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敎檀)이 바로서야 교육(敎育)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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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敎檀)이 바로서야 교육(敎育)이 산다”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2.08.09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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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수 관기초등학교장
지역 교육역사의 산증인으로 오늘도 시종일관 교단을 지켜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동안 교사로, 교장으로 일선 교육현장에서 40년 성상 속에 온갖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사람이다. 그 주인공은 보은 관기초등학교 손재수(61)교장이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아도 오직 교육의 외길만을 묵묵히 걸어온 그는 오늘 날 참담하게 무너져 가는 교권과 교육의 현실이 그 누구보다도 안타깝다고 말한다. 바로 ‘교단이 살아야 교육이 산다.’는 교육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그를 만났다.〈편집자 주〉

-어머니의 눈물 그 자체가 인생의 교훈
보은읍 죽전리에서 2남1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일찍 5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다.
어느 새 60이 훌쩍 넘어선 나이지만 그에게는 ‘어머니’란 세 단어는 영원한 인생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
당시 왕자고무신가게 인근 쌀 전에서 장사를 하며 궁핍한 살림 속에서도 홀로 고생을 마다않고 2남 1녀를 꿋꿋이 키워냈던 당시 30대 초반의 어머니는 늘 그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엄격한 훈육이 되었다.
“지금도 어머니란 말만 나오면 무조건 반사작용으로 눈물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철없던 사춘기 시절, 삐따닥한 생각으로 무작정 일상의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고 싶어질 때마다 말없이 저를 잡아준 것은 바로 그 어머니의 눈물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어머니의 눈물이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감사하죠. 그래서 어머니는 곧 눈물로서 저에게 살아계시죠.”

-40여년 세월 보은교육 현장지킴이로 기록
보은 삼산초(50회), 보은중(15회), 보은농업고(20회), 청주교육대학(9회)을 졸업하고 지난 1972년 6월 1일,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보은 수한초등학교였다.
그부터 보은삼산초, 동광초, 수정초, 속리초 등 지역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가보지 않은 학교가 없을 만큼 지역의 교육현장 지킴이로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지 어언 40년, 지역 교육현장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그는 1년 반 후인 2014년 2월 퇴직을 앞두고 있다.
또한 그에게는 그의 인생기록을 담은 앨범을 간직하고 있다. 그 속에는 첫 임용장부터 발령 시 임용장, 표창장 등 다수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내 인생을 담은 기록들이 제게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다 간직해오고 있어요. 남들은 흔히 내게 ‘우물 안 개구리 아니냐’고 반문한 적도 많지요.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달라요. 이곳을 떠난다는 것은 곧 내게는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으니까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우리 매형이 마도로스였어요. 한때는 그래서 나의 꿈도 마도로스였던 적도 있었어요. 해양대를 가려고 했지요. 그러나 운명은 나를 교직으로 인도하더군요.”

 

-예비고사 2회 출신 정원 10%인 합격증 획득
“오래된 이야기지만 당시는 면서기라도 하려면 예비고사를 보았어요. 예비고사 2회 출신으로 정원 10%인 합격증을 받았지요. 당시 보은여고에서는 2명이 합격했어요. 예비고사 정원 10%만 뽑고 나머지는 모두 예·체능계로 갔어요. 합격증을 받은 후 청주교대에 들어가게 됩니다. 한 일화인데 보은농고 시절에 지역 국회의원이었던 박기종 국회의원 상을 받게 된 기억이 납니다. 현 홍기성 교육장과도 동기가 되죠. 지금도 지역에서만 오래되다보니 당시 기능직, 기사, 급식소 등에서 두 번 세 번 함께 근무했던 분들이 무척 많습니다.”

