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을 괴롭히는 감과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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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을 괴롭히는 감과 은행
  • 보은신문
  • 승인 2012.12.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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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 우리가 자랄 때만 해도 귀한 시대였고, 소중히 여겼던 과일이었다.
그 당시는 과일 자체가 귀했고 배가 고픈 시절이어서 감도 때로는 허기증을 면한다고 했다. 감을 따서 간수를 잘 해 놓으면 겨울에 연시가 되어 깊은 겨울밤에 마실 온 사람들과 할머니들 옛날 이야기책인 심청전, 춘향전, 장화홍련전 등을 읽고 놀다 출출하면 연시 된 감을 먹었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보다 못한 고욤도 가을이면 엄마들이 산이나 논뚝, 밭뚝에 혹여 고욤나무가 있으면 남기지 않고 따다가 꼭지를 깨끗이 씻어 단지에 꾹꾹 눌러 담아 놓으면 숙성이 되어 눈 쌓인 겨울에 이웃들과 한 그릇씩 담아 놓고 먹었던 그 시절은 음식이라면 귀하고 뭐든 맛있는 때였다.
높은 나무에 감을 따도 씨감이라며 3~4개는 꼭 남겨두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어린 마음에 남기는 감이 아까워 오빠에게 따 달라고 조르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요즘 시대는 여기저기 흔한게 감인데도 여간해서 감 따는 풍경알 볼 수가 없다. 혹시 얕은 가지에서 몇 개씩 따서 제사에 쓴다거나 곶감 하려고 딴다고 하면 요즘 누가 그리 감을 먹냐며 감나무 마다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는 듯 하다.
선곡 1구에는 고령지 마을이라서 그런지 감나무들이 너무 큰 나무들만 많아서 나무에 올라가지를 못해 못 따는 나무들도 많치만 작은 나무에 달린 충분히 딸 수 있는 감인데도 따지 않고 길거리에 떨어져 사람들이 지나다닐 때 미끄러질 지경으로 어지럽게 놓여있다.
차라리 떨어지지 않고 있으면 철새들의 양식이 되면 좋으련만 땅에 떨어진 감들은 보기에도 흉하고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또 은행나무도 많이 있는데 그 중 100년이 넘어 고목이 된 은행나무도 있다. 몇 해 전만해도 은행이 익는 가을이면 사람들이 털어 가서 많이들 가져갔지만 요즘에는 그 많은 은행이 그냥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도로 주변의 은행나무가 많은데 차가 지나가나 으깨고 사람들이 다니면서 망가져 보기에도 좋기 않고 치우기도 나빠 한쪽에다 수북이 쌓아 놓을 뿐이다.
우리 동네 은행은 토종 은행이기 때문에 맛은 좋지만 너무 작아서 시장에서도 싼 값으로 팔리기 때문에 씻기도 번거로운 은행을 더욱 방치하게 된 것 같다.
한 때는 감도 은행도 귀한 과일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모로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과일이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조순이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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