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내 숲 가꾸기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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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내 숲 가꾸기 왜 필요한가
  • 권장현 중부지방산림청 보은국유림관리소장
  • 승인 2012.02.0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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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립공원인 경주 단석산에서 숲가꾸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작업 편의를 이유로 단석산의 명물인 철쭉을 벌채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단순 언론보도를 접한 국민들은 국립공원에 왜 숲가꾸기 사업이 필요한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산림청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숲가꾸기의 근본적인 목적은 나무와 나무사이가 밀접하여 경쟁하고 있는 나무를 솎아줌으로써 광합성 작용을 원활히 하여 나무의 수고 및 직경생장을 돕는 한편, 산불·산림병해충에 강한 건강한 숲을 만드는 것으로 수고생장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하층식생은 보호하는 것이 원칙인데 언론보도된 경주 단석산의 국립공원은 하층식생인 철쭉을 베어 버린 숲가꾸기 때문에 기사거리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2009년도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9개 국립공원에 대하여 자연생태계와 자연·문화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외래종 인공조림지 벌채를 위한 숲생태 개선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논리는 인공조림지에는 태양광선의 이입이 낮아 다른 식물이 살아갈 수 없는 환경으로 생태계 건강성이 저하되고, 낙엽송·잣나무 등 인공조림지는 “외래종”으로 무조건 벌채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숲은 살아 움직이는 역동체이기 때문에 생태적 접근관리(Ecosystem Approach)가 반드시 필요한데 지금까지 국립공원내 숲가꾸기 등 산림관리를 방치했기 때문에 수고생장만 함으로서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했던 것이며, 우리나라에 심겨진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은 1920년대부터 산지적응시험을 거쳐 적지적수 원칙에 따라 선정된 수종이고, 이미 한반도에 기후대별로 잘 적응하고 있는 도입종으로 경관적으로나 생태적으로 건강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지금까지 국립공원내 숲가꾸기 등 산림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국립공원 산림관리의 기본철학의 충돌에 관한 문제이다. 먼저 환경부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자연이 가진 스스로의 힘과 생태적 조건에 의해 선택되도록 해야 한다는 생태근본주의(Ecological Fundamentalism)에 바탕을 두고 있고, 산림청은 인간의 잘못된 간섭이든 자연의 조건이든 어떤 원인으로 인해 생태적 붕괴의 위험에 직면한 자연을 인간의 분별있는 간섭으로 보호ㆍ관리하여 생태적 기능이 보전 또는 고양되도록 해야 한다는 환경개량주의(Environmental Reformism)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철학적 차원에서 무엇이 옳은가는 끝없는 논쟁만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공림이나 천연림중에서도 울창한 소나무 등 침엽수림은 반드시 인위적인 인간의 간섭이 있어야만 숲이 건강하게 생육할 뿐만 아니라 산불·병해충 등 재해로부터 숲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반증하는 사례로 제주도 한라산에 삼나무 군락지가 많이 분포하고 있었으나, 국립산림과학원 시험림 지역은 우량한 삼나무 숲으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국립공원구역은 조림흔적은 있지만 파괴된 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국립공원내 숲가꾸기의 필요성에 대하여 많이 인식하고 있으며, 2009년도 숲생태 개선사업도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번에 새로 부임하신 국립공원관리공단이사장도 산림청장까지 근무하신 산림전문가이기 때문에 철학적인 차원을 넘어 국립공원내 숲가꾸기 등 산림관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진다.
보은국유림관리소에서도 속리산 국립공원에 편입된 국유림 중 우선 숲가꾸기가 시급한 인공림에 대하여는 국립공원에 맞는 경관을 유지하면서 건강한 숲 생태계 유지 및 생육환경을 개선하는 숲가꾸기를 실행할 계획으로 자연공원법 절차에 따라 공원관리청과 협의절차를 거치고 있다. 앞으로도 국립공원은 일반산림과는 달리 지속가능한 산림자원 관리지침에 따라 “자연환경보전림”으로 관리하여 생태계 유지·증진, 유전자원 보호, 산림재해로부터 자연경관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숲가꾸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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