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의 교정업무 바탕으로 선후배간 사랑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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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의 교정업무 바탕으로 선후배간 사랑 실천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05.02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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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김응분 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
재산을 아무리 많이 가져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정직 공무원으로 지난 2001년부터 12년간 고향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사재를 털어 매년 2회 4백만원의 장학금 기탁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모교는 물론 선·후배 간에 훈훈한 정을 전달해온 그 주인공은 보은여중·고 출신인 김응분(51·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씨다. 묵묵히 실천해온 그의 행적은 모교의 아름다운 작은 스토리텔링이 되어 또 하나의 선후배간 사랑의 학교 역사를 써가고 있다. 집안이 무척이도 가난했던 한 여학생이 학교와 사회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원동력으로 타지에 나가 꿋꿋이 성장하여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본란은 어쩔 수 없이 불우한 인생을 선택해야 했던 수용자들을 교화하는 교정직의 길을 걷고 있는 고향의 선배이자 후배인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여다본다.〈편집자 주〉

“여성의 적은 결코 여성이 아니며 발전위한 원동력 삼아야”
그는 지난 17일 보은군지역사회복지협의체 주최 여성리더교육을 위해 30명이 참석한 ‘희망아카데미’ 개강식의 ‘여성과 도전’ 강의에서 “‘여성들의 적은 여성이다’는 말은 남성들이 만들어놓은 말의 장막으로 결코 여성이 여성의 적이 아니며 서로 돕고 밀어주어 여성들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생활과 경제 등 생활의 이중고 속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이지만 자기발전을 위해 결코 기회를 상실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여성리더교육인 만큼 선배고 후배인 자리가 됐다. 그의 강의가 유난히 돋보였던 것은 사회경쟁력이 바로 그에게는 가난이 던져준 확실한 생존의 법칙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반으로 타지에 나가 획득한 결과는 오늘날 고향의 선후배인 여성들이 쟁취해야할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사회’로 발전시키기 위한 동력의 힘으로 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결연했다.

가난했던 집안형편으로 가고 싶었던 사관학교 좌절 맛봐
“지난 1982년 학교를 졸업하고 가고 싶었던 대학이 바로 사관학교였어요. 그러나 집안이 가난하여 원서를 내려했으나 써주지를 않았어요. 그래서 그냥 원서를 버려야 했던 좌절해야만 했던 순간의 그 시절이 기억납니다. 그래서 사범대학 원서를 쓰기로 작정을 했어요. 그런데 마침 학교 팸플릿을 통해 4년 장학금에 매월 3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는 학교가 눈에 확 띄더군요. 그게 바로 서울에 있는 중앙대였고 영문과에 들어가게 됐어요. 어려움 속에서도 작은 지원이 인생으로 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게 된 겁니다. 그래서 아주 미약한 힘이지만 모교를 통해 고향의 후배들이 스스로 발전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사회와 모교와 집안을 빛내기 위해 스스로를 연마해가는 좋은 도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학금 기탁을 시작했어요.”

대학장학금 받아 부모님에게 다시 용돈으로 받은 은혜 절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보은이란 내 고향은 가난하기도 했지만 수해로 모든 것이 쓸려 나갔을 때 집안에는 정말 남은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정말 어려웠던 시대를 살았어요. 교과서까지 쓸려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다 그랬겠지만 힘든 상황이었어요. 서울로 학교를 들어가서 기숙사에 들어갔어요. 오히려 장학금을 받아 엄마 갖다드리고 엄마는 또 용돈 하라고 주시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모두에게 받은 은혜가 생각나는 거지요. 고마움을 갖고 은혜를 갚기 위한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배경 없고 돈 없으면 오로지 실력만이 경쟁력” 노력 질주
“배경도 없고 돈도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실력만이 나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던 때였어요. 당시 행정고시도 준비하고 공무원 시험도 준비하고 닥치는 대로 준비를 했어요. 그래서 부모님 세대처럼 가난하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내 삶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오더군요. 꿈 실현을 위해 자급자족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험을 봤는데 그게 바로 교정직 시험이었어요.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교도소, 경찰서는 생소하잖아요. 과천청사에 서류제출을 했지요. ‘교도소가 어떤 곳인데 왔느냐’며 겁을 주더군요. 그러나 ‘남들도 하는데 뭐’ 하며 접수를 했어요. 그렇게 저의 교정직 인생은 시작이 되었어요.”
지난 1988년 4월 6일 원주교도소를 시작으로 교정직에 첫 발을 내디딘 그는 벌써 26년간의 교정직 베테랑이 됐다.

