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에 밑반찬 배달로 사랑 전하는 80대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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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에 밑반찬 배달로 사랑 전하는 80대 봉사자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01.3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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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동 보은군 노인·장애인복지관 자원봉사자

봉사를 천직으로 알며 사는 사람은 나이와는 상관없이 건강과 행복이란 두 가지 선물을 부여받게 마련이다. 생살을 에일 정도로 수은주가 영하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이때 따뜻한 경로당의 아랫목을 뒤로한 채 5년 동안 나이 많고 외로운 소외계층 독거노인들을 위해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 주인공은 80대 노구를 극복하고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는 지천동(80·보은읍 삼산리 동편1길 29호)옹으로 노인장애인복지관 개관 무렵부터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일자리 사업이 끝났음에도 그는 여전히 밑반찬 배달서비스를 묵묵히 돕고 있다. 물론 자신의 승합차를 지입 해 운전을 해주고 있는 또 한 사람의 환상의 커플 자원봉사자인 박영(71)씨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현실 속에서 실천은 힘겹지만 고독한 노인들에게 밑반찬으로 사랑과 위로를 대신하며 말벗과 시장보기, 청소하기 등 일상적인 일을 돕고 있는 그를 통해 황혼녘 인생의 여정에서 봉사하는 삶이 가져다준 행복한 일상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 주〉

 

80대 노구임에도 병원치레 한번 해 본적 없는 건강 파
“전에는 밑반찬 배달을 가면 주인이 없을 때도 있어 그 집 부엌에 있는 그릇에 옮겨놓고 올라치면 돌아오는 시간이 2배나 더 들어 고생스러웠어요. 최근에는 그날그날 그릇회수를 하지 않으니 시간이 훨씬 단축될 수밖에요.”
보은읍 수정리 출신으로 보은삼산초(34회)를 졸업한 그는 80대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봉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고 있는 지천동 옹은 지금껏 병원치레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명쾌히 말한다.
“5년 전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처음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사는 맛이 나질 않아요.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그들은 자식은 있지만 등을 진 자식들로 인생의 황혼 길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그들을 찾아가 밑반찬을 배달해주는 일은 이제는 나의 일상생활이 되어 버렸어요, 이 일이 나에겐 가장 행복해요. 특히 요즘 노인들을 공경하지 않는 세태 속에서 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더욱 크게 드는 군요.”

근력 다하는 날까지 계속해서 봉사활동 해나갈 것
“봉사라고 말할 정도로 대단한 일도 아니어서 말하기도 부끄럽네요. 하지만 자식들 다 키워 시집 장가 보내놓고 부부만 단둘이 마주보고 있는 것은 너무 인생이 쓸쓸하잖아요. 그래서 시작한 일이고 물론 내가 일해서 내가 쓰는 것이지만 이 나이에 보람도 있고 마음도 꽉 차고 행복한 느낌 속에서 사는 일이 봉사 외에는 흔하지는 않지요. 평소 성격이 나에게 주어진 일은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어 더욱 그렇지요. 처음 복지관에서 했던 일은 그때그때 주어진 단역으로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역할 같은 것이었어요, 가만히 들어앉아 있으면 고민도 되고 그저 쓸쓸한 생각만 드는데 봉사를 하니 그런 것도 없어지고 너무 좋아요. 이 일은 근력이 다할 때까지 계속 봉사활동하고 싶어요.”

아내와 과일장사·노점상 등 막노동으로 1남 6녀 키워
“이제와 생각하니 변변한 직장한번 갖지 않고 노점상과 과일장사, 막노동을 해가며 1남 6녀를 키워냈어요. 과일 장사를 묵묵히 해온 아내 김사연(74)씨의 내조가 없었으면 감히 생각할 수도 없었어요. 그만큼 아내의 힘이 컸어요, 아이들도 하나같이 다들 잘하고 있어요. 아이들끼리 남매 계를 들어 오토바이도 사주고 TV도 사주고 호강하고 삽니다. 젊을 적 고생이 단 한 순간에 사라지고 가장 인생의 기쁨이 되고 있어요. 아내는 청주에 사는 막내 집에서 손자 돌봐주고 유치원 학원 등 챙겨주며 살고 있고 주말이면 내려와 나의 밑반찬 등 먹을거리 준비해 주고 다시 올라갑니다. 이젠 이런 일이 일상사가 되다보니 괜찮아요. 그 대신 아내자리가 휑하니 없으니 애꿎은 담배만 늘었지요. 하루에 한 두 갑 정도는 족히 될 겁니다.(허허)”

