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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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쓰는 편지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2.12.0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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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 학교의 방과 후 글쓰기 학생들에게, 편지글을 지도하면서 대상을 ‘나에게’ 쓰게 하였다. 두 시간(한 시간이 40분)동안 두 편을 쓰는데, 한 편은 현재의 ‘나에게’ 쓰고, 두 번째는 ‘스무 살이 된 나에게’였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감은 있었지만, 고학년 아이들의 작품을 기대해보며, 쓰는 방법을 편지글 절차에 의해, 받는 사람, 계절인사, 안부인사, 하고 싶은 말, 끝인사, 쓴 날짜, 쓴 사람 순으로 아래와 같이 설명해 주었다.
[ ① 지은이에게(받는 사람, 자신의 이름) ② 지은아! 겨울이 찾아왔어(나에게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며, 계절인사로 겨울과 관련된 내용. 크리스마스나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마음 등. 세 줄 이상 쓰게 한다.) ③ 지은아! 안녕?(최근 자신에 대한 이야기. 학교나 가정생활 등) ④ 지은아! 넌 공부를 잘했어.(자신에게 하고 싶은 내용으로 잘한 일, 잘못한 일,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 자신에 대한 각오 등) ⑤ 지은아! 이제 잘 있어. (끝인사) ⑥ 쓴 날짜와 ⑦ 쓴 사람 순으로 쓰게 하였다. ]
두 번째의 편지는 ‘스무(20)살이 된 나에게’ 쓰는 것으로 편지글 절차에 의해 쓰게 하였다. 글 쓰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스무 살이 어느 때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그 시기는 대학을 진학할 무렵으로 신상의 변화가 많을 것이며, 전공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 과연 성공했을까? 보은에는 대학이 없으니까, 부모님과 떨어져 생활하면서, 장단점으로 간섭 받지 않아 해방이지만 외로움 같은 것들, 새로운 지역과 환경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고 있을지에 대해 상상해서 써 보게 하였다. 나름 정성껏 쓴 아이들의 글을 읽으면서 나 역시 최근 나 자신에게 쏟아놓고 싶었던 심정들을 편지글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머뭇거리고 허둥대다보니 한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해마다 이때가 돌아오면 지나간 많은 시간만큼 많은 생각이 오고간다. 그동안 생활에 때로는 지치기도 했고, 때로는 자신에게 분노와 후회도 있었고, 좋은 일에 마냥 기뻐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자신이 초라하고 너무 가엷다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똑 같은 상황에서, 남에게는 냉철한 잣대를 대고, 자신에겐 관대한 것이 보통이라지만 자신도 위로받아야할 때가 참 많은 것 같다. 자신에 대한 칭찬과 격려를 마음속으로만 하지 말고,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먼저 자신의 이름을 불러보자. 남이 나를 부르거나, 남에게 소개할 때 말하는 이름을 내 자신에게 친절한 톤으로 불러보자. “00야! 지금 넌 어디쯤에 와 있니?” “응~ 어딜까? 계절로 말하면 가을정도?” “00야! 넌 지금 잘 살고 있니?” “응~ 행복해.” 내게 묻고 내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써보자.
칭찬받을 일을 쭉 나열해보고, 자신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성취했던 일들과 반대로 자신의 의지로 도저히 할 수 없었던 일들. 계획은 빈틈없이 세웠는데 실천하지 않은 것들, 기쁨에 넘쳤던 일들, 또 슬프고 아팠던 일들.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 자신을 학대하며 비하시키고 열등감에서 허우적였던 시간들.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혀 의도 없이 말한 것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는지. 자신을 비우고 낮추지 못한 것에 대한 것. 또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면서 나의 에너지를 나누었던 것. 가족과 친구 그리고 내 범주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하나하나 떠올리며 쓰다보면 아마 희비가 오고 갈 것이며 카타르시스를 경험하지 않을까? 마음의 짐이 너무 무겁고 서러워서 실컷 울고 나면, 가벼워지고 시원하듯이 그런 시간이 될 것 같다.
깊은 고민도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니듯이, 현재의 아픔과 상처도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다 지나갈 것이다. 반면 기쁨과 아름다운 추억은 시간이 지나도 늘 별처럼 빛날 것이며 긍정의 힘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온 세상에 하얗게 첫눈도 내리고, 바람이 불고 몹시 추운 날에, 한 해 동안 수고한 내 자신을 위해, 언 몸과 마음을 녹여 줄 따뜻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본다.
“00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너! 너야. 너 자신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고, 너를 위해 투자하며 네게 순간순간 선물을 줄게. 그리고 아낌없이 너를 사랑하며, 너 자신을 응원할게. 00! 00!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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