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출발은 대화와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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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출발은 대화와 협상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3.01.10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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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이 올해 군정기조 제일의 덕목으로 제시한 것이 군민과의 소통이다. 정상혁 군수는 신년사를 통해 “많은 군민들을 만나고 현장을 방문하여 군민들의 건설적인 의견을 듣고 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은군은 일선공무원들이 주1차례 이상 마을과 세대를 직접 방문하고 11만4597건을 상담했다. 이 중 8501건을 해결했다고 한다. 주말에는 주민 1187명이 군수와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수치상으로 보은군은 어느 지역보다 군민과 대화가 잘 되는 지역임에 틀림없는데 소통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 눈치다.
돌이켜보면 2012년 보은군은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한해였다. 장안면 봉비리에 조성 중인 동부산업단지 전체 분양은 단비 같은 희소식이었다. 우진플라임과 군은 동부산업단지 입주를 위한 실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18년까지 보은 이전을 확정지어 부담을 털어냈다. 반면 농업법인 속리산유통은 문을 연지 3년 만에 간판을 내렸다. 속리산유통에 투자한 소액주주 348명은 보은군을 상대로 출자금 반환 소송을 벌여 원금의 15%를 보은군이 소액투자자들에게 지급하라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이끌기도 했다. 장안면에 유치하려던 호국원은 자진 철회했다. 보은군은 조성예산이 1200억원인 호국원이 들어오면 일감이 생기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공론조성에 실패, 국책사업을 따내고도 반납하는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1조원이 투자되는 LNG발전소 보은유치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열악한 지역경제를 생각하면 유치가 하나의 방안일 것도 같은데 반발에 지역이 소란하다. LNG유치반투위는 위민행정이 아니라며 군수 및 군의원에 대해 주민소환을 준비 중이다.
보은군은 여러모로 경제 여건이 힘든 상황이다. 재정자립도는 13%에 불과하고 인구도 매년 줄어 3만5000명이 채 되질 않는다. 65세 이상 노령의 인구가 30%에 가까울 정도로 초고령 사회다. 지방세 및 세외수입은 공무원 인건비(331억)의 절반도 안 된다. 보은산업단지는 분양에 실패하면 생산과 복지 등에 들어가야 할 수많은 예산을 이곳에 쏟아 부어야 할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어쩜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지역의 현안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사업들을 추진함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문제는 갈등 극복을 위한 문제해결 능력인데 그 첫 걸음은 대화와 협상이다. 다행히 정상혁 군수는 취임 초부터 소통을 강조해 왔다. “매월 둘째, 넷째 주말을 군민과 대화의 날로 정해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양방향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얼마 전 한 공무원의 퇴임식에서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고 싶은 일은 해야한다”는 정 군수의 발언이 구설수에 올랐다. LNG발전소 유치를 염두에 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듣기에 따라 일에 대한 열정이 앞서 강한 의지를 표현한 말로도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공인인 군수로서 부적절한 언급이었지 않나 싶다. 개인의 영달이 아닌 지역을 위한 일에 딴죽을 거는 주민이 혹시 눈에 가시일 수도 있겠지만 군수이기 때문에 이들 역시 껴안고 함께 가야한다. 상대가 자극받을 수 있는 말은 사태를 악화시키고 앙금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쟁을 거듭하더라도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최대한 포용하려고 애쓰는 소통의 모습을 보일 때 상대도 머리 숙이지 않을까.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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