-부모의 과잉보호 학생교육에 걸림돌 작용
“현 세태를 보면 한 가정에 아이가 하나, 둘만 있다 보니 학부모들의 과잉보호가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특히 농촌지역임에도 조손결손 가정의 아이들이 많다보니 아이를 학교에 보낼 때 택시를 대절시켜 보내는 일이 있어요. 어찌 보면 아이들 교육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있어요. 물론 도시학교보다 정서적 교육에는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결손 가정일수록 과잉보호가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는 단지 아이들에게 오로지 학교출석의 의미를 말하기보단 바로 교육의 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 교단에 훈육 위한 ‘사랑의 매’ 절실
“교육 현장에서 수시로 교사들이 부딪혀야 하는 일은 역시 학생들의 폭력이나 일탈행위 등이죠. 이럴 때 마다 과연 학교장이나 교사들이 이들 학생들에게 할 수 있는 훈육의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 묻고 싶을 때가 많아져요. 교단에서의 ‘사랑의 매’가 요구되는 시점이지요.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처럼 학생들 사이에서의 문제가 방생할 때마다 바로 잡아주는 교육이 필요하죠. 분명 교사의 눈으로는 학생 간 정확한 판단이 서는데도 그냥 현실에서는 간과하고 말아야 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교사들의 권한이 없다는 것이지요. 장차 교육의 미래를 생각할 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정교육입니다. 가정에서의 사랑과 훈육이 바로서야 올바른 교육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왕대는 왕대를 낳는다’는 말이 있듯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절대 간과되어선 안됩니다. 교육청에서도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말합니다. 학교에서도 학부모 총회를 열어 부모들과의 의견교환이라든가 소통을 위한 계기를 만들죠. 그러나 학부모들의 관심이 그렇게 높지 않아요. 학교마다 그렇겠지만 출석률이 낮아요. 그래서 작년에는 민속놀이를 통한 학부모들의 동기유발로 출석률이 많이 올라갔어요. 교권의 자율권을 준다고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약하죠. 일례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소집하죠. 그러나 이것도 학부모 반발로 인해 저지되기 일쑤죠. 자치위를 열면 학생생활기록부에 무언가라도 남겨야 한다는 것이 뒤따르게 되니까요.”

-교육은 현실에 맞는 ‘신토불이’가 최고
“최근 보은을 한 번도 떠난 적 없어 ‘주머니 속 교육’ 이란 말도 듣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속에 있는 ‘내 뜻대로 간다’는 교육의 확고한 의지라고 생각됩니다.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은 거대한 교육방침보다는 현재 교육이 처한 현실에서 무엇을 할 것이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정답은 없지요. 교육과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뤄내는 것이 바로 교육이라고 봅니다. 그러기위해선 그 옛날 훈장 때부터의 감정이 아닌 학생들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랑의 훈육이 절대 필요한 시점이지요.”

“지금도 흡연을 절대 안한다.”는 그는 중학교 때 멋모르고 빼어 문 현장을 목격한 형이 “담배피우면 안된다”라고 한 따끔한 충고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학교통폐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40년 전 보은관내 초등학교가 33개에서 현재 절반인 15개로 줄었다. 학생 수는 자꾸 줄고 있어 학교통폐합에 대한 주민과 학부모들의 의식이 개선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전교 48명인 관기초가 올해 입학생 2명에서 내년에는 ‘황금돼지띠’해의 프리미엄으로 10여명이 입학할 예정이란다.
교육은 바로 세태를 따라가며 현실에 맞는 교육 ‘신토불이’가 될 때 가히 성공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갖는 그다. 가족으로는 부인 박성연(60)씨와 3녀 1남을 둔 다복한 가장이다. /천성남 기자

◆ 경력
2006. 9~2007. 2 보은삼승초등학교장
2007 .3~2010. 2 내북초등학교장
2010. 3~2011. 3 관기초교장 중임
2012. 3~2013. 2. 28 보은관기초교장
◆ 포상
1991. 5. 15: 교육부장관상
1991. 6. 13: 교육장 표창
2003. 5. 13: 교육감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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