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하지 못한 갈등, 잃어버린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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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하지 못한 갈등, 잃어버린 가치
  • 나기홍 기자
  • 승인 2013.05.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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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지역발전 걸림돌 ‘공공갈등’ 못 넘을 산(山)인가

우리 보은군은 국가의 산업화 근대화로 1980년대 이후 지속되는 이농으로 10만을 넘던 인구가 급감 2012년 말 현재 15,577세대 34,438명의 인구로 재정자립도는 전국평균 52.3%를 크게 밑도는 13.2%로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은군GDP의 대부분을 농업에 의존하는 현실속에서 대학유치, 물류센터유치, 종합리조트조성, 대규모 국책사업, 대기업유치 등 공공개발을 통한 지역발전을 갈망하는 군민들의 염원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가고 있다.
이러한 군민들의 여망과는 달리 2012년 한해만 해도 ‘공공갈등’으로 인해 중부권호국원과LNG복합화력발전소 유치라는 보은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에 본보에서는 공공갈등의 원인과 해법을 마련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공공갈등’으로 날아가는 지역발전 기회
② 합의하지 못한 갈등, 잃어버린 가치
③ ‘공공갈등’해소로 호국원 유치한 괴산
④ 합의와 양보없는 기회는 없다.
⑤ 준비 없으면 실패는 반복된다.
⑥ 갈등을 넘어야 지역이 산다.

 

▲ 2005년 11월 초 방폐장 유치에 성공한 후 백상승 시장, 이종근 의장, 정종복 국회의원, 이진구 상임대표 등이 카 퍼레이드를 벌였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갈등하기 시작해 죽을 때까지 갈등하며 산다. 갈등을 잘 해결하면 돈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돈-즉, 사회적 비용이 날아간다. 한 해 동안 갈등으로 지불되는 사회적 비용은 300조원(2009년 삼성경제연구원)에 이른다고 한다.

공공갈등 해결 지역 발전의 동력
지방자치시대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은 항상 발생한다. 하지만 이를 잘 해결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노력은 사실상 전무하다. 공공갈등 예방 및 해결에 관한 법과 제도는 물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주민 학습이 부족하다. 갈등에 대한 인식부족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비례되어 연동하기 때문에 지방정부의 정책 추진에서 이익을 기반으로 한 찬반으로 나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란 벽이 높지만 공공갈등 해결은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군사정부 시절 배고픔을 넘기 위해 경제적 압축 성장으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했고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지도 20년이 넘었다. 대화와 타협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부족하고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가는 물론 지역발전에 큰 걸림돌이다.

화물노조가 극에 달했던 2006년 사회전반에 사회 갈등이 심화되었던 노무현 정부는 공공갈등에 관한 입법을 시도 했으나 국회에서 여야 합의처리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공공갈등예방 및 해결방안에 관한’ 대통령령이다. 전국 16개 시도에 소관 사무로 추진할 것을 지시했으나 전국에서 충청남도만 충남발전연구원에 상생협력갈등포럼을 조직하여 7년째 연구사업과 교육훈련, 현장지원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0년 충청남도는 갈등예방 및 해결에 관한 조례 제정에 이어 충남도내 15개 시군 중 11곳이 조례를 제정했고 나머지 지자체도 추진 중이다.

방폐장 유치로 경주시 3,000억 원 받고 매년 지방세 80억 원 챙겨

사회적 합의, 즉 공공갈등의 해소여부에 따라 그 지역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고 폐기되는 장갑, 헬멧, 공구 등 방사성에 노출된 것을 처리할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후보지를 찾는데 18년이 걸렸다. 87년 충남 태안군 안면도에 폐기물처분장을 비밀리에 건설하려다 뒤늦게 주민에게 발각되어 파출소를 습격하고 불태우는 등 공권력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한 후 포기했다. 2004년에는 부안군이 위도에 방폐장을 유치하려다 당시 군수가 서울로 도망했는데 분노한 군민이 돌을 던져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유치를 포기했다. 추진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몇몇 소수 인사가 참여한 의사결정이 문제였다.

정부(산업자원부)는 2005년 방폐장 후보지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공개 모집했다. 방폐장을 유치하는 지역에 3,000억원의 현금을 지원하고 연간 약100억원에 이르는 폐기물 반입수수료 지방세수입보장, 한국수력원자력발전소 본사이전, 양성자가속기사업 이전, 그리고 항만 및 도로개설 및 확포장 등 기간산업(SOC)에 약 2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태안군민들이 안면도 핵 폐기장 설치반대를 위한 궐기대회를 여는 등 강한 반대에 부딛혀 상처만 남긴채 유치가 무산됐다. 이 방폐장은 경북 경주가 유치했다.
국책시설만 잘 유치해도 엄청난 돈 된다
경주시 의회는 전국 기초자치 단체 최초로 재적의원 24명중 22명이 출석해 만장일치로 방폐장 유치에 나섰고 군산시도 전국 처음으로 방폐장 유치신청 동의안을 의회에서 의결하고 주민홍보 등 유치전에 나섰다. 투표참여자 중 경주시 89.5%, 군산시 84.4%, 영덕79.3%, 포항시 67.5%의 찬성률로 경주시가 최종 확정됐다. 군산시는 패배로 초상집 분위기였고 경주시는 축제 분위기였다. 폭탄돌리기식으로 18년간 해결하지 못한 방폐장 건설 후보지가 매듭됐다. 투명한 행정이 신뢰를 높였고 인센티브(Incentive) 전략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유치전으로 풀렸다. 경주대학교 에너지학과는 취업률이 94.1%(전국평균59.5%)로 높다. 월성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에너지관련 산학협력으로 맞춤형 교육이 주요했다. 경주시는 돈이 넘쳐나고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보은군이 유치에 실패한 호국원과 LNG복합하력발전소 두 개사업이 유치되었다면 일단 사업비만 1조 800여억원이 투입되지만 기회가 무산됐다. 이로 인한 유발효과 등을 계산하면 갈등으로 잃은 가치는 천문학적인 수치지만 ‘갈등의 벽’을 지혜롭게 넘지 못한 우리들 스스로가 반성해볼 일이다.
/나기홍 기자
이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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