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하고 안락한 노인들의 보금자리 마련에 ‘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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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고 안락한 노인들의 보금자리 마련에 ‘최선’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08.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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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선 사회복지법인 ‘인우원’ 원장
인생을 살아가면서 타인을 위해 사랑과 자선을 베풀 줄 아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집안의 내력일 터다. 6·25사변을 시작으로 반세기 역사 속에 끊임없이 인술을 펴오며 지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아온 보은 동제의원의 2남1녀 중 막내며느리로 시집오면서부터 봉사로 다져진 시부모의 가르침에 따라 그는 언제보아도 넉넉한 인품으로 오갈 데 없는 소외층 노인들을 보듬고 부모를 수발하듯 인연을 다독여온 지 어언 12년째가 됐다. 사회복지법인 보은 노인장기요양기관인 ‘인우원(수한면 광촌리 188-1 ☎ 543-3711~2)’을 운영하고 있는 정명선(59)원장을 만났다. 〈편집자 주〉

◇보은서 최초 노인무료요양시설인 ‘인우원’ 개원
지난 2001년 3월, 보은에서는 처음으로 노인무료요양시설인 ‘인우원’을 개원해 30명의 오갈 데 없는 노인들을 입소시켜 지역에 무료노인요양시설의 개념을 확립시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난 2011년 2월(입소정원 93명 변경), 전문요양시설로 지정받은 이곳은 현재 수용인원이 65명으로 요양보호사 26명에 영양사, 조리원 등 모두 39명의 직원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연중상설 프로그램으로 일상생활 지원서비스, 의료 및 재활서비스, 사회생활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건겅관리 프로그램, 정서지원 프로그램, 사회적응프로그램, 기능회복 프로그램, 가족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그들의 마음에 사랑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다른 시아버지 사랑 벽에 붙은 사진으로 확인해
어릴 때부터 집안내력을 이어받아 봉사 정신이 투철했던 이사장이자 남편인 이구섭(61)씨는 지금까지도 인우원과 관련된 모든 대소사를 책임지고 해결해주고 있는 든든한 지원자다. “시부모님은 언제나 교훈이셨어요. 시어머님은 봉사를 통해 인생을 사시는 분이라 성격이 활달하셨고 시아버님은 법 없이도 살 만큼 인자하고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늘 이웃의 소외된 이들을 돌보시며 인술을 펴왔던 분으로 지금도 기억합니다.”
남다른 시아버지에 대한 사랑의 증표는 바로 원장실 벽에 걸려있는 시아버지의 사진에서다.
“신혼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니 주방에 바로 눈에 띄는 커피세트가 있었어요. 물론 커피와 다양한 차 등이 그 옆에 가지런히 정리돼 놓여 있었어요. 바로 ‘아! 시어머님의 작품이구나’하고 생각했는데 그게 시아버님의 마음의 선물이셨어요. 무한한 시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온 결과로 제가 인우원을 이끌고 가게 된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어요.”

◇청주간호전문대서 간호학, 청주대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 전공
정 원장은 산간벽지인 옥천 출신이다. 경찰공무원이었던 친정아버지의 엄격함 속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그는 공부만큼은 독불장군이었다.
그 열정으로 학교도 일찍부터 청주로 나가 초등부터 중·고등학교까지 공부를 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지금의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던 생각의 연장으로 흔히 ‘운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싶을 만큼 유년의 꿈은 간호사였다.
그 생각대로 청주간호전문대를 들어갔다. 그 후 졸업을 하고 취업을 고민하던 중 모교에서 기초간호학(당시 조교) 강사로 발령을 받고 일을 하게 된다.
“3년을 근무하다 가족들의 권유로 결혼을 하게 됐어요. 결혼 이후 남편과 인우원을 운영하다 보니 전문지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껴 늦깎이로 공부를 더하게 됐어요.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마음에는 늘 안타까움만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무연고로 작고한 노인환자 위해 자체 납골당 건립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분들 중 연세가 많아 돌아가시면 그게 마음이 걸려 이곳에 납골당을 지어 모시게 되었어요. 자주 예를 올리지는 못하지만 1년에 두 번 설과 추석명절을 맞아 제사상을 모시고 제례를 올리고 있지요. 이곳의 직원들이 모두 가족이 되어 10년 넘는 세월 동안 그분들의 임종을 지켜본 것만 해도 부지기수입니다. 희로애락 속에 유명을 달리한 그 분들을 보면 꼭 부모님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해 지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더군요. 사정이 여의치 않아 들어오게 된 분들 중에는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가엾은 분들도 포함돼 있었어요.”

◇시아버지 뇌졸중 판정 후 6년 간 병수발 토대 마련
“시아버님이 뇌졸중 판정을 받고 쓰러지신 후 6년 동안을 모셨어요. 그 때의 경험이 오늘날 노인들을 모시는 소중한 토대 마련이 됐어요. 시부모님과는 한 마당에 두 집 생활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시게 된 이유가 됐어요. 당시는 환자들을 위한 간호용품으로 기저귀나 그밖에 다양한 물품들이 없어 간호하는 분들이 무척 고생이 많았어요. 입소 환자분들도 예외는 아니었지요. 환자 분들이 용변을 보면 시트까지 전부 뜯어 빨아야 하는 것의 연속이었지요.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인생의 보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08년 7월 실시된 노인장기요양보험 하루빨리 정착돼야
지난 2008년 7월, 장기요양보험의 실시로 모든 운영 관리에 있어 철저히 자립경영의 운영 형태로 전환기적 상황을 맞게 됐다.
“무료요양 기관일 때는 정부지원으로 인건비 등 관리 운영비가 해결되었지만 장기요양보험이 실시됨에 따라 스스로 관리 운영에 있어 자립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랐지요. 당시 무료요양기관 시절에는 처음부터 기초수급자나 가족들의 돌봄을 전혀 받지 못하는 무연고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용되었지요. 물론 그렇다보니 이곳 시설에서는 가족들에게서 받지 못하는 복지서비스를 실천해야 했어요. 그러나 그때에 비해 지금은 오히려 요양등급 자체로만 매겨지다보니 운영 수가로 복지서비스를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플 때가 있어요. 어쩌면 복지서비스의 개념이 퇴색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느껴질 때가 많아요. 어찌됐든 노인장기요양보험이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도시 요양시설에 비해 농촌요양시설 정원 채우기에 급급
“최근엔 도시 요양시설은 며칠에서 수개월을 기다려야 입소할 수 있지만 시골의 요양시설은 아직 정원 채우기도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기만 합니다. 이유는 현대인들의 사고전환으로 요양시설을 늘 가까이에 두고 자주 보호자들이 찾아뵙고 싶어 하는 경향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는 정 원장은 전공은 제각기 다르지만 어르신들을 보면 항상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손길을 펴는 것이 느껴져 내심 봉사에 대한 대물림을 생각할 때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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