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고 33년 영농후계자 양성에 힘써온 인생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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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고 33년 영농후계자 양성에 힘써온 인생외길”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11.22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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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룡(61) 보은자영고등학교 교사

내년 8월 말로 정년퇴직을 앞둔 그는 33년 간 세월 속에 학생들에게 자영농과 과목을 가르쳐 오면서 170명의 전문영농후계자를 양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보은 자영고에서 18년, 청주 농업고에서 15년을 오가며 농업고만 무려 33년을 재직해 온 그에게 있어서는 옥천, 영동, 괴산, 청원, 충주, 제천 등에서 농업분야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영농후계자 배출이 인생의 가장 큰 보람이 됐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언제나 제자들에게 믿음과 사랑, 진로개척을 실천해온 한기룡(61)교사를 만나 앞으로 농업고가 가야 할 방향과 학생들의 주요활동을 통해 유망직업, 농업발전에 대한 다양한 비전제시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자영고의 산증인, 사랑·믿음·칭찬 학생들에 가장 필요
자영고등학교의 산증인으로서 학교를 지켜온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결손, 조손가정이 증가하면서 부족한 가정교육을 채워 줄 사랑과 믿음, 칭찬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교육의 원천은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엔 이혼 등 다양한 사회적인 영향으로 인해 핵가족화 되면서 가정교육의 붕괴가 일어나고 맞벌이 등의 부부가 많아지면서 모든 문제가 생기고 있어요. 가정교육이 실종되면서 많은 아이들이 가정에서 받아야 할 애정을 받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것을 보게 됐지요.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믿음, 신뢰와 칭찬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지요. 뒤늦게 깨달은 것들을 실천하며 아이들과 소통하며 지내온 것이 오늘날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1980년 3월 모교인 자영고에 첫 교사발령 애착 커
보은삼산초(51회), 보은중(16회), 보은자영고(21회)를 나온 그는 지난 1980년 3월, 모교인 자영고로 첫 발령을 받았다.
“애착이 무척 컸지요. 바로 제자 중에는 자영농과 1회인 보은군의회 박범출, 김응선 군의원 등이 있지요, 개중에는 농업과 관련해 대물림한 제자들도 있어요. 현재 식품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찬희의 경우도 아버지와 같은 과를 다니니 더욱 그렇지요. 학생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더욱 그렇죠. 학교과정도 학생들에게 비전제시를 해주는 학교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지요. 이번에 농수산식품부 유통정보팀에 합격하게 된 수영이가 바로 그 경우죠. 수영이는 3년간 학교프로그램을 열심히 잘 따라주었고 학생과 교사 간 소통의 시간도 많았어요. 오후 밥 때가 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장면, 탕수육을 먹어가며 나누었던 마음의 대화들이 바로 그것이죠. 앞으로 제2, 제3의 수영이가 많이 나와 줄 거라는 확신이 섭니다.”

방과후 프로그램 창업지도자 과정인 ‘비전스쿨’ 실효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방과후 학교프로그램인 창업지도과정인 ‘비전스쿨’의 경우 생산 팀과 비생산 팀으로 나눠 생산 팀은 국화 기르기를 통해 실제 5천 원씩 1만 본을 팔 경우 5천만 원의 자본을 만들게 됩니다. 올해도 이를 통해 700만원의 자본금을 마련했고 적을 때는 300만~500만원을 올린적도 있어요. 비생산 팀의 경우는 비누나 숯에 잔디등을 만든 토피어리 제작 등으로 졸업 후 창업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학습과정을 가르칩니다. 일례로 터 사서 건물을 짓기까지 경영기술의 설계 과정을 가르치죠. 은행 융자에서부터 세금내는 과정과 변제금, 10년 후 수입과정까지 상세한 10년 비전보고서를 완성해 7분 이내로 발표하는 학습과정이죠. 물론 심사를 위해 신지식인 농업인 3명과 교수진 3명이 참가하고 입상자는 70만원부터 50만원까지 상금과 해외여행 특전까지 주어지죠. 이번 대만으로의 선진지 여행도 FFK전진대회와 비전스쿨, 세팍타크로 입상자 등 모범학생 19명이 다녀왔어요.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동기유발을 통한 자신감을 심어주자는 의도입니다. 내년에는 공무원반도 개선해 나가려는 의지를 갖고 있어요.”

