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전통시장 내 명물 손 두부 사랑 ‘모락모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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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전통시장 내 명물 손 두부 사랑 ‘모락모락’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01.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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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한국 정착 6년차 베트남 새댁 ‘내 사랑 진경 씨’
‘희망찬 계사년 새해, 고소한 즉석 손 두부에 새해소망 싣는다.’

보은지역에는 200여 다문화가정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이들은 거점장소를 통해 고향의 그리움과 타국의 외로움 등을 서로 달래며 수다를 풀어놓기 일쑤다. 보은전통시장 내에서 남편이 운영하던 즉석 손 두부 기술을 익혀 활동하는 베트남 댁인 임진경씨 가게도 그들의 소통장소로 한 몫 한다. 남편과 시댁, 아이문제 등 시시콜콜한 생활 속 이야기지만 그들이 사는 이유이며 위로다. 본란은 내년 3월이면 한국에 정착한 지 6년차 되는 진경 씨의 고소한 손 두부 사랑이야기를 통해 꿈과 희망이 담긴 진솔한 삶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본다. 〈편집자 주〉


전통시장 내 명물 즉석 손 두부 지역민의 사랑 듬뿍
보은전통시장의 명물로 부상한 즉석 손 두부로 지역민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호치민 시 안지앙 출신인 임진경(30·호티끼우) 씨는 오늘도 ‘내 집 마련’의 큰 소망을 마음으로 되새기며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다. 따끈하고 고소한 즉석 손 두부를 기다리는 오랜 단골손님들은 20여분 기다리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아주머니, 20분만 다른 볼일 좀 보고 오세요.’ 라며 베트남 억양 섞인 서투른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베트남 댁이 오히려 정스럽게 느껴진다.”는 게 이곳 왕 단골인 양명수 중동리 부녀회장의 말이다.
5분도 채 안 돼 수한면 발산리에서 온 60대 초반의 두 아주머니들도 따뜻한 두부를 사기 위해 당연한 듯 기다리기는 매한가지다.
“아유, 이곳의 단골이 된 것은 벌써 한참 됐지요. 베트남 댁이 상냥하고 마음씨가 좋아 다른 사람들도 이곳에서 꼭 두부를 사가요. 명절 때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 뜨끈한 두부를 사간다는 것은 매우 힘들어요. 수일 전 부터 전 예약을 해야 한다니까요.”

국적취득 후 ‘임진경’이란 한국이름 받은 호티끼우씨
베트남 댁의 ‘임진경’이란 이름은 국적을 취득한 후 받은 순수한 한국이름이다. 온통 베트남 어로 씌여진 가게 앞 유리문 앞에 붙여놓은 식품 목록은 마치 ‘여기가 베트남인가’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베트남 소스나 요리재료 등 다양한 식품 300여 종을 중점 취급하고 있어요. 물론 직접 수입이 아니고 식품 수입하는 분들을 통해 물건을 받고 있지요. 이를 통해 베트남에서 온 친구들과 연락도 하고 알게 되는 계기도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가끔 모여 가정이야기와 아이, 남편, 시부모 이야기도 나눠요.”

베트남 댁 보물 1호인 막내아들 장래 꿈은 축구선수
베트남 댁 보물 1호인 올해 5세짜리 정완(보은동광초 병설유치원)이는 천방지축 협소한 가게 안이 자신의 놀이터다. 정완이는 “엄마, 아빠, 할머니, 형들 다 좋아요. 장난감을 갖고 함께 잘 놀아주어요. 유치원에서는 김해자, 조숙현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세요. 친한 친구는 창우, 태완이, 은정이예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장난감 갖고 놀기이지만 나중에 커서 꼭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운동으로는 달리기를 좋아해요”라고 의젓하게 말한다.

