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조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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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조건1
  • 회남초등학교 교감 김종례
  • 승인 2013.08.2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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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도 중반에 접어들면서 가정행사가 한주에 세 개씩 몰려들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치르는 아버님, 어머님 기일예배와 가족들의 생일이다. 시부모님 생전에는 두분의 생신이 보름 간격으로 있었는데, 돌아가시는 것도 한 주간에 다 돌아가셨다. 거기다가 두 분의 생신과 두 분의 기일 한 가운데에 남편의 생일이 들어있다. 올해는 폭염이 푹푹 찌어대는 여름방학 한 주간에..... 우리집의 행사는 참으로 기이한 것이 많다. 무엇보다도 아들 딸의 생일이 하루 차이다. 하마터면 두 애가 같은 날 태어날 뻔했다며, 바쁜 엄마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라며, 주변에서는 별일이라고 해마다 한번씩 웃어넘기곤 한다. 그리고 동서의 생일과 남편의 생일이 같고, 동서네 안사돈과 시모님의 생신날이 같은 것도 별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딸이 제 오빠보다 먼저 취직도 하고 출가를 하여 오빠의 마음을 괜시리 섭섭하게 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번에도 형제들이 모여 <아이구, 딸에게 수수팥떡을 먼저 주고 아들은 찌꺼기를 주니까 안그래요?> 하면서 한바탕 웃어 넘겼다. 그 첫 번째 행사인 아버님 기일예배를 드린 후, 그 이튿날 아침부터 갑자기 소화불량이 찾아왔다. 교사시절 잠깐 겪었던 위염을 제외하고는 그 동안 놀랍게도 소화기능이 뛰어나게 좋았었다. 가정행사가 겹겹이 남았는데 증세는 점점 악화되었다. 더구나 지난 늦가을에 결혼한 사위가 처음으로 참여하고 그 동안 불참했던 시누이까지 외국에서 들어왔다. 먹는대로 토하고 토하지 않으면 바윗돌에 짓눌린 듯 통증이 넘 심해서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보은병원을 다 돌아다녀도 안 되어 청주로 나가 위내시경, 복부초음파, 혈액검사등을 하루 종일 받았다. 진단결과는 신경성 위장염으로 판정이 났다. <오래 사는데 지장 없을듯 싶습니다. 아유, 얼굴 펴세요. 그까짓 위염을 가지고 왜 이리 죽을상에요?> 하는 내 또래 원장님이 야속하였다 <원장님, 금방 죽을 병도 아닌데 어찌 이리 고통스러울까요?> <참으세요!> 심히 나무라면서 현탁액을 비롯하여 약을 한보따리 안겨 주었다. 그러나 약조차 다 토해냈다. 물만 삼켜도 다 나왔다. 토하지 않으면 밤새 온 방을 헤맬 정도로 고통은 점점 가증되었다. 온 몸이 진땀으로 범벅이 되어 가슴을 싸안고 화장실과 침실을 오가며 실강이를 하던 열흘이었다. 체중도 일주일만에 4키로나 빠져갔다. 위통의 고통보다도 더욱 참을 수 없는 건 그 맛있고 시원한 음식들을 다른 사람들이 먹는 걸 눈으로 지켜보며 시중만 들어야 하는 것이다. 거기다가 자꾸만 먹으라고 권하니 정신적인 고통이 가증되었다. 하도 먹고 싶어서 아무도 몰래 간장을 손으로 찍어서 혀에 대었더니, 어머나! 이것도 꿀맛이라니...오죽하면 <여보, 나 암만해도 중대병 걸렸나봐. 바이러스나 아니면 전염병 같은거....>.하며 울음을 터뜨리며 멀리 계신 목사님께 전화기도도 받았다. 학교 일직도 돌아오는데 큰일이다 싶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내가 왜 그분을 잊고 있었지? 이까짓 가정행사가 뭬 대단하다고 세상적으로 몰입하여 그 분을 오랫동안 깜빡 잊고 있었다니! 급기야 오늘 아침, 이핑계 저핑계로 한참 못하던 새벽기도를 하러 가슴을 싸안고 예배실을 찾았다. 마침 목사님께서 타지에 부흥회 인도차 부재중이시기에 한명의 성도도 없는 예배실은 통곡하면서 울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냥 무작정 엎드려서 울었다. <하나님, 부디 이 위통에서 벗어나는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감당하기 무서운 고통이니다. 아버지!> 온 정신과 기력을 다하여 울부짖으며 기도하였다. 울다가 어설프게 엎드려 잠이 들었다. 갑자기 어디선가 은은하게 들리는 음악소리와 함께 울려 퍼지는 한마디의 메세지! <잘 먹고 잘 자는 은혜만 있어도 축복이니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 그래 내가 그 말씀을 잊은 지 얼마이런가. 그렇게 자격연수에 심취하여 욕심도 부려보던 봄날에, 가정행사에 얽매어 세상적으로 시간을 다 소모한 여름날에, 직장과 가정을 오가며 늘상 하던 일에 몰두하면서 그 말씀을 잊고 산지 몇 달이런가......<빌어먹을 힘만 있어도 축복입니다> 하시던 어느 목사님의 말씀과 유사한 성령님의 메세지가 다시 들려왔다. <아버지, 감사합니다. 저에게 깨달음을 다시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의 부족함과 미흡함을 용서하시옵고 위장의 기능을 다시 회복시켜 주시옵소서. 앞으로는 세상적인 일에 심취하거나 몰두하여 아버지의 영광을 가리우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어느덧 부우연이 동창이 밝아오며 새벽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바윗돌에 짓눌린 가슴의 통증도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지면서.......밥 한 톨 못 삭인지 꼭 열하루만의 일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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