지역사회·학부모·학생 간 농업고에 대한 이해 높여야
“학생들의 진로지도는 1학년 때부터 이뤄져야 해요. 그러나 맨 투맨 으로 하기에는 농업교사 13명에 학생 수 300명가량 되니 너무 많아요. 전에는 보은고가 없고 보은자영고만 있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많이 들어왔지요. 그나마 현재는 한반에 25명이지만 조손·결손가정이 많고 부모 없는 아이들이 많아 교사들이 부모역할을 해야 할 때가 많아요. 그러자니 어려울 수 밖에요, 아는 도교육청의 후배장학사 자녀도 일반계고에서 성적이 중위권이었는데 청주농고에 입학해 3년 내내 상위권에 들어 숙명여대 식품영양과를 나와 영양사의 진로를 찾은 경우입니다. 이렇듯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개선이 지역사회, 학부모, 학생자신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국가 간 식량무기화 전환 농업고 특수성 강조돼야
“지구 온난화로 국가 간 식량 무기화가 되는 시점에서 독일의 경우도 식량수출을 중단했어요. 이렇듯 앞으로 농업특성화고 인식이 새롭게 바뀌어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해 너무 안타깝지요. 전문대를 졸업한 27세의 한 청년이 고구마농사를 짓는 부모가 판매에 어려움을 겪자 2시간 거리의 인접 땅을 임대한 198.348㎡(6만평)의 땅에 스마트폰 하나로 고구마 농장을 경영, 판매와 수확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어요. 기획력을 가진 우수한 학생들이 특성화고에 들어와 농업의 비전을 살려야 해요. 현재 농림부 산학연계프로그램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교체제 혁신을 위한 체험실습 과정이 있어요. 올해도 충남공주의 증산목장에서 한우관련 실습을 했어요, 이론보다는 실습을 위주로 한 체험학습이죠. 농림부 지침은 특성화고학생들을 소수 정예화 하라는 거죠. 이에 따라 버섯, 분재, 국화, 사과, 제과제빵, 한식분야 등에 ‘비전스쿨’을 경영하고 있어요. 이 과정을 통해 160명의 영농후계자를 키워낸 거죠.”

국화재배 27년 한 제자 충남금산서 영농후계자 활동
“밤 10시까지 방과후 학습동아리를 운영하다 보니 집에 일찍 가기는 힘들어요. 가족한테 너무 미안하죠. 그래도 반듯하게 잘 자라 이젠 결혼한 아이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워요,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국화재배가 이제 27년이 됐어요. 사명감, 책임감 없이는 어렵죠. 학생들의 길을 트기 위해 시작했지요, 충남 금산에서 영농후계자로 국화로만 연간 1억6천만원 소득을 올리는 제자가 있어요. 주로 소국으로 ‘쿠션몰소국’이라 불리죠, 화분 크기에 따라 길러내야 해 쉽지는 않지요. 가격도 크기에 따라 3천원부터 몇 만원에 이를 정도로 청차만별이죠. 국화는 품종에 따라 1500여종이 있어요. 퇴직 후에는 국화농원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어요. 국화재배는 관리타이밍이 중요해요. 타이밍을 놓치면 어렵죠, 물을 너무 많이 주면 잎 끝이 새까맣게 됩니다. 이를 교훈삼아 아이들 교육도 마찬가지란 생각입니다. 성장할 시기에 정확히 주어야할 것을 주어야지요. ‘너희들을 믿는다. 사랑한다’며 먼저 포문을 연 뒤 수업을 하지요, 그 다음 교과서를 숙독하고 문제집을 풉니다. 효과가 크지요, 충북에서 보은자영고의 성적은 좋은 편이죠. 작년 전진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땄고 올해도 여지없이 금 2개, 은3개. 동8개를 딸 정도니까요.”

‘친환경농업대학’통해 지역민과 공생하는 농업고 활성화 기대
그는 또 군 지원 500만원으로 운영되는 ‘친환경농업대학’을 통해 지역민과 함께 공생하는 농업고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도 강산리 소재 1500수를 키우는 최생호씨의 ‘가람뫼농장’ 양계장에서 실습을 했어요. 친환경 계란을 생산해 개당 5백원서 7백원으로 이제는 1천원까지 가격을 바라보고 있어요, 주로 인터넷 판매로 이러한 영농과정 습득을 위해 학생들이 부농에 대한 비전을 보게 되는 거죠. 이렇듯 다양한 농업신지식인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시키고 있어요. 다른 농고보다 차별화가 있다면 바로 학생들에게 영농실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키우는 것이지요.”

독일·네덜란드 견학 통해 한국농업 교육시스템 변화 절실해
지난 9월 도교육청 지원으로 7박8일 다녀온 독일과 네덜란드 선진지 견학을 통해 그들이 대규모 농업을 통해 질적인 삶 영위와 농업학교에는 나이제한 없이 농업관련 자격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무한정 기회를 열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원하는 농업을 가르쳐 한국 농업교육도 이제는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족으로 부인 이호숙(55)씨와 2남을 둔 그는 누구라도 27세의 고구마영농인인 한 청년이 삼성에서 강의를 하며 농업혁신을 강조하는 성공한 영농 인이 될 수 있다는 비전으로 특성화고인 농업학교의 중요성을 지역사회가 함께 이해하게 되는 시점에 대해 되풀이 강조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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