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혼(畢婚)! 그 홀가분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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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혼(畢婚)! 그 홀가분함에 대하여......
  • 서당골청소년수련원 원장 손진규
  • 승인 2013.03.0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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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혼(畢婚)!자녀들이 혼인을 끝냄을 의미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큰 아들의 결혼에 비해 둘째 아들의 결혼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루어졌다. 큰아들의 결혼식을 치룬지 7개월여 입춘을 앞둔 혹한 추위를 걱정 했지만 봄날처럼 따스한 날 둘째 며느리를 맞이했고 교편을 잡는 대학 후배여서 기쁨은 두 배가 되었으며 필혼의 후련함에 날개가 있었다면 하늘이라도 날고 싶었던 상쾌한 기분! 아들 하나에 딸 둘이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아들 하나 딸 하나 둔 집은 동메달, 아들만 둘인 집안은 메달순위에 없다는 유행어가 있다. 목메달 이라고 한단다. "딸 둘 둔 부모는 비행기 타고 해외여행가고 아들만 둘 둔 부모는 양로원 간다." 는 말도 있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이 식은 밥 신세가 되었으며 입양되는 아이들의 경우도 딸을 선호하는 현상이 너무 극렬하게 대조가 되고 있다고 하니 그래서 그랬던가 큰 며느리 임신소식에 온 집안은 축제 분위기였고 오는 7월 초순엔 손자가 태어난다. 아내는 손녀이기를 바란다고 큰며느리에게 입버릇 처럼 말했지만 난 솔직히 손자가 더 좋으니 시대감각에 뒤떨어지는 사고방식인가 우리 집은 목메달 이지만 두 며느리를 딸처럼 사랑하고 있으니 금메달 대접을 분명 받을 것이다. 지난 구정 때는 결혼 후 35년 만에 두 며느리와함께 해서 행복한 시간이 철철 넘쳤다. 큰아들 결혼이 늦어지면서 아내는 불면증, 허리 디스크에 가벼운 우울증 증세를 보였었는데 큰 며느리를 맞이하고부터 거짓말처럼 건강이 좋아 졌고 둘째 며느리를 맞이하였으니 입이 귀에 걸렸고 필혼의 기쁨이 이토록 풍요로운 삶을 만들게 하다니! 구정 전날 저녁 모든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나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어느 깊은 산골 집에 갓 시집 온 어린 새색시가 있었다. 하루는 새색시가 밥을 짓다 말고 부엌에서 울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본 남편이 왜 울고 있는지 물었다. "제가 밥을 태웠어요." 그러자 남편은 어린 아내를 위로했다. "미안하오. 내가 오늘은 바빠서 물을 조금 밖에 길어오지 못했는데, 물이 부족해서 밥이 탔나 보오. 순전히 내 잘못이오." 새색시는 남편의 말에 감격해서 더욱 소리 내어 울었고. 이 때 부엌 앞을 지나가던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이유를 물었다. 자초지종을 들은 시아버지는 "아니다. 이건 내 잘못이다. 내가 힘이 달려 장작을 잘게 패지 못했어. 장작이 크다보니 불이 너무 강해서 밥이 탄 게야." 남편에게서 이 소동을 전해들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달려와 "아이구 저런, 이젠 내가 늙어서 밥 냄새도 못 맡는구나. 밥 내려놓을 때를 알려주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하겠니. 다 내 탓이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며느리의 눈에는 소리 없는 감격의 눈물이 더욱 더 흘러내렸다는...... 모든 일을 내 탓으로 생각하고 서로 사랑과 배려로 우애가 돈독한 가족이 되자며 건배를 하며약속을 했다. 몇 해전 대학동기들 모임이 있던 날 여자 동기가 들려 준 이야기다. 장남인 아들이 결혼하여 며느리가 임신을 하고 서너 달이 지난 후 아들로 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들은 와이프가 임신하면 시어머니가 보약과 임신복을 선물로 보내오는데 어머니는 뭐하느냐?" 며 항의 전화를 받아 너무 황당했고 아들의 요구에 응했다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짓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임신한 며느리가 심한 입덧을 할 때 아내는 입맛에 맞는 매식을 하라며 며느리에게 송금을 했고 각종 반찬에 태교 중 금할 음식을 수시로 알리고 지난 주에는 태아 발육에 좋은 각종 비타민을 구입하는 열성을 보이고 최신시설의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기에 모든 경비는 예비 할아버지가 책임지기로 알렸다. 요사히 며느리의 태교는 상상 외로 정말 놀랍다. 태교 음악은 물론 사부인이 태교를 위한 동화책 100권을 보내왔다는 며느리의 자랑에 큰 아들 내외는 매일 잠자리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고 영어로 부부간에 대화를 한단다 . 매달 촬영한 태아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오며 큰아들은 며느리에게 3명의 아이를 갖고 싶다며 욕심을 부린다니 할아버지 노릇하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란 말이 있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독신자는 한쪽 날이 부러진 가위처럼 불완전한 존재"라고 했다. 우리나라 1인 가구가 25%를 넘어섰고 20~40대 독신 여성 중에 47%가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한단다. 많은 젊은이가 '혼자서도 얼마든 인생을 즐길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늘그막에 주머니 비고 가족 없으면 외롭고 고달픈 게 인생이다. 아이 대여섯 중에 한 명이 평생 혼자 산다니 당장 부모들 가슴이 내려앉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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