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섭(우리맛 전통식품 대표, 수한 질신)
한국의 협동조합은 태생적으로 부터 기형이 될수 밖에 없었다. 1961년 발족되어 정부의 주도에 의해 중앙회장과 조합장의 임명제를 바탕으로 하향식운영을 하며 생산자재및 금융사업등 정부사업을 대행하였고 도시에서도 사업은행의 기능이 허용되므로서 방대한 조직과 시설, 인력, 자금, 사업을 갖춘 기형적 중앙회가 존재하게 되었으며 선거철에는 권력의 시녀로 이용되어 왔던 것이다.한마디로 한국의 농·축협은 이름만 협동조합이지 공사처럼 운영되는 정부통제형 협동조합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하향식 획일체제로 중앙 집중적인 의사결정 및 사업집행 구조속에 농민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이 되지 못하고 직원만을 위한 조합운영을 하며 외형적 사업과 기구만 비대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실제 대정부 비판기능 부재와 농정대안 하나 못내놓는 밖으로는 나약하고 농민 조합원 역시 농·축협동조합은 농민 조합원이 없어져도 살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국가적 부도 사태속에 필연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개혁의 물결에 농민의 이익은 뒷전으로 한채 방만한 부실경영과 이자 놀이에 급급했던 농·축협도 예외과 될 수 없었다. 정부가 추진중인 구조 개혁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정·관계의 보호속에 안주하며 조직 이기주의에 빠져있던 기득권 층들은 협동조합 개혁은 물건너 간 것으로 기정사실화 하더니 김대통령의 2월 22일 국무회의에서 감사원 감사결과를 거론하며 시작된 농·축협 개혁의 시작은 농민이 주인 될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정치권의 입김이 배제된 속에 처음으로 직원 출신이 아닌 조합장 출신이 중앙회장 선거에 당선 되었고 당선자의 개혁의지와 사명감에 큰 기대를 해보며 정부의 개혁안중 현장 농민으로서 크게 잘못된 내용이라고 생각되는 점을 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중앙회장 및 조합장 선거제도를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개편하는 문제인데, 절대적으로 잘못된 안이다. 직선제만이 농협 민주화의 완성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얼마나 어렵게 군사정권으로 부터 쟁취한 내용인가를 되돌아 봐야 한다. 또 조합운영에 완전히 소외된 일반 조합원들이 참여 할 수 있는 기회이며 유일한 권리를 행사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면 절대 안된다. 참여 민주주의의 후퇴인 동시에 조합원들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개악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농협의 일선조합을 시·군경제권 중심으로 최단기간내에 통폐합 하여 적정 경제화한다는 정부안에 대해 통합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자 하며 협동조합 본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조합원들의 이해와 동의속에 기초한 합병방식으로 되어야 하며 급하게 먹는 떡은 체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합병이 되어 규모가 커진다고 갑자기 직원1인당 노동 생산성과 사명감이 높아질리도 없고 오히려 조합원들의 의사 반영도만 낮아 질수 있으며 이용 거리만 멀어져 조합 사업 이용율만 저하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예를 들어 우리 주변의 보은농협에 합병된 지역 조합원들 얘기처럼 지소장과 직원들이 위만 보고 조합원들이 있는 옆은 보지 않고 일을 할수도 있다.
다시 말해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조금도 돌아올게 없다는 얘기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1961년에 이미 농협 합병조성법을 만들어 긴 기간을 통해 서서히 합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2,000~2,500명 정도 조합원 규모에서 직원 1인당 노동 생산성이 제일 높다는 통계가 나왔는데 우리 보은 지역에 접목을 해보면 산지관광형 농업을 중심으로 할수있는 보은농협권과 쌀, 비닐채소 농업을 중심으로 할 수있는 삼승·탄부·마로 지역 농협과 축산·과수·유기농업을 중심으로 해볼만한 수한·회인지역 농협권을 기획해 보며 흡수합병 방식이 아닌 신설통합 방식으로 합병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개혁안에 반대하는 협동조합 직원들의 각종소리에 농민 조합원들은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농민을 위한 진정한 농협개혁이라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더라도 이땅의 농축가와 협동조합의 발전 그리고 농축산업의 미래를 위해 겸허히 수용하겠다" 라는 축협노조 성명서와 "우리 농협중앙회 노동조합 조합원 일동은 오직 농협의 주인인 농민 조합원들의 뜻에 따라서만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농협노조의 성명서를 보며 씁쓸한 미소와 함께 진작에 농민 조합원의 아픔을 같이좀 하지 하는 생각과 아니 지금부터라도 그 마음 속리산 정이품송처럼 영원히 변치 안기를 빌며 한국의 협동조합이 이번 기회에 꼭 다시 태어나 농민이 주인되는 올바른 개혁으로 마무리 되길 진정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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