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이야기1(찾아 온 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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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이야기1(찾아 온 고아)
  • 김종례(회남초등학교 교감)
  • 승인 2012.10.25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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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는 우리집 고양이 이름이다. 나는 원래 집짐승이나 야생동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까이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어렸을 때 이웃집 개한테 혼줄이 난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고양이나 강아지를 안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별나고 이상하게 보였다.

그 중에서도 영악한 얌체족 고양이를 제일 싫어했었다. 그런데 작년 봄, 겨울바람이 봄바람에게 의자를 비워주며 꽃바람을 일으키던 어느 날 해거름 무렵, 퇴근을 하고 문지방을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어! 이게 뭐야? 주먹만 하다고 할까?” 그땐 정말 내 주먹만한 새끼 고양이가 문지방 옆에서 오돌오돌 떨면서 죽어가는 소리로 나를 보고 야옹거렸다. ‘제발 나를 못 본체 하지 말고 안아주세요! 먹이 좀 주세요!’ 라고 애원하는 듯한 눈빛이 내 가슴에 전율을 일으켰다. 가방을 방에 던져놓고 두 손을 내밀자, 손 안으로 쏘옥 들어와서 옴싹달싹 하지 않고 눈망울만 끔벅거리고 있었다. 어린 새끼라서 그런지 징그럽지도 않아서 생전 처음으로 동물을 가슴에 안아보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갓 태어난 얘가 어미를 잃고 방황하다 찾아 든 곳이 우리 집이었나 보다.

곧 이어 퇴근한 남편이 이 광경을 보고는 “어쩐 일이야? 짐승을 다 끌어안다니.....” 하며 놀렸으나, 나는 웬지 이 애를 땅에다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남편이 도로 읍에 나가서 우유를 몇 개 사다 놓고 먹이기 시작하였다. 아침에 출근할 때는 빈 박스에 수건을 깔고 넣어주었다. 하루 종일 도망가지 않고 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안드레에게 점점 정이 붙기 시작하였다.

기온이 차가운 밤이 돌아오면 안드레를 어디서 재울 것인가를 놓고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곤 하였다. 남편이 “에이 이름을 지어야지. 아무래도 내쫒을 수도 없고 한 식구가 되었으니 이름을 지어주자”라고 하자, 나도 모르게 <안드레> 라고 외쳤다. 왜 그 이름이 입에서 불쑥 틔어 나왔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리하여 안드레와 우리의 동거는 시작되었고, 밥을 한 수저씩 먹이면서 쑥쑥 자라는 걸 보니 오래전 우리 남매를 키울 때처럼 애성이 모락모락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촌음을 다투는 아침시간에 안드레로 하여금 더욱 분주한 나날이긴 하지만, 어미가 찾아오지 않는 이상 이 애를 어찌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웬 일인지 어미나 닮은 고양이는 그림자도 뵈지 않은 채, 차가운 밤 기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봄이 가고 여름이 돌아오고 있었다.

안드레는 우리가 자동차 파크를 하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반기고 뒹굴고 정을 붙였다. 처음에는 그 모양이 온 종일 기다린 주인이 반가워서 애교를 떠는 줄 알았는데, 먹이를 달라는 신호였다는 걸 곧 알아차렸다. 강아지와 달라서 정을 붙이는 수단이 먹이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먹이를 주면 다리사이로 들어와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며 이쁜 짓을 다 하였다.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된 안드레는 언제나 아늑하고 어두운 구석지나 다리 아래로 끼어드는 것을 좋아하였다. 좀 덩치가 커지면서 밥으로 달랠 수가 없자, 강아지 사료를 한 포대 사서 뜰팡에 놓고는 아침저녁으로 번갈아 가며 정을 붙이곤 하였다.

 퇴근 후 양복도 벗기 전에 안드레에게 먼저 들리는 남편을 더 따라다니며 치근대는 것도 순전한 먹이 때문이라는 이치도 곧 알게 되었다. 그렇게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에, 하루는 회식건으로 늦게 귀가한 남편이 몸을 제치고 웃으며 들어왔다. “웬일이유? 날보고 까무러치게 웃을 일이 다 있네!” 하니까 “당신이 예뻐서 웃는 줄 알아? 안드레가 넘 이쁘단 말이야!” 하면서 이야기 하였다. “퇴근을 하자마자 먹이를 주고는 회식을 하러 읍으로 걸어서 나가는데, 이애가 쫄망쫄망 왕느티나무까지 따라와서는 멀건히 쳐다보고 있더구만. 근데 말이야. 그게 내 참! 지금까지 두어 시간 거기서 웅크리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지 뭐야! 남편이 늦게 귀가하는 날, 대문 앞에도 안 나와 보는 당신보다 몇 배 위로가 되는구먼!” 하면서 왕 느티나무부터 가슴에 안고 온 안드레를 내 앞에 내려놓으며 웃었다.

우리 부부 사이에 안드레는 어느덧 분위기 촉매 역할을 다분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날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이 남는 점은 어쩌면 안드레 에미가 한 번도 얼씬거리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오래전 집을 나간 뒤에 한 번도 다녀가지 않는 앞집 영수 엄마처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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