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노년을 되돌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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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세 노년을 되돌아 보다
  • 이흥섭 실버기자
  • 승인 2012.03.1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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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히 떠오르는 긴긴 세월 속에 추억의 조각들이 머리를 스친다.
일제강점기 17세 어린 나이에 사랑받던 부모형제 곁을 떠나 이웃마을 종곡리의 김씨 가문으로 출가했다.
어린나이에 식수가 귀하여 비탈길 산 밑에 옹달샘 물을 길어다 대가족이 먹게끔 하고 제사법이 엄숙하여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어리시절을 보냈다.
18세가 되어서는 시댁에 흙벽돌을 찍어 새로운 집을 짓는다 하여 물을 길어다 인부들에게 밥을 해주는데 혼신을 다해야 했다. 그리고 흙벽돌을 잘 말려서 집을 쌓기 시작했을 때는 우람한 모습으로 부엌도 크고 방도 많이 쌓아올렸다. 말리던 도중 난데없이 동남풍이 불어오더니 벽돌이 무너졌는데 그때 타들어 가는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
새로운 집을 다 짓고는 가마솥, 밥솥, 옹솥을 걸어 놓고 일상생활 속에 더울 때나 추울 때나 물을 기르는 것이 매일 매일의 걱정거리였다.
세월이 흐르고 발달하여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자 지붕개량, 부엌개량의 붐이 일어 지붕은 기와로 올리고 부엌은 입식으로 개조하여 산골 옹달샘에 갈 필요가 없고 부엌의 수도만 틀면 물이 나와 살기 좋게 생활이 개선되었다. 그리고 또 현대식으로 바꾸어 실내에서 빨래도 하고, 화장실도 실내에 설치하도록 발달되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어렵던 시절도 겪고 현대식으로 바뀌어 편리한 생활도 해보았으니 저세상에 가서도 물 걱정일랑 하지 않는 편리한 꿈의 나라로 갔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보은 강신1구에서 태어나 종곡리로 출가하도록 한 발 한 치 못 옮기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 온 68년의 세월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계절 따라 꽃이 피고 초생달, 보름달, 하현달이 내 창가를 스쳐가고 청명한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수를 놓는 곳, 85년을 사는 동안 슬픔과 고통과 행복을 겸비하며 풀뿌리 걷어내는 인고의 세월을 치유하며 살아온 인생이다.
인생이란 아름다운 풍경으로 사람마다 가슴마다 인생 역경을 치유하며 살아가는 과제이다.
꽃 피는 봄이 오면 푸른 여름이 오고 황금 오곡이 출렁대는 가을이 오면 알곡을 창고에 추수동장하면 겨울에는 쉼터로 모이고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살기 좋은 나라이니 질투와 시기 다 버리고 더불어 사는 너와 내가 되길 바란다.
/이흥섭 실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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