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되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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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되돌아보며...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12.2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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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크고 작은 일이 끊이지 않는 우리의 삶도, 언론에서 발표하는 10대뉴스처럼 한 해를 돌아보면 잊을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나의 한해는 이별도 있었고 마음 고생한 것도 있었지만, 그 것에 비교해 기뻤던 일이 더 많았고, 많은 만남이 있었다. 훔치고 싶은 동심을 지닌 어린이들과의 만남, 동물, 자연 등 이 모두가 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요인들이다.
아들만 둘인 내게, 여자아이들과의 만남은 나의 마음을 살찌우게 했고 그저 바라만 보아도 사랑스러움을 가져다주었다. 덤으로 내 말을 잘 듣고 따르며 글도 잘 쓰니 정말 예뻤다.
또 고학년 중에는 작가가 꿈인 아이들이 몇 명 있었다. 소설을 몇 편 썼다는 아이와 함께 소설의 종류와 어떤 장르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여느 아이들처럼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인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랑에 대해 소개해주고 해리포터를 쓴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또 세계여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글로 쓰겠다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에게는 세계 일주와 우리나라를 걸어서 일주한 한비야를 소개해 주기도 했다. 아이들을 바라보면 여자아이들은 감성적이고 정적인 반면 남자아이들은 좀 더 현실적이고 동적인 것을 좋아했다. 글 쓰는 시간에 이름이 몇 번 불릴 정도로 아주 산만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비교적 글을 잘 썼고, 관심을 갖게 하려고 글을 써가지고 와서 내 몸을 스치면서 말을 한다. 이렇게 하니 말썽부리는 아이들조차 미워할 수가 없었다.
또 하나는 내가 염려해야 하는 가족이 하나 늘어났다. 지난 8월부터 아들들은 고양이를 키운다. 공부를 하는 중이고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에 좀 부정적이라 “용돈을 주지 않겠다.” “너희들 집에 가지 않겠다.”라고 협박을 했지만 큰 아들은 “엄마도 직장 다니며 동생하고 나를 키웠는데 나도 잘 키워 보겠어요.”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못마땅하게 만났지만 고양이를 자주 만나보니 고양이와 정이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를 간 뒤, 고양이는 나를 졸졸 따라 다닌다. 베란다에서 빨래를 하면 옆에 와서 앉아있고, 방을 옮겨 다니며 청소를 할 때도 나보다 먼저 앞장서 가다가 부딪치기도 한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내 머리를 닭처럼 콕콕 쪼기도 하고 내 얼굴과 팔이나 몸에 기대어 가만히 있거나 잠을 잔다. 그러다 밖의 계단을 올라오는 아들들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 후다닥 뛰어 문 앞에 가서 기다린다. 그렇게 아들들을 맞이하는 고양이를 보며 아들들은 너무도 좋아한다. 고양이도 어린아이와 같아서 호기심이 많고, 책상이나 장롱은 물론 식탁이나 싱크대에 올라가 내가 소리를 질러야한다. 꼭 아기를 키우면서 주의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제는 아들들 정서에 좋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고, 나 역시 고양이를 자주 안아주며 보은으로 내려올 때는 고양이의 외로운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히곤 한다.
또 하나, 내 가슴을 떨리게 했고 나를 경이롭게 했던 대자연 속에서 밝음과 어둠의 경계를 만끽할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평원 끝의 산으로 지는 아름다운 노을을 마냥 바라 볼 수 있었고, 태평양 바다로 떨어지는 붉은 해와 노을도 지칠 만큼 바라보며 즐길 수가 있었다. 황폐한 사막에서의 여명과 일출은 나를 신비의 세계로 이끌어 갔고 희망이 두둥실 함께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또 사막의 풍광을 내 눈과 온몸으로 느꼈고 사막의 규칙과 황폐된 땅에서의 생명력을 보면서 사막을 내 가슴에 품을 수 있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자연이든 새로운 것에 대한 만남은 나를 설레게 하고 내 삶을 살아가는데 넘치는 활력소가 된다. 그리고 변화가 없는 지루한 일상도 정말 소중하다는 걸 함께 느낄 수 있다.
올해,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을 겪은 사람도 있을 테고, 생에 가장 기뻤던 일이 있었던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의 어깨에 따스한 햇살이 머물러, 그 상처가 빨리 치유되길 간절히 바라고, 좋은 일이 있었던 사람은, 그 기쁨의 순간과 감동을 가슴에 깊이 담아 때때로 어려운 일이 닥쳐도 추억의 시간을 꺼내어 위안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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