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를 국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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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를 국회로!
  • 남광우 보은군선거관리위원회 위원
  • 승인 2012.03.1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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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후보자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선거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을 뽑았으면 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지혜로우며 성실하고, 바깥 세상에 인맥도 넓어 일도 시원시원하게 잘 할 뿐 아니라 이웃에게 항상 따듯한 마음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람. 지식도 풍부하고 살아온 과정도 깨끗해 우리고장을 대표해 대한민국 어딜 내놔도 손색없는 그런 사람이 뽑히길 원한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선거가 닥치면 후보자와 나와의 관계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혈연, 지연, 학연에 있어선 안 될 금권까지....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한국 사람이란 이유 하나로 정겨워진다. 그런데도 우린 선거 때가 되면 나라가 영남과 호남으로 갈라져 마치 다른 나라 사람같이 느껴진다. 이젠 중용을 미덕으로 하는 충청도인 마저도 남과 북의 성향이 다르다. 또한 같은 도내 시군에서도 영동과 보은이 다르다 하고, 진천과 음성이 갈라지기도 한다. 혹자는 그걸 애향심이라고 포장하지만 바람직한 건 아니리라.

어떤 이는 이번 선거에 우리군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안하겠다는 이도 있다. 사실 같은 지역사람에 애정이 더 가는 건 인지상정일지라도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하면 될 일이지 투표를 포기할 순 없다. 따지고 보면 다 반가운 고향사람이다.

중국의 고전인「한비자」에 나오는 얘기가 생각난다. 옛날 중국의 어떤 나라에 ‘해호’라는 대신이 있었다. 어느 날 왕은 해호에게 재상자리 하나를 추천하도록 했다. 그러자 그는 망설임 없이 자기 집안과 오랜 원수지간인 사람을 왕에게 천거하였다.

‘해호’의 추천으로 재상이 된 사람은 해호가 자신을 용서한 줄 알고 기쁜 맘으로 술 한 병 들고 그의 집을 찾았다. ‘해호’는 마루에서 눈을 부라리며 대문에 들어서려는 그에게 활을 겨누며 불호령을 쳤다.

“이놈, 내가 널 정승에 천거했지만 널 용서하진 않았다. 네가 내 원수인건 사적인 일이나 나랏일은 공적인 것이다. 내가 널 추천한 것은 그 일에 네가 적임자였기 때문이지 널 용서해서가 아니다. 내가 공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이느냐? 이놈아, 당장 물러 가거라!”

나랏일에 적합하다하여 원수를 추천해 재상을 만든 해호처럼 이번선거에 나라와 고장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똑바로 선택하자.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눈이 아니라, 비록 나와는 특별한 관계가 없더라도 기꺼이 훌륭한 인재 하나를 선택해 국회로 보내자. 그와 원수지간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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