중고차매매상인 남편 박태용씨 등 한 지붕 가족 6명
베트남 댁의 한 지붕 가족으로는 보은자동차공업사 뒤편에 자리한 보은중고차매매상사(화물차 전문·보은읍 죽전리 46)를 운영하는 남편 박태용(49)씨와 친정어머니 정티김긍(53), 아들인 진완(고2), 창완(고1), 정완이 등 모두 6명이 알콩 달콩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두부가게를 도와주면서 따로 중고차매매상사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러나 아이가 어리다보니 남편이 먼저 오전 5-6시에 나와 가게를 열고 두부 만드는 일을 도와주니 무척 수월해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오전 8시쯤 나오죠. 두부판매로 온 가족이 행복하니까 너무 좋아요. 밤 8시 쯤 퇴근해 어떨 때는 무척 피곤할 때도 있지만 마냥 행복해요.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잘 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2-3년에 한번 꼴 방문 내 고향 호치민 시의 ‘안지앙’
올 4월에 베트남을 방문하고 온 베트남 새댁은 2-3년에 한번 꼴로 고향을 다녀온단다.
“내 고향은 호치민 시 남쪽에 위치한 안지앙으로 유명한 큰 절(조우록무삼)이 있고 양식장으로 유명해요. 생선 요리도 매우 발달해 있어요. 사람들도 많고 그러나 조용해 인기가 많아요. 친정아버지 호우떤리(53)는 조그만 배를 만드는 목공이세요. 4남1녀 중 제가 장녀다보니 남동생 4명을 아버지가 돌보고 계세요. 힘드시겠지만 잘 지내고 계세요,”

주 특기요리 김치찌개·등뼈해장국, 월남쌈밥·국수 등
베트남 댁이 한국요리 중 가장 잘하는 요리는 김치찌개와 등뼈해장국으로 다문화센터의 방문교사들이 성심성의껏 가르쳐 주고, 이웃 아주머니, 인터넷으로 배운 요리기술도 한몫해 주 특기인 요리목록이 됐다.
“우리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김치찌개와 등뼈해장국, 불고기 등이지요. 그러나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직접 만들어주는 월남쌈밥과 베트남국수 등을 신랑이 특히 좋아해 만들면서 행복을 느껴요. 친정어머니도 오전부터 아이들을 돌보아 저의 손과 발이 되어주셔서 그리 힘들지 않아요.”

계사년 새해소망 ‘내 집 마련’과 자녀 대학진학 뒷바라지 등
베트남 댁은 적금을 많이 붓느냐는 질문에 “아니요. 지금은 많이 붓지를 못해요.”라고 말한다.
“장사를 하니까 물건을 사오는 것이 많아서 아직 적금 등은 많이 붓지를 못하고 있어요. 남편도 열심히 일하고 저도 열심히 가게에서 일하니까 돈을 모아야지요. 지금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는 집이나 가게를 월세를 내고 있어서 내 집 장만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또한 아이들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으면 좋겠고, 정완이의 교육을 위해 다문화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지원 등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장사로 바쁘고 남편도 바쁘다보니 정완이에게 다양한 공부를 가르칠만한 시간이 없기 때문이죠.”

신정 앞두고 사흘 밤 지새울 생각에 행복한 비명
점점 다가오는 신정을 앞두고 또 사흘 날밤을 지새우며 손님들에게 팔 손 두부 만들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행복한 비명(?)이 나온다고 말한다.
“명절 때가 되면 한 사흘 씩 밤을 지새우며 두부를 만들어야 팔 물량을 댈 수 있어요. 그래서 신탄진에 있는 시댁에는 빨리 갈수 없어 6명의 형님들이 고생을 해주신답니다. 7남1녀 중 남편이 끝에서 두 번째 막내이지요. 시어머님도 이때나 돼야 뵙지요. 두부만들기에 하루 평균 60-70㎏의 콩을 소비하는데 명절 때가 되면 콩이 얼마가 들어가는지 가늠조차 잡히지 못할 지경 이예요. 또한 도토리묵도 만들어 팔아요. 먹고 사는 정도는 해결되지만 돈을 모아 집 장만할 때까지는 더욱 노력해야지요.”
애틋한 남편, 자식 사랑으로 추운 날씨에도 불구, 매일 가사일과 부지런히 손 두부를 만들어 파는 한국결혼정착 6년차인 베트남 댁은 한국의 정서도 이제는 척척 알아챌 정도로 눈치 3단이다. 소박하지만 성실하게 한국의 결혼생활에 열심히 적응해가는 진경 씨의 소망인 ‘내 집 마련’의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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