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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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길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3.04.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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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 속에 갇혀 있던 생명들로 땅이 요동치고 있다. 어떤 것들은 자취도 없이 땅 속애 숨어 있다가 새싹을 내는가 하면 어떤 것들은 맨 몸으로 눈바람 맞으며 추위를 견디다가 꽃눈을 틔운다. 저들이 어떻게 긴 겨울의 시련을 견디며 끈질기게 생명을 지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또 저들이 푸른 숲을 만들게 되고 그러면 또 다른 생명들이 그 속에서 보금자리를 얻어 새로운 삶을 이어가게 될 겻이다. 이 모두가 자연의 이치요 섭리이니 무엇이 그리 새로울 것이 있겠느냐고 하면 간단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생각 할수록 신비로운 이 자연의 모든 섭리 속에는 진리가 있고 또 그 안에 내가 있으니 나의 삶도 저들 속에 있는 것이라 생각 된다. 저들이 비록 동토 속에 갇혀 있어 자신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할지라도 때가 되면 싹을 내어 자신을 찾아가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완성 해 가는 그 변함없는 진리 속에서 나도 나를 찾아가는 삶을 배워야 할 것 같다.
어찌 생각하면 내가 나를 찾는다고 하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말이 되지 않는 역설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문제는 누구나 자신만이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임에는 분명 한 것 같다. 자신이 처한 환경과 여건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지고 있는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달라 질 수가 있겠지만 이 문제는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은 성현들의 가르침이나 철학을 말하고 나아가 자신의 종교와 신앙에서 찾으려 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것들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더 어렵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삶이란 복잡하고 어렵게 되면 더욱 어렵고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나는 노인 대학에서 어르신들께 지금까지 나를 잃어버리고 희생으로 만 살아 온 삶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를 찾아서 행복한 노년이 되도록 하라고 말 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이 분들이야말로 자신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스스로가 바보로 살아 오셨기에 오히려 행복하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보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구체적인 계획이나 목표도 없다. 그리고 원대한 꿈이나 이상도 가지지 않는다. 그러기에 하루하루 자기에게 주어지는 날들을 정직하게 살아감으로 자신도 알지 못하고 있는 행복한 삶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다.
예로부터 세상살이를 대하여 말하기를 인생은 나그네라 안개라 혹은 바람을 잡으려고 하는 것처럼 헛된 것이라는 등의 부정적 비유가 많아서 삶의 의미도 희석 되게 함으로 나를 찾지 못하게 하는 모순이 있다고 생각 되지만 그러나 고집이나 욕심에 얽매여 있는 마음의 사슬을 풀어주는 의미가 되기도 하여 결코 잘못된 표현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유행하는 노랫말처럼 내 인생이 고달프다 울어본다고 누가 내 맘을 알아 줄까마는 알아준다 한들 절실하게 같이 울어주는 것도 못 되고 또 누가 그 짐 대신 지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내게 주어진 인생을 정말 살아 볼만한 가치로 다짐하여 살아가야 하는 것이 주어진 숙명이라는 생각이기도 하다. 어떤 이가 말하기를 인생은 짐을 지고 사막 길을 가는 낙타와 같다고도 하였듯이 사람이 어찌 괴로움 없이 살아갈 수 있으랴마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역경을 통하여 삶의 터가 다져지는 이치를 알아가는 것이 나를 찾아 가는 길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어느 누가 김수한 추기경에게 묻기를 사람이 고통이 없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라고 하자 대답하기를 몸은 자라지만 마음은 자라지 않는 식물인간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였다 한다, 고통은 마음을 자라게 하고 영혼을 성숙하게 한다고 했으니 고통은 곧 정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영양제가 되어 주는 셈이다. 시간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은 내 몫이기에 내가 비록 무거운 짐을 등에 지고 사막을 걷는 낙타와 같은 현실 일지라도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으면 그로 인해 성숙해진 나의 영혼은 분명 나를 위로 해줄 것이라 믿는다.
인생이란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찾기 위해 인생이라는 고된 길을 가고 있지만 나를 찾는다는 것은 우선 나의 존재 이유를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 그들로 하여금 내 삶이 엮어 지듯이 나의 존재가 어느 만큼의 가치로 다른 사람의 삶을 엮어 줄지를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길의 지혜로운 여행자라 믿는다. 언제 어디서 이런 나를 찾게 되어 여행을 편히 마감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그러기 위해서 오늘도 나는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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