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인터뷰>
수로에 빠진 어린송아지 구한 ‘80대 수호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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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로에 빠진 어린송아지 구한 ‘80대 수호천사’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08.1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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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부면 구암리 이철환(84)·손영선(80)씨 부부
탄부면 구암리에 사는 이철환(84)·손영선(80·연변출신)씨 부부는 10여 년째 함께 게이트볼을 쳐온 운동커플이자 소문난 원앙부부다.
지난 15일 새벽 5시 30분 경, 손 할머니는 운동을 나오다 1m60㎝ 깊이의 수로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린 송아지를 발견했다.
송아지를 살려야 한다는 급한 마음에서 사육 농가를 찾아다니며 송아지의 출처를 알아보는 등 긴급한 도움을 요청했다.
이 소식을 접한 김상배 구암리 이장은 4~5명의 동네사람들을 대동하고 수로에 빠진 송아지 구출 작전에 나서 1~1시간 30분 동안의 혼신의 노력 끝에 송아지를 무사히 구해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손 할머니가 수로 끝으로 버둥대며 물길을 따라 밀려가는 송아지를 막기 위해 수로 속으로 들어가 온 몸을 던져 가로막는 바람에 팔꿈치와 무릎, 손목 등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살다보면 어려운 상황이 늘 있게 마련인데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산다”는 손 할머니는 “앞으로도 살면서 어려운 일을 맞는 이웃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변이 고향인 손 할머니는 12년 전, 구구절절 사연을 안고 한국에 와 둥지를 틀게 된 동포다.
모국이지만 낯선 땅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거친 일도 마다할 수 없었던 손 할머니는 알게 된 한 식당에서 일을 하며 그 식당주인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인 이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구암리 마을 수호천사인 연변아줌마는 이제는 구암리 게이트볼 장에서나 마을에서나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사람으로 정평 나 있다.
언제나 마을에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두 팔 걷어붙이고 나이도 잊은 채 뛰어드는 성미의 소유자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억척스럽기보다는 곱상함이 풍겨 나오는 연변아줌마는 생물학적 나이는 80이지만 60대로 보일 만큼 건강하다.
그는 이미 5년 전, 지역신문을 장식했던 한 일화가 있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앞집 노인에게 중국서 배웠던 침술을 이용해 응급활동을 펴 주위의 칭송을 받는 일이다.
“늘 이웃과 함께 화목하고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살고 있다”는 이철환 옹은 오늘도 ‘연변아줌마’와의 애틋한 사랑을 꿈꾸며 구암리 게이트볼장을 누비고 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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