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미곡종합처리장 통합 후 부작용도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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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미곡종합처리장 통합 후 부작용도 속출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3.09.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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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편 통합 후 진통을 겪는 지역을 찾아
청주시 출범 후 ‘청원생명쌀’ 브랜드 난제
청원지역은 지난 2008년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합했다. 청원생명쌀을 국내 대표 브랜드쌀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군 협조아래 야심차게 출범했다. 통합 이전에는 2004년 등록된 청원군의 대표브랜드인 ‘청원생명쌀’만도 4개 농협에서 각각 출시했지만 통합 후엔 단일포장재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통합에는 청남, 오창, 오송, 내수 등 RPC를 보유한 4개 농협과 RPC가 없는 지역농협이 2억 원 이상씩을 법인에 투자했다. 그러나 내수농협과 미원농협은 재고량 증가와 판매부진에 따른 적자에 힘입어 지난 2011년 통합대열에서 빠져나왔다.
지난해 청원생명쌀은 6년 연속 대한민국 로하스 인증을 받은데 이어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브랜드쌀 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정부와 소비자단체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고품질 브랜드쌀 평가에서 ‘러브미(Love米)’ 인증 마크를 7번이나 획득하는 등 브랜드쌀의 명성을 쌓았다.
청원군은 고품질 쌀 생산을 위해 우렁이 종패 양식장 4곳을 통해 계약재배 농가에 소요되는 우렁이 100t가량을 전량 무상 공급하고 있으며 계약재배농가의 소득보전을 위해 1㏊당 40만원을 지원, 농가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군과 농협은 종자공급부터 생산관리, 유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리하면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청원생명쌀을 매주 1회 이상 품위 검사하고 월 1차례 이상 품종 혼입 여부를 검사하는 등 특등급 이상의 완전미만 출하해 소비자들로부터 청원생명쌀=고품질 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100여억원을 투입해 지난해 준공한 청원군 오창읍 생명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의 통합미곡종합처리장도 브랜드 명성을 높이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연간 3만t의 벼 처리능력을 갖춘 통합RPC는 이물선별기를 비롯, 색채선별기, 자동포장 로봇, 고품질쌀 전용생산라인 등 60여종의 최첨단 기계장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근 수도권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청원생명쌀이 외면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보도된 지역신문에 따르면 통합 첫해 청주, 대전, 천안, 제주 등 전국 곳곳에 청원생명쌀만 취급하는 10여 곳의 전문판매점이 문을 열었지만 최근에는 수도권 지역 청원생명쌀 판매비율이 전체 대비 3.5%에 그칠 정도로 판매가 감소 추세에 있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서울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명 백화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청원생명쌀이 지금은 홈플러스와 농협하나로마트 등 일부에서만 취급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원생명쌀 26%가량이 청주권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청원군 11개 출자농협에서도 판매비율이 최저 0.19%에서 최고 1.67%에 그치고 있으며 청원생명 브랜드에 대한 안정적인 판로확보가 보장되지 않아 재배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는 보도다. 특히 내년 7월 통합 청주시 출범 후에는 청원생명 브랜드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면서 청주 청원 미곡종합처리장 통합 및 생산관리 단일 시스템이 시급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산군농협쌀법인은 ‘미운 오리’
예산군농협쌀조합 공동사업법인은 RPC시설의 노후화로 고품질 쌀 가공에 대한 한계를 통합으로 경쟁력을 갖추고자 했다. 또 보관시설 규모가 작아 쌀 품종별 보관이 어려운 실정인데다 이로 인해 혼합곡이 발생하면서 2007년 예산군 8개 지역농협이 100여억원을 출자해 설립했다.
통합 초창기 고품질 쌀 생산과 판로 확대를 위해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운영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법인 설립 후 5개월 동안 회원 조합간의 기득권 주장과 의견충돌로 일부 조합이 탈퇴선언을 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정부자금을 쓰기 위해선 농협 통합RPC 채무자로 하되 지분에 참여한 각 회원조합 이사회로부터 연대보증행위 의견서를 징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농협이 연대보증을 해주는 선결조건으로 조합안배, 대표이사제 폐지, 간부직원 감축 등을 요구, 파열음을 내더니 운영에도 미숙함을 드러내고 있다.
주원인은 사업적자에 따른 손실보전과 수매값 때문. 예산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2010년 결산 총회결과 10억9600만원 적자가 발생했다. 판매실적은 2009년 353억원을 달성해 2008년 매출 340억원보다 12억원이 늘었으나 이득은 내지 못하고 적자폭만 키웠다. 특히 농협RPC는 적자를 예측하고 2009년산 추곡수매가격을 낮게 책정해 농민들로부터 공분을 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RPC 적자분 10억9600만원은 출자농협이 지분율에 따라 손실을 메꿔 결국 농민조합원의 손해로 돌아갔다는 거센 항의가 잇따랐다. 당시 농협RPC는 적자원인에 대해 생산량 증가와 시장시세 하락은 수매물량이 많은 농협통합RPC가 더 많은 손실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예산군 RPC통합 농협 중에는 보관 중인 수매 벼 사고가 나면서 현직조합장과 조합장이 몸담고 있는 농협이 변제 금약을 놓고 원고와 피고로 나뉘어 법정소송을 벌어지기도 했다. 또 농협RPC의 판매물량이 2010년 2만9850t이던 것이 2012년에는 1만6228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2012년산 추곡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투자와 관심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암통합RPC는 돈 먹는 하마?