13가구 중 “고맙다”는 인사 겨우 두세 곳뿐 세태 반영
“밑반찬을 배달하러 나가보면 13가구 중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는 가구는 겨우 두세 곳 정도밖에 안돼요.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물론 인사를 받아서 맛이 아니겠지만 밑반찬을 배달하러 갔을 때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로 피로가 확 풀리거든요. 그러나 다 그렇지는 못해요.”

1주일에 3일 2시간씩 가정방문 말벗·청소하기 등 봉사
“밑반찬 배달봉사 외에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1주일에 3일(월,수,목) 하루 2시간씩 독거노인들을 가정방문하여 말벗도 되어주고 고민거리도 들어주는 등 인생의 친구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나보다 나이가 더욱 많은 노인들도 상당수 있어요. 더 외로운 노인들을 찾다보면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몸이 아파 집안일을 하지 못하는 집에 가면 청소도 해주고 일상적인 물건이나 시장보기 등도 해주곤 하지요. 주로 활동시간은 월, 수, 목으로 오전 2시간 씩 근무하며 수요일만 오전에 일 끝내고 오후에는 밑반찬 배달봉사를 나가고 있어요. 13가구에 두 팀으로 나눠 삼승면, 탄부면, 장안면, 보은읍이 활동구역이지요.”

27세에 간 늦장가로 내리 얻은 딸 여섯에 일곱째 득남
“젊었을 적에는 하고 싶은 일 먼저가 되다보니 장가도 늦게 가게 되었어요. 옛날에 27살에 장가갔다고 하면 만혼 아닌가요? 늦장가 가서 딸만 내리 여섯을 낳았어요. 마지막에 아들이 태어나 자식들이 일곱이나 됩니다. 요즘에는 애국자 소리들을 만 하지만 아이들 키우느라고 아내가 고생깨나 했어요. 이제는 지난 인생이지만 고생을 함께 한 아내가 늘 고맙고 든든한 버팀목 같은 것이 됐지요. 아이들도 다 자리 잡고 잘 살고 있고 부모에게 잘하고 그거면 됐지요. 크게 바라는 것 없어요. 몸 하나 건강하여 하고 싶은 봉사활동 할 수 있도록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환상의 커플 자원봉사자 박영씨 월남참전용사로 무료봉사
“7인승 승합차로 수요일 반찬배달을 나가는 환상의 커플인 박영씨는 월남참전 용사로 고엽제 환자이면서도 늘 저와 함께 운전을 해주는 무료봉사를 실천하고 있어요. 묵묵하고 말없이 실천하는 그를 보며 착실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처럼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몸을 사리기 전에 복지관에서 미리 사고위험에 대비하여 1주일 쉬면서 반찬배달을 하고 있어요. 가장 어려운 점은 반찬을 만들어주는 자원봉사원들이 점심시간에 시간을 맞춰주면 오후 1시부터 출발하여 오후 3시면 일이 끝나는데 오후 1시 넘어 반찬을 담아주면 출발시간이 한 시간 늦어져 배달시간이 오후 4시나 5시에 끝나게 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져 힘이 듭니다. 제발 협조 좀 해주셨으면 감사하죠.(웃음)”
그는 지난해 여름 그랜드웨딩홀 뷔페에서 지역친지들을 초청해 성대한 팔순잔치를 열었다. 자녀들이 마련 해준 그 팔순잔치가 그에게는 영원히 가슴에 품고 갈 따뜻한 마음의 선물이 됐다. 인생의 황혼 길에서 그를 가다리는 독거노인들을 위해 반찬배달과 가정방문을 하며 일상을 살고 있는 그는 역시 부자의 마음을 지닌 가장 행복한 자원봉사자임에 틀림없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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