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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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1.10.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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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지역에서는 “2011 5천만 전 국민과 함께 즐기는 보은 대추축제”가 한창이다. 대추를 비롯한 농산물 판매장이 열렸고,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음악공연은 여러 장르가 매일 열린다.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호하는 음악회나 행사가 있을텐데 나의 가장 큰 관심은 MBC 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고등학교시절에 즐겨 들었고, 종종 방송국으로 엽서에 신청곡을 사연과 함께 적어 보내곤 했었다. 한 번은, 짝사랑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좋아했던 선생님과 함께 듣고 싶다는 내용을 적어 신청곡을 보냈는데, 엽서를 보낸 며칠 후, 방송이 되었다. 이튿날, 윤리를 담당했던 여선생님이 내가 신청한 팝송을 잘 들었다고 했다. 함께 듣고 싶은 선생님의 말씀은 꺼내지 않았지만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빨개져 어찌할 바를 몰라 했었다. 이렇게 소중한 추억이 있는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지금도 가끔 듣게 되는데 그 시그널을 들을 때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 그래서 이 공개방송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무척 궁금했다. 혹이나 즉석에서 신청곡을 받아 들려주지나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참석해보니 7080콘서트였다.
출연가수들이 통기타 연주에 들려주는 노래는, 이것저것 꿈이 많아서 배우고 싶은 것도 무척 많았던 시기에 들었던 곡으로 7080 세대인 나의 감성을 일깨웠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쌀쌀함은 사라지고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하며 손뼉을 치면서 음악공연에 흠뻑 빠져 들었다, 특히 끝으로 출연한 그룹사운드 건아들의 메들리는 관객들이 함께 일어나 몸동작까지 하여 흥겹고 즐거운 지역축제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었다. 그렇게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에 적극 동참하고 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 또 마음은 끝없이 추억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했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정말 별이 빛나는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엇이 그리 바빴는지 정말 오랜만에 별을 보는 것 같았다. 수많은 별들도 우리 사람들처럼 얼마나 많은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사연을 겪어 왔으며, 하나하나 모두가 존재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우리 사람들은 존재해 온 만큼 아주 많은 감정이 오고 갔으며 가슴에 품은 그리움 역시 끝이 없다. 정말 죽을 만큼 힘든 슬픔의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가장 큰 슬픔의 높은 산은, 가족을 잃은 슬픔일 것이다. 미혼자는 부모와 형제를 잃은 슬픔이, 기혼자 역시 부모와 형제를 잃은 슬픔이 크겠지만 그 것보다 더 큰 것은 배우자나 자녀를 잃었을 때 일 것 같다. 그런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웬만한 슬픔은 슬픔도 아니라고 하며 어떤 일에 열정적인 의욕을 가질 힘을 상실한 것을 보았다. 그렇지만 자신을 가르치는 것은 시간이라고 세월은 슬픔을 좀 더 퇴색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아픔을 많은 시간 동안 극복하며 치유했다고 해도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상처의 크기에 따라 흔적이 남게 될 것이며,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우리의 가슴 한 구석에 남게 된다.
또 눈물을 흘릴 만큼 기쁨의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자신이 꿈꾸던 것들이 실현되었을 때의 성취감은 하나하나 소중함으로 쌓아 놓았을 것이다. 자녀를 키우면서 아이가 소리 내어 웃던 날, 걸음마를 처음 하던 날, 엄마란 말을 처음 하던 날,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어른이 하는 말과 행동을 따라할 때 등 성장과정이 경이로움과 기쁨 그대로 였을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의 가슴속에는 상반된 감정이 있는데, 몸이 아프거나 마음이 한 없이 우울해질 때는, 기뻤던 순간보다 슬펐던 때와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해 자기비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앞세우기도 한다. 또 소소한 일상 속에 크고 작은 기쁨이 찾아 올 때는 좋았던 추억이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행복감에 젖어 다가올 미래도 밝게만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순간마다 우리들의 마음은 바뀌게 된다.
잠이 오지 않아 집안을 서성이다, 베란다에 나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한쪽이 이지러진 하현달이 살짝 웃고 있었다. 일희일비 하지 말라고 했지만 밤하늘은 너무도 아름답고 달마저 상큼함을 주었다. 요즘 주변에서 우울함을 접했는데, 아마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방송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받은 것 같다.
이 밤, 어디선가 슬픔에 울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일은 오늘보다 슬픔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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