영암군 농협통합RPC도 적자누적과 경영난에 눈총을 받고 있다. 영암군은 지난 2008년 영암군 관내 회원조합이 36억2800만원의 설립 출자금과 국·도비 포함 군 예산을 지원 받아 RPC 2개소와 DSC 5개소의 사업장을 통폐합해 영암군 농협 쌀 조합 공동사업법인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2009년 4억1000만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010년 4억9000만원 등 만년적자로 회원조합들의 손실부담금과 출자가 이어지고 있는 등 RPC경영적자 논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돈 먹는 하마로 전락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매년 적게는 1~2억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추가 부담을 지속하고 있는 등 지역농협들의 자산이 통합RPC로 세고 있어 경영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비와 군비 등 27억원을 투입, 고품질 쌀 브랜드 시설 현대화와 택배비 지원 등 각종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적자 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조합원들은 새로운 경영체제로 체질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통합RPC 측은 이와 관련 “시설현대화 사업 등 무리한 고정투자로 감가상각 등으로 매년 적자가 뱔생하고 있다”며 “고정자산투자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부여농협RPC 검은 돈 거래로 부실 초래
부여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대형 유통업체와 결탁해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수억 원 상당의 벼를 빼돌리거나 단가 조작수법으로 수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직원과 뇌물을 받은 대형 유통업체 바이어가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은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벼를 빼돌린 부여통합RPC 직원 4명을 배임수재 및 특경 배임증재,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를 도운 5명을 배임증재 및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했다.
직원은 담보제공 없이 특정인에게 쌀을 외상판매하거나 벼를 빼돌리는 등 대형업체 납품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기 위해 14억 상당의 뇌물을 바이어에게 건넨 혐의며 대형마특 직원은 조합직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쌀 구매 단가조작을 통해 자신의 업체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합직원들이 담보제공 없이 쌀을 외상 판매해 약 90억원에 이르는 미수금이 발생했지만 대부분이 회수가 곤란해 조합의 부실운영을 자초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내수농협 민병천 조합장
“통합보다 알뜰하게 운영하는 게 더 바람직”

-탈퇴하게 된 배경은.
통합 후 2년 만에 3억5000만원 적자를 봤기 때문이다. 미원농협은 2억 원을 투자해 2년 만에 1억2500만원 까먹고 7500만원 갖고 나왔다. 우리는 지분 17%를 갖고 들어가 3억5000만원 물어넣고 남은 지분을 갖고 나왔다. 합병에서 나온 후 2년 동안 정부지원을 못 받는 불이익이 따른다.
나는 통합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차라리 독립해서 알뜰하게 팔아먹는 게 손해를 덜 본다. RPC는 조합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보은농협 곽 조합장은 사람이 아쌀하고 잘 한다. 나는 도정공장을 30년간 했다. 도정에 대해서는 훤하다. 독립해서 혼자 해야지. 통합하면 보은도 물량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물량이 많을수록 물량을 치우고자 덤핑 들어가야 한다. 조금 사서 알뜰하게 팔아먹는 게 최고다.

-보은의 RPC 통합에 대해.
통합하면 서로 떠넘긴다. 둘이 하나가 되면 싸운다. 특히 남보은농협은 당장 시설 수리비가 35억 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보은농협은 수리가 돼 있다. 급한 쪽은 남보은이다. 보은읍에 RPC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보은농협은 단독으로 잘 하는 것이 낫다. 다시 말하지만 통합에 관여하지 않는 게 좋고 통합하지 않는 게 좋다.
농협에서는 RPC가 암적인 존재다. 왜냐하면 농림부에서 할 일을 농협에 떠다민다. 통합을 해도 농식품부에서 독립법인을 안 해준다. RPC를 통합하면 독립법인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조합원이 설립했다고 해 독립법인을 안 해주려고 한다. 농림부는 저희들 이득 되는 것만 자꾸 하려고 한다. 독립법인을 만들어줘 거기서 적자가 나든 흑자가 나든 뜯어 먹고살게 딱 넘겨주면 조합원이 손해를 안 보는데 농협의 법인이기 때문에 손해 보면 농협에서 물어줘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독립법인을 해줘야 손해를 봐도 농협에 의탁하지 않는다. RPC법인은 농협과 별개로 떨어져 내보내져야 하는데 농림부에서 그렇게 안 해주는 게 문제다. 농협에서는 합치거나 말거나 상관없다. 벼만 갖다 팔아먹으면 그만이니까.
농협이라는 것은 조합원의 실익사업에 목적을 두고 사업을 해야 되는 게 농협이다. 직원들 월급주고 조합장 봉급타가는 것에만 신경 쓰면 농협은 있으나마나다. 나는 12년을 해도 일 년 봉급이 5500만원이다. 무조건 조합원 실익사업에만 신경 쓴다. 장학금 1억 원 만들어 조합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하는 이유다. 농협에서 돈타는 것 집에 갖고 가지 않는다. 앞으로는 조합장이 봉사하는 조합장이 되어야한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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