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학습, 포퓰리즘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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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학습, 포퓰리즘이 되어선 안 된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1.11.2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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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혜택과 심화학습을 통해 성적이 오르는 성취감과 공부에 대한 자신감,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게 됐다” “받은 혜택을 잊지 않고 지역사회와 후배들을 위해 받은 사랑을 돌려줄 수 있는 사회 구성원이 되겠다.” 올 초 보은군민장학회로부터 장학혜택을 받은 학생이 보은군 홈페이지에 올린 글의 일부다.
작년 2월 심화학습 개강식에서 전 군수는 “지역의 발전을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데에 교육이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다. 이제는 보은에서도 대도시에 보내지 않고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갖추었다”고 했다.
하지만 심화학습에 대한 논란이 올해 내내 지속되면서 내년부터 궤도가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열린 보은군민장학회 간담회에서 보은군민장학회와 보은고등학교 대표는 교사들의 질 저하와 학생들의 교육열의 저하 등을 이유로 현 제도의 축소, 보완에 무게를 둔 반면 공립인 보은여고, 여중, 보은중, 속리산중 대표자는 특정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집중투자는 문제가 있다며 공립과 사립 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다.
정 군수는 그러자 “예산을 짜야하는 만큼 심화학습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학교별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달라”고 주문했다. 시행 4년 만에 심화학습이 존폐 기로에 서는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보은고 교장-“수리영역을 능수능란하게 가르칠 교사가 없다.” “심화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명문대 진학률이 떨어진다고 투자대비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교육은 투자한 만큼 효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심화학습을 전면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고, 수업일수를 조정하고 강의 주체 또한 종로학원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공개경쟁을 통해 학원선정의 투명화를 이루면 될 것이다.”
보은여중고 교장-“현재 운영되고 있는 고등학교 심화학습은 2억여 원이라는 큰 금액이 특정 학생을 위해 쓰이는 상황이다” “영재교육을 위한 제도라면 중학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다. 또한 일부 학생을 위한 지원이 아니라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학생들 모두에게 지원될 수 있는 수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상혁 군수-“공적 장학금이 특정인을 위해 집중 투자되는 것은 문제다” “종로학원에만 맡기는 교육이 아니라 지역의 교사를 지원해 훌륭한 제자를 만들어 주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몇몇을 위한 교육은 아니다. 전체가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 교육이다.”
군민장학회는 사업비 2억1887만원(보은군민장학회 1억1887만원, 군비 1억)을 군내 고등학교 재학생 40명(학년별 13~15명)을 대상으로 하는 종로e­클래스 방문 강의비로 지원하고 있다. 강의는 국 영 수 과목을 중심으로 주3회, 1일 4시간, 연 80~100일 정도 진행된다. 주요 교과목을 집중 교육함으로써 명문대 진학률을 높이고 우수학생의 군내 진학 동기를 부여하는 게 심화학습의 목적이다.
작년 12월 말 보은군민장학회가 심화학습자 4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심화학습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가’란 질문에 보통(39%), 그렇다(26.8%), 정말 그렇다(26.8%)로 아니다 3명(7.3%)을 제외한 38명(93%)의 학생들이 효과가 있다고 대답했다. ‘심화학습을 계속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가’란 물음에도 이와 비슷한 응답이 나왔다. 물론 질문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심화학습을 시행하면서 흠을 채근하고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의미가 있다. 따지면 공적단체가 고액을 들여 사교육에 앞장 서는 셈이다. 한편으로 자존심이 상할 일이기도 하며 지역교육이 당면한 교사들의 출퇴근, 고교통폐합 등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예산배정 같은데서 소리 내는 모양새는 올바른 소리라도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또 초·중생 상당수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공교육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할 것 못하고 개인교습이라도 시켜 성적을 올렸으면 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사교육을 매몰차게 깎아내리는 것도 모진일일 것이다.
차제에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여론을 듣고 구체적인 대안과 현실적 해법도 더불어 제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민감한 교육현안에도 올곧은 목소리를 내졌으면 하는 바다. 예산 배정은 단체장의 판단에 대한 문제다. 하지만 어제 오늘 다른 판단들은 많은 군민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이번 판단만큼은 학생들과 보은군을 위해 진정 좋은 선택으로 평가되고 기능하기를 기대한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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