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많은 습작경험을 거쳐온 것으로 보인다" 면서 "폭넓은 시야로 사물을 바라보는 투시력과 투명한 이미지의 결구력을 통한 구상화에 성공하고 있어 앞날을 기대하게 한다"고 심사평을 밝히고 있다. 이씨는 20여년전 광주보건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 시를 쓰기 위해 많은 책과 씨름을 시작했다. 85년 9월 공채 7급으로 합격해 보은군보건소에 근무하게 되었고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이씨의 마음 한구석에는 시에 대한 생각이 가득했다.

이씨의 시에 대한 애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남편 이청산씨(42)는 체계적인 습작을 해보라는 권유와 함께 청주과 학대학 문예창작과 입학원서를 접수해 줄 정도로 든든한 후견인이었다. 이씨의 작품이 당선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직장으로 꽃다발을 보내면서 축하해 준 남편이지만 이씨는 지금도 이런 남편에게 한번도 고맙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항상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을 시를 쓰는데 부담이 되었지만 이제는 남편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의 창작은 가정과 직장을 오가는 모든 공간이 그의 서재가 된다. 이씨가 근무하는 방사선실은 14년동안 창작의 공간이었으며, 책상에 놓여진 노트북과 창문틀에 자연스럽게 꼽힌 책들은 언제라도 창작의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이씨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자신이 전공과목외에도 청주대학원에서 환경생물학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도전의 연속이다.

그가 20여년동안 꾸준한 습작 활동과 직장과 가정, 그리고 학교를 오가면서 경험하는 사회나 사물의 이치를 섭렵할 수 있는 폭넓은 시야를 키우게 되었고 이제 시인이라는 또하나의 호칭을 얻게 된것이다. 이씨는 전남 나주 출생으로 보은 장신에서 동갑내기 남편과 아들 이지성(13)군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으며, 현재 행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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