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잃어버린 것들
상태바
노인들이 잃어버린 것들
  • 김정범
  • 승인 2011.11.03 10: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금요일 대한 노인회 보은군 지회 노인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세상을 살 만큼 살아오신 분들에게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하며 옛날을 돌아다보면서 잊고 있던 것들을 같이 생각 하고 잃어버린 그 무엇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서로가 공감대를 이루어 가면서 남은 삶의 시간들 속에서 아직 오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날을 이룰 수 있도록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에서 강의 요청을 받고 준비를 하면서 노인들이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면서도 잃어버린 것들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함께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노인들은 분명 급변하는 시대의 격류를 헤치며 살아오신 분들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역사상 이 시대의 노인들처럼 급변하는 세월을 살아온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는데 초석이 되신 분들이다. 그런데 지금의 노인들의 삶은 다른 세대들에 비해 훨씬 뒤지고 있다. 그리도 다른 세대들은 무엇을 많이 잃었다고 하기 보다는 늘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찾아가고 있지만 노인들은 잃어버린 옛날의 가치관들을 그리워하는 아쉬움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우선 핵가족이 되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옛날에는 3, 4대가 한집에 살며 삼촌은 물론 4촌도 가족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친가 쪽 보다도 외가 쪽을 가족으로 여긴다는 의식 조사의 보도도 있고 보면 노인들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서글픈 이야기이다. 저 출산으로 형제와 4촌이 없어져 가고 있는 것도 용납하기 어려운데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삼촌은 가족이 아니고 이모 외삼촌을 가족이라고 하는 아이들의 의식을 어떻게 이해 할 수 있겠는가? 모두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많은 노인들은 이처럼 가족이라는 가장 소중하고 큰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독거노인이 100만 세대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전체 노인 인구의 1/5로서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녀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부부 세대를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어버리고 살아갈까? 짐작을 가능케 하고 있다. 오죽하면 부양 능력이 있는 자식의 부양을 받지 못하는 노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였을까? 자녀들이 부모와 동거하며 부양하기를 꺼려하고 또 노인들도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하여도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결코 진심으로 원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 한다. 이제는 노인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손자를 무릎에 안고 자녀의 부양을 받으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노인들의 최대 행복이라는 것은 쉽게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이웃의 정을 잃어버리고 있다. 옛날 나 어렸을 때 이 때 쯤 이면 가을 떡이라 하여 이웃들이 서로 나누어 먹곤 하였다. 우리 집도 추수가 끝나면 어머니께서는 의례히 커다란 시루에 떡을 하여 마을 집집마다 나누어 드리는데 그 때는 나도 형들과 함께 떡 심부름을 다녀야 했다. 또 어린아이의 돌이 되면 수수팥떡을 하여 이웃에 돌리게 되는데 떡을 받는 집에서는 떡을 보고는 돌 인줄 알고 무병장수 하라는 뜻으로 실타래를 떡 그릇에 얹어 준다. 나의 돌 때 이야기이다. 누님께서 어느 집에 돌떡을 가지고 갔더니 마침 손국수를 하여 썰고 있다가, 아무 것도 없으니 어쩌나 하더니 이 국수처럼 길게 살라고 하면서 제일 긴 국수사리를 주더라는 것이다. 내가 아직까지도 비교적 건강한 것은 어쩌면 그런 분들의 축수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정이라는 것은 분명 하리라. 하찮은 별미라도 담 너머로 서로가 넘겨주고 받고 하던 이러한 정을 지금은 너무도 많이 잃어버리고 있으니 노인들의 마음에 옛날을 그리워하는 아쉬움이 어찌 없을 수 있으랴?
또 노인들은 자신을 잊고 살아온 세월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세월의 격동 속에서 자신을 잊지 않고는 가족 부양과 자녀 교육 같은 가장으로서의 의무를 감당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제 와서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였고 가족과 가정까지 잃어버리게 된 노인들에게는 그들이 잃어버린 것을 어느 누가 찾아 주고 보상 해 줄 것인가? 사회와 국가가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해 주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이시여 힘을 냅시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찾아서 소중하게 가꾸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 할 수 있도록 행복하시기를 기원 합니다.
/김정점 내북면 노인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