지난 1988년 원주교도소 첫 발령 악전고투 속 26년 흘러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한국이 잘 살게 되는 전환점이 되었어요. 이전에는 근무여건도 힘들고 근무시스템이 2부제로 24시간 근무하고 그 다음날 오전 9시 출근하는 식이었어요. 직원 부족으로 밤12~1시까지 연장 근무하는 악순환으로 상황이 무척 열악했어요. 연탄불도 갈아가며 대로는 경험미숙으로 수용자들에게 상처를 받아가면서 눈물도 흘렸어요. 처음엔 밥도 먹지 못했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여곡절 속에 혼란기시대, 흔히 양심수라 불렸던 굵직한 공안사범들과의 해우 등 다양한 경험을 겪으며 성장했어요. 학문적으로 실무적 시스템에 도전을 하면서 더욱 젊음을 태워보자는 다짐으로 법무연수원에 있었어요. 3년1개월 마치고 지난 2월 4일자 청주여자교도소로 왔어요.”

여성수용자 대부분 사회·가정적 인권침해 심각 인식전환 필요
“전국 수용자가 이미 4만5천명을 넘고 있어요. 수용자들을 위한 교정에는 많은 예산이 투입돼요. 이제는 그들을 보며 기쁨과 슬픔, 책임과 사명감으로 벌써 26년째로 접어들었어요. 도전의 연속이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가끔은 사회적으로 크게 터지는 탈옥사건으로 홍역을 치를 때도 있어요. 대표적인 예는 신창원 탈옥사건 같은 거죠. 우선 이런 사건이 나면 한국의 교정이 신랄한 비판 대에 오르게 되죠. 그러나 그들은 이미 여러 가지 잘못된 선택으로 만반의 준비를 통해 감행하므로 막는데 한계가 있어요. 그러나 최선의 교정 노력으로 많은 교정의 발전을 거듭해 왔어요. 이곳에 오니 여성수용자들의 인권이 사회적으로 미약하다는 생각입니다. 여성수용자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어요. 사회와 가정에서요. 이제는 여성들도 끝없는 인생도전을 해야 할 때 입니다. 지난 14일 비로소 박사과정 시험을 통과했어요. 처음엔 어림도 없었던 장벽이라 생각했는데 이젠 논문만 남았네요. 여성들도 이제는 장애물을 디딤돌로 생각하며 도전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지난 2001년부터 12년간 4800만원 ‘김응분장학회’에 기탁
보은읍 풍취리가 고향인 그는 가족으로 부모인 김흥식(75) 이자금(75)씨의 1남 5녀 중 차녀로 교직에 몸담고 있는 남편과 1남 1녀를 두고 있다.
“부모님에게 공부하라는 말 한 번도 못 들어봤어요. 그냥 알아서 하니 그런 말 할 필요없다고 언제 말씀하시더군요, 그게 바로 우리 부모님 교육관 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고향사랑 모교사랑 후배사랑을 적극 실천하고 있는 그는 매년 400만원씩 2013년 현재까지 모두 48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해 그의 이름을 딴 ‘김응분장학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처음엔 용기가 없어 이런 생각을 할 수 없었는데 용기를 내게 해주신 은사님이 계세요. 바로 김진한 선생님이세요.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던 것을 계기로 뜻을 밝혔는데 선뜻 응해주셨고 이런 용기를 주신 거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천성남 기자

◇경력·훈포상 ▲경력 1988.4.6. 교정계 입문(원주교도소), 1989.10.26. 청주여자교도소 개청요원, 1994~1995년 부산구치소 근무, 2006년 안동교도소 복지과장, 2007~2008년 청주여자교도소 총무과장, 2009년 홍성교도소 총무과장, 2010 1.1.~1013.2.4 법무연수원 교수, 2013.4.18 현재 청주여자교도소 사회복귀과장 ▲훈포상 1996.12.30. 법무부장관상, 2002. 6.29. 모범공무원상, 2007.7.4. 여성가족부장관상, 2009.5.25. 대통령표창(청소년주간 보건복지 가족부), 2009. 12.17. 법조봉사대상(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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