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풍경
상태바
콘서트풍경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3.06.13 1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에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있었던 조용필 콘서트에 다녀왔다. 조용필의 열성팬은 아니지만, 그의 노래를 좋아하고 그에게 늘 따라 다니는 국민가수와 가왕이란 말을 공감하고 있었기에 선뜻 예매를 하고 나선 것이다. 거의 한 시간 전에 도착한 것 같은데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인산인해였고, 도로변 2차선까지 주차장이 되어있었다. 우리도 주차를 하기 위해 많이 헤매야 했고, 거의 2km 지점에 파킹을 하고 걸어서 콘서트장을 갔다.
이미 와서 착석해 있는 사람들 사이로 지정된 좌석에 앉고 보니, 2층과 3층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며 기다리는 동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차츰 흥분되어 갔다.
드디어, 객석에 불이 꺼지고 모든 조명이 무대를 향해 있을 때,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내 가슴은 두근거림을 넘어 쿵쾅 거렸다. 연주가 들리고 차츰 무대가 열리며, 폭죽이 터지고, 가왕 조용필의 인사와 함께 그가 10년 만에 낸 정규 19집 타이틀곡 ‘헬로’가 흘러나왔다. 관람석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색색의 야광봉이 휘날리고 “오빠~”라는 소녀로 돌아간 중년 여성들의 외침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나 역시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참을 확 뿜어내며 동반자들과 함께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공연은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그의 히트곡을 한곡한곡 들려 줄 때마다, 관객들은 60대에도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한 가왕의 귀환을 뜨겁게 반겼다. 또 ‘원조 오빠부대’ 중장년 여성들은 물론이거니와 다양한 세대의 관객들이 어우러지며 경기장을 울린 가왕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빠져들었다.
목소리를 토해내는 조용필의 모습은 여느 아이돌 그룹 공연에 밀리지 않은 열정이었고,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뮤지션과 할 수 있는 깊은 교감으로 감동과 신뢰를 주었다. 무대의 조명이 화려했고 다양한 연출이 돋보였다. 중앙 무대가 분리되어 가운데로 와서는 한차례 노래가 끝난 후 팬들과 악수를 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려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소탈해 보여 아주 환호가 대단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려고 우린 좌석에서 일어서야 했다. 나이의 층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이렇게 모여서 열광하고 소리치고 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것이 진정한 팬들의 모습이구나 싶었고, 말 그대로 축제분위기였다.
2시간 반 정도를 공연하면서, 게스트 없이 쉬지 않고 30여곡을 열창했다. 두 번의 휴식의 처리를 아름다운영상과 목소리를 담은 뮤직비디오를 보여주었고, 초등학생들이 직접 불러 제작한 ‘바운스’ UCC와 노랫말에 맞춰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들과 “조용필 형님 사랑해요”를 외치며 하트를 날리는 모습들이 영상으로 흐르며 세대를 아우르는 조용필의 힘을 다시금 실감케 했다.
무대를 향해 노래를 함께 부르는 동안, 순간순간 2층과 3층의 객석을 돌아보면 야광봉을 흔들며 소리 지르고 하염없이 감격하는 모습의 물결도 볼만했다. 그리고 아줌마들 머리에 야광리본도 열정적인 분위기를 한층 올렸는데 우리 일행 중 한 분도 그걸 사서 공연내내 쓰고 있었다. 이런 콘서트의 분위기가 10대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공연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사진만 계속 찍는 사람을 보면서, 무엇을 보이기 위한 것인지 공연에 몰입할 수 없었던 것도 있었다.
공연을 보면서 아무리 소리를 크게 질러도 작은 것 같았고,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혼연일체가 된 느낌이었으며, 내 앞에 평소 아주 미워했던 사람이 있다 해도 아무 감정 없이 뜨겁게 끌어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슴속에 쌓여진 응어리가 확 풀리는 느낌으로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타이틀곡 ‘헬로’ 앙코르와 함께 ‘여행을 떠나요’로 흥겹게 마무리 지은 조용필 가왕은 건재했다. 40여년의 가수의 길을 걸으며 어느 덧 60대가 된 그가, 끝까지 지치지 않는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것에 대해, 존경심을 느꼈다. 그 동안 그에게 화려함만 있었을까? 때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좌절감도 외로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 세월의 깊이에서 나오는 그 성숙함을 보고 느끼면서, 잠자는 나의 감성을 깨웠고 아주 흡족한 힐링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