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친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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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여자친구2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2.03.2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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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살면서 나이나 환경 등이 비슷한 사람끼리 공유하며 살게 된다. 미혼의 여성이 이성에 눈을 뜨고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한 뒤, 임신을 하게 되면 대화의 내용은 태동과 아기를 낳는 과정에 대해 많이 나누게 된다. 출산을 하고 난 뒤, 양육할 때는 하루에 몇 번에 걸쳐, 모유나 우유를 먹고 한 번에 몇cc를 먹으며 밤낮이 바뀐 잠과 평균체중과 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 내 아기를 비교하는 이야기를 나눈다.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가면 재롱잔치와 운동회를 그리고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는 공부와 학원이야기 대학생이 된 후 부터는 이성친구와 취업 등에 대해 나누곤 한다. 지금 난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의 공통내용은 자녀의 결혼에 대한 것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녀의 이성 친구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게 우리가 위치한 과정에 따라 중요도와 관심 대화내용이 달라진다.
지난주 주중에 서울에 갔었다. 늦게 출발을 하여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에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둘째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예요? 오늘 좀 술을 마셔야겠어요.”라고 한다. “왜 무슨 일 있어?” 했더니, 울먹이며 안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반복해서 이유를 물으니 “헤어져야겠어요.”라고 한다. 간단한 그 말 한마디만 들어도 여자 친구와 관련된 문제란 걸 알 수 있었다. 난 내 아들의 엄마니까...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일찍 집으로 들어와 엄마하고 자세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 후, 아이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을 타면서 버스 안에서 아들 집에 도착해서도 끊임없이 작은 아들생각 뿐이었다. 작년에 아들의 여자 친구를 만나 보았는데 두 아이는 앞으로도 쭉 좋은 사이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고 서로 좋아하는 모습이 역력하게 보였다. 그리고 둘째 아들은 일주일 전에도 여자 친구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두 아이가 헤어진다는 것이 정말 믿어지지가 않았다.
밤늦게 아들은 커다란 빨간 장미꽃 조화로 장식한 곳에 사탕이 가득한 것을 갖고 들어와 어제가 화이트데이인데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탕을 선물 받은 기쁨은 전혀 없었고, 아들의 얼굴을 살피며 그저 걱정스러울 뿐이었다. 술 마신 모습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그 날 밤은 늦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다. 이튿날 아들은,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던 아이들이이라 설마 했는데 조금씩 실감이 났다.
저녁때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어제보다 얼굴이 더 안 좋았다. 차를 마시며 조심스럽게 헤어진 이유를 물었으나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난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 자녀들의 이별이야기와 헤어졌어도 인연이면 다시 만나게 되고 등등 남녀관계를 말했지만 아픈 마음에 무슨 위로가 될까? 다시 아들 손을 잡고, 내가 겪었던 위기와 절박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했다. 큰 아들과 관련된 것으로 유아시절에 자주 있었던 열 경련성, 깊은 물에 빠졌던 것, 교통사고로 장기 입원했던 것과 둘째 아들과 관련된 것으로 분리불안과 애착이 강해 내가 장기출장을 가고 집을 비우면 꼭 사고가 났던 일들, 그렇게 두 아들을 키우며 순간순간 가슴 아팠던 일과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나 역시 몇 번이나 쓰러졌던 이야기를 내 설움에 겨워 울면서 들려주었다. 내가 얼마나 두 아들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살다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슬픔과 고통을 수도 없이 겪게 되고,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픔도 바람처럼 다 흘러간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 대화를 할 때보다 아들은 일시적이겠지만 조금 위안을 받은 것 같았다. 첫 아들이 처음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얼굴이 반쪽이 되어 한숨을 쉬며 내게 왔던 날, 새벽 3시까지 나누었던 이야기도 스쳐갔다.
착잡한 마음을 안고 아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와 매일 전화를 한다. 어느 날 “많이 힘들지?”라고 하는 내 말에 울먹이며 “엄마! 지금까지 그 애와 보낸 시간이 너무 많아서 그것을 잊기가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만 잘 이겨 낼게요.”한다. 난 “그래야지. 네가 아프면 엄마도 아파. 너 역시 엄마가 아프면 아프겠지? 여자나 친구는 좋은 관계였다가 헤어지면 그대로 끝이지만 부모 자식과는 그렇지 않아. 그래서 천륜이란 말을 하는 거야.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 엄마는 널 믿어. 그리고 널 위해 기도할게.” 라고 했다. 내 아들의 아픔과 슬픔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난 내 아들의 엄마니까...
지금까지 친구들의 아들이 사귀던 여자 친구와 헤어져, 친구는 몇 날 며칠을 잠을 못자고 가슴 아팠다던 말이 실감난다. 내 아들은 앞으로 또 몇 번이나 더 여자 친구를 만나고 이별을 할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는데 하루 빨리 아들이 툭툭 털고 일어나 일상생